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폭.... 또 다른 DNA가 아니길

by 어변성룡



내가 학폭의 희생자라고 생각한 적이 있었다. 있었다'라고 말하는 지금. 라이터의 부싯돌로 여린 팔 안쪽에 '딱' 소리가 나게 충격을 가 했던 이. 교실로 들어서는 순간 그가 어디에 있는지를 먼저 살피고, 그의 동선 하나하나를 체크해야 했으나 어느 순간 내 팔뚝에 강한 충격을 일으켰던 그 부싯돌은.... 학교를 그만 두어야 하나, 하는 고민을 계속하게 했더랬다. 초등, 아니 국민학교 6학년 때.


MBTI의 전형적인 I형이었던 나. 그가 하는 장난(?)은 내게 무서운 천둥번개였고, 그의 친구들은 때리는 시어머니보다 더 못된 시누이었지만.... 누구에게도 말할 수 없었다. 아빠에게 말한다면 그는 시쳇말로 아작(?)이 날 수도 있을 것 같아서. 속으로 담고 있던 두려움들은 하루하루 벗어날 수 있는 날만 기다렸는데....


#더글로리

그들이 겪었던 아픔에 비하면, 아, 인정하고 싶지는 않지만 학폭이라고 말하기도 어려웁게 되었다. 얼마나 뜨거웠을까. 얼마나 지옥같았을까. 생각이 일기도 전에 눈물부터 맺히는데...그들은 어떤 시간을 지나며 살아왔을까.


하도영이 예솔을 끝까지 하예솔로 살게 한 부분이 눈물나게 고마웠다. 쏟아졌다. 참느라 힘들었다. 어린 예솔은 정말, 아무런 잘못이 없는데...그의 내면에 담겼을 폭력성을 걱정하는 내가 더없이 부끄러워지는 지점. 누구나. 평범한 누구도. 폭력성은 지니고 있다. 그것을 쓸 것인가, 말 것인가는 그들의 인식적 소양이 결정을 했을 뿐. 어린 예솔이 하도영이 말하는 것처럼 축구를 좋아하고, 적색인지 녹색인지 구분이 안 되어도 그닥 차별받지 않는 곳에서 활짝 웃음을 웃으며 살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 우리, 폭력성은 가지고 있으나 조절할 줄 아는 지극히 평범한 사람들의 바람이 아닐까.


인과응보는 당연지사라면... 난, 예솔의 행복을 기원할 뿐이다. 부모로부터 조금 더 자유로워지길. 그래서 자신의 모습을 찾을 수 있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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