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됐는데 또 꿈이 있어요?

by 다움 달

“그 나이에 미쳤어?”

어떤 이는 이렇게도 말하였다. 소위 중견 교사에 해당하는 나이지만 나는 얼마 전 어떤 지원서를 제출한 적이 있다. 소속란도 있었다. 굳이 세어보지 않았다가 문득 태어나 자라나고 직업을 가진 후 현재까지 따지면 거의 40년 동안 '소속'에 '○○학교'라고 적어 왔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다. 그래도 하고 싶은 일을 떠올리면 나는 아직도 가슴이 뛴다. 밤새는 일이 생기더라도 피곤을 느끼지 않을 만큼 배움이 즐겁다.



최근 오랜 친구가 나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너는 하고 싶은 일이 끊임없이 생기는구나. 가만히 있나 싶으면 또 뭔가를 저지르고 도전하고 있어.”

나는 그 말이 아주 큰 칭찬으로 들렸다. 20년 이상 봐온 교직 친구가 나를 가리켜 ‘도전하는 사람’으로 명명해 준 것이다. 그렇다. 나는 나 자신이면서 나를 미처 정의하지 못하고 그냥, 살아왔다. 그런데 듣고 보니 도전하고 싶은 일은 일단 시도하고 보는 돈키호테 타입의 사람이었던 것 같다. 그 친구의 분석은 너무나 마음에 들고 고무적이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무튼 엉뚱 용감한 중년을 보내던 내가 최근 또 하나의 일을 저지르고 난 직후에 들었던 말이다. 그 일이란 바로 교육 전문직 시험 응시. 그 친구뿐만 아니라 주변의 여러 사람들은 내 결정에 대해 의아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모두들 되물었다.

“갑자기? 왜?”

“원래 승진에 생각이 있었던 거야?”

그러게 말이다. 나는 왜 이 나이가 될 때까지 가지 않았던 길, 시도해보지 않았던 일을 저질렀을까. 나는 ‘갑자기’와 ‘승진’이라는 낱말을 듣고 생각이 많아졌다. 사람들의 생각처럼 이제라도 승진하기 위해서는 아니었다.



교직 사회는 다른 직장에 비해 승진체계가 단순하고 명료하다. 일반적으로 교사의 승진은 ‘교감’을 거쳐 ‘교장’이 되는 단계를 의미한다. 그런데 나는 지금도 승진을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다. 더 정확하게 말하면 내 교직 생활을 돌아볼 때 내가 승진을 한다는 것은 어쩌면 불합리한 일이라고까지 생각이 들 때가 있다. 왜냐하면 여러 교직원들을 총괄하고 아우르고 함께 나아가기 위해 필요한 것들이 너무나 많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특히, 해가 갈수록 탄탄한 실력만이 승진을 위한 소양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인간적인 덕목과 소통의 방식, 인적관리 능력을 포함하므로 가야 할 길이 너무나 멀다는 생각이 커지고 있다.

각종 주제와 사업에 대해 진지하게 계획하고 철저하게 분석도 해보아야 한다. 많은 계획서와 보고서를 써보는 실무를 추진하고 성과를 얻어내는 경험도 중요하다. 그런데 나는 그렇지 못했다. 내가 부장으로서 업무의 최전선에서 위의 일들에 직접 참여한 기간이 턱없이 짧았다. 어떠한 교육적 문제에 대해 자료를 수집하고 관찰하거나 이런저런 아이디어를 생산해 본 적은 많았지만 딱 거기까지였다. 내가 떠올린 아이디어는 반영해 줄 곳과 매칭되지 못하거나 전달 체계가 마땅치 않아 곤란하고 안타까웠다. 다양한 주제의 사례 보고서 제도와 정책 아이디어 공모 등이 있었지만 이에 대한 성공 경험도 거의 없었다. 주제나 연구 기간 등에서 내가 했던 고민이나 상황과는 괴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나의 인사기록카드는 너무나 얄팍하다. 그럼에도 나는 꿈이 있다.

혹, 공식적인 체제와 제도 안에서 우수한 연구 결과를 내지 못한 그 누구라도 우리의 걸음걸음은 의미가 있다. 어쩌면 성과라는 것은 ‘기회’와 타이밍이 맞지 않다면 마주할 수 없는 운명 같은 것일지도 모르는 일이므로. 도전 의욕이 높고 노력할 준비가 되어 있다 할지라도 기회라는 요소를 동시에 맞이하지 못한 직장인이 있을 뿐이다. 자신만의 소소한 꿈을 가지고 교직 생활을 해오는 어떤 이의 이야기, 나의 이야기를 어딘가에는 남기고 싶었다.

