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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사벨라 Oct 29. 2022

정원사 호세 아저씨

매주 토요일이면 들려주는 정원사 아저씨 호세는 가을이 깊어지자 솔향기를 가져와 주셨다. 온 문과 창을 열어 놓으면 풀을  깎으며 흘러나오는 론 모어에서는 잔디 풀 냄새만이 아니다. 어디서 날라 왔는지 분명히 솔 바늘이 튕겨 나는 솔향기이다. 나는 냄새를 잘 맡거든요.


앞 잔디를 깎고 집 옆의 잔디도 깎고 뒤뜰 잔디까지 깎는다. 나이를 정확히 모르는 호세 아저씨. 키는 나 만하고 몸은 나보다 날씬하고 얼굴도 나보다 허연 갈색깔이다. 캘리포니아의 쨍쨍한 태양 밑에서 일하시니까  건포도가 된 것이다. 깨끗한 웃음을 갖고 있다. 행여 어떻게 지내냐고 인사하면 거친 오른손으로 이마의 땀을 닦으며 그런다. 아하, ㅋ힘들어요. 집에 빨리 가 점심 먹어야 해요. 배가 고파오거든요.


솔향기와 어울리는 향기. 그것은 장미꽃 향기다. 매주마다 손질해 주시는데 그 자체가 예술이다. 특히 분홍 장미를 길게 짧게 중간중간 잘라주는데 큰 유리병에 장미 꽃꽂이를 해 놓은 것 같다.

오렌지, 레몬, 라임나무는 10월 마지막이 다가오는데도 주렁주렁 열매가 열렸다. 지난번에 딸이 와서 레몬을 몇 개. 따서 부엌으로 가져왔다. 두 개는 샐러드드레싱 만들고 하나는 반 잘라서 팔꿈치에 붙이고 이리저리 둥글게 칠하고 있으니까 딸이 엄마 뭐해했다. 팔꿈치를 닦는다고 하니 처음 들었다 한다. 해서 15분간 해주고 비누로 닦아내면 된다고 하니까 신기해하였던 표정을 기억한다.


감나무와 복숭아나무 주위로 봄에 로즈메리를 심어주었다. 하루 종일 다람쥐가 바쁘게 오고 가더니 복숭아는 주인인 내가 하나도 먹어보지 못했다. 그러나 봄에 꽃을 피우는 복숭아는 꽃보는 것으로 족하다. 진분홍으로 온 집을 밝혀주었다. 열매는 수 없이 열렸었는데 익기도 전에 다람쥐와 새들이 다 먹고 갔다. 급한 성질 하고는…ㅊㅊ  내년 봄에는 로즈메리 나무를 몇 그루 더 심어 줄 거다. 다람쥐가 로즈메리 냄새를 싫어해 과일나무 근처엔 안 온다길래 심었었는데 말이다.


감나무는 작년에 열매를 보지 못했다 올해는 로즈메리 덕인지  엄청히 열렸다. 아침에 일어나서 한 두 알 따 먹는데 사납게도 개미가 움쩍거 린다. 봄에는 홍시 감나무 하나를 심었다. 열매를 맺으려면 1-3년 기다려야 될 것 같다.

가을이라면  은행나무를 손꼽을 수 있다. 언제나 노란 롱 드레스로 갈아입을까. 해마다 쳐다보지만 황홀하게. 빛을 내지 않는다. 옆에는 높이자란 팜 츄리. 동네 다람쥐가 오르내리고, 가끔은 다람쥐와 새들이 야생 토끼도 와 놀고 간다.


나는 무화과 열매를 좋아한다. 봄에 심었는데 여름에도 먹고 늦가을에도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다음 주 정도엔 몇 개 따 먹을 수 있을 것 같다. 보랏빛 무화과 열매도 있지만 초록빛 무화과 열매도 맛이 좋다. 더 오래 열매를 피우는 것 같다.

호세 아저씨는 마지막 손질로 콘크리트와 흙바닥을 파워 윈드로 먼지 조각과 흙조각과 낙엽 조각들을 다 날려주신다.  훨훨 날라라 하고. 깨끗하고 맑은 정원으로 손 봐주시고 이번 토요일에도 오래된 하얀 트럭을 이끌며 솔향기를 알맞게 뿌려놓고 가셨다.


나의 정원에는 소나무가 없습니다.


사진: 2022년 10월 29일

코비나(캘리포니아 로스엔 젤러스 카운티) 오늘의 날씨

맑음

화씨 53도(섭씨 11.67도)- 화씨 78도(섭씨 25.56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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