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실격],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자이 오사무를 이해하기 위해!

by 어변성룡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 저는 인간의 삶이라는 것을 도무지 이해할 수 없습니다."


작품의 주인공 오바 요조는 다자이 오사무가 투영된 듯한 모습이다. 부유한 가정환경 속에서 명석한 머리를 지닌 막내 아들로 태어났다. 그가 바라본 '집'이라는 세계는 절대적인 권위를 상징하는 아버지가 있었고, 아버지의 객체가 되는 어머니가 있는 곳. 자상한 부모의 모습은 기대할 수가 없는 곳이었다. 그런 까닭에 대가족임에도, 막내아들임에도 그는 사랑받지 못하고 응석부리지 못하며 하인들에 의해서 길려져야 했다. 그런 까닭에 미성숙한 정신을 가진 인물로 살아가게 된다. 세계와 합일이 이루어지지 않음으로써 합일을 추구하기 위해 강구한 것이 '익살'이다.


사랑받고 싶은 욕구와 버려짐에 대한 두려움을 지닌 체, 아무렇지도 않은 척하며 익살을 떨며 살아간다. 인간이 지닌 위선적인 모습을 경멸하면서도 정작 자신은 여성들의 애정을 이용하기 위해서 익살을 뿜으며 살아가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에게서 이율배반적인 모습을 확인하고 마는 다자이 오사무. 수치심 때문에, 또는 애정어린 관심을 받기 위해서 여러 번의 자살을 시도하지만 번번이 동반자살을 시도했던 여성들만 죽어나갈 뿐이었다. 그렇기에 자신은 점점 더 세계로부터 소외되고 만다.

자기만의 시각으로 세상을 인식하고자 했기에 철저히 세상을 타자화했으면서도 타자의 주변에서 맴돌기만 했던 존재, 요조. 이러한 요조의 모습 역시 다자이 오사무의 삶과 맥을 잇고 있으니, 봉건귀족으로 평가받는 집안이지만 실제로는 보잘 것 없는 농사꾼 집안에서 출발했으며, 고리대금업으로 가문을 일으켰다는 것, 그 과정에서 다수의 농민들이 희생양이 되었다는 사실을 다지이 오사무는 기억하고 있었다. 그러하므로, 자신이 귀족의 자식으로서 존경받는다는 사실에 대해 내적으로는 저항감을 가지면서 하층민에 대해서는 일종의 부채감을 지닐 수밖에 없었던 것.

작가인 다자이 오사무는 이러한 부채감을 덜어내기 우해 마르크스주의(공평한 사고를 주창했던 시기였으므로)를 택하게 되었고, 죽음으로 끝맺었던 많은 여성들과의 정사와 그로 인한 죄의식, 또 그것이 원인이 되어 가족을 배반하게 되는 결과를 낳음으로써 그가 갖는 죄의식은 골이 깊어가게 된 것이다.


"그러나 제가 인간에 대한 공포에서 도망쳐 조촐한 하룻밤의 인식을 찾아 그야말로 저와 동류인 창녀들과 어울리는 동안, 어느 틈인지 저도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일종의 역겨운 기운이 저에게서 풍기게 된 모양입니다."


요조에게는 아버지로 대별되는 공포스러운 인간과 창녀로 대별되는 동류의 인간으로, 인간을 구분한다. 후자의 인간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역겨운 기운으로 표현하는 까닭은 술, 담배, 마약, 정사 등, 배설과 콧물과 정액 등 모두 불쾌한 분비물들을 유발하기 때문이다. 이는 곧 혐오의 심리로 이어지면서 권위적이고 위압적이어서 어울리지 못하는 부류에 대한 열등감과 어울릴 수밖에 없는 부류가 주는 혐오 속에서 좌절감과 병적인 현상들 속에 놓임으로써 삶을 정리하게 되는 것이다.

아버저의 죽음을 계기로 폐인이 되었음을 선언하는 요조. "부끄럼 많은 생애를 보냈습니다"는 "태어나서 죄송합니다"로 귀결되어 자신의 삶이 인간으로서는 실격이라고 말하고 마는 것이다. 세계와 화합하고자 익살을 주된 무기로 삼고 타자와의 관계도 새롭게 설정하고자 하였으나 오히려 세계로부터 거부되었던 그의 삶. 다자이 오사무와 같은 자아를 가진 이들이 무수하기에 아직도 그가 '가장'이라는 수식어를 지닌 채 읽혀지고 있는 것은 아닐까.


#어변성룡

#인간 실격

#다자이 오사무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