그리고 이것이 나의 첫걸음이기를 바란다. 이를 시작으로 다양한 분야의 주제로 진지하게 생각하고 연구하고 글로 남기고 싶었다. 공식적으로 그에 해당하는 일을 할 수 있는 방법을 생각해 보았다. 현재의 직업과 내용상 맥락이 가장 비슷하면서 준비 과정 자체로도 큰 배움이 있을 것 같은 교육 전문직 시험이 걸러졌다. 시험을 통과하여 교육연구사가 된다면 내가 생각하는 방향의 일을 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갑자기!로 비추어진 나의 이 엉뚱한 도전은 나의 꿈을 향하던 짧은 생각의 과정이었다.



장래 희망에 대한 주제로 수업을 하던 중 우리 반 학생이 나에게 이렇게 물었다.

“선생님은 이미 선생님이 됐는데 왜 또 꿈이 있어요?”

선생님이 되었는데 또 꿈이 생겨서 얼마 전에 도전의 변으로 내놓았던 글의 일부를 여기에 옮겨본다.



Ancora Imparo(앙코라 임파로) : 미켈란젤로의 교훈


르네상스의 창의융합예술인 미켈란젤로는 89세 임종까지 현역이었는데 그 비결로 꼽은 ‘나는 아직도 배우고 있다.’는 뜻의 이탈리아어 Ancora Imparo(앙코라 임파로)는 참 뜻깊은 말입니다. 이전과 다른 변화를 이끌어 내는 위대하고도 매력적인 ‘배운다’는 행위에 저는 아이처럼 신나고 가슴이 뜁니다. 저의 긴 서사에는 배움의 길에서 얻은 보상도, 지혜도 있었으므로 담담하게 제 이야기를 펼치고자 합니다.


---중략---


다음 해, 학교를 옮기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은 채 시간이 흘렀습니다. 정확하게 표현하자면 저에게 집중하여 몇 년을 보냈습니다. 하고 싶던 대학원 전공 공부를 시작했고 연관 활동과 각종 연수, 강연, 강좌, 공연, 전시를 위해 테마별로 여행을 기획하고 수정 보완했습니다. 감탄하고 사진을 찍고 기록하며 책자로 만들기도 하며 다양한 몸짓으로 보냈습니다. 정성 들인 원고가 <교육 oo>으로 전해졌던 일, 사제동행 독서․토론 동아리의 버스 문학기행, 집합 연수와 자료개발 대회에 임하던 제가 떠올랐습니다. 좋은 결과나 성취감 때문이 아니라 희열에 찬 공부와 실천, 시행착오를 통해 배웠기 때문입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그러하듯 열정과 배움의 시간을 살면서도 소위 승진이나 스펙을 위한 방향과 꼭 일치하지는 않은 소중한 시간들. 해보고 싶던 많은 것을 배웠고 선물처럼 가족들의 영광까지 마음껏 즐길 수 있었기에 후회 또한 없습니다. 지금의 저는 ‘노력하는 자는 즐기는 자를 이길 수 없다.’는 말에 힘입어 가슴 뛰는 또 하나의 도전 앞에서 배우고 있기 때문입니다.




때로 아이들의 장래희망 발표 시간처럼 실행 가능성은 제쳐두고 철없이 이루고 싶은 꿈을 줄줄이 적어내는 느낌이랄까. 그래도 괜찮다. 이 꿈들을 떠올리면서 무엇인가를 배우고 찾아보고 실천했었다는 사실이 중요하니까. 그래서 어른들도 꿈을 갖고 상상을 해보라고 추천하고 싶다. 의외로 정신적인 환기의 효과를 준다.

스피노자가 말하지 않았는가.

“내일 지구의 멸망이 오더라도 한 그루 사과나무를 심겠다.”

현실, 미래의 실현 가능성을 떠나서 내가 지금 의미 있는 생각과 바람직한 실천을 할 수 있다면 어른이라 해도 경계 없이 상상하고 넓게 꿈을 꾸어 보자. 이미 직업인 OO의 자리를 갖고 있더라도 또 다른 꿈을 가꾸어 날아가 보자!

keyword
작가의 이전글재산목록 1호, 교실에서는 제본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