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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무늬 Moon Jan 20. 2024

프롤로그

브런치 체험 1. 디맹의심증상

Oh, My God! 브런치에 도전 후 이 말을 두 번째로 외치게 될 줄 몰랐다. 처음은 환희의 외침이었고 이번엔 내 어리석음에 대한 탄식이었다.


처음 OMG을 외쳤을 때는 브런치 작가 선정 메일을 읽고 나서였다. 빈 공간에서 혼자 메일을 읽고는 진짜 상황이 맞나 싶었다. 종이책 한 권 발간에 곁들여 짧은 기간 내에 이루어진 도전이었기에 더 믿어지지 않았다. 내가 소속된 상급기관에서 저자 되기 프로젝트 공모를 했는데 그 결과로 비매품 책이 나온 것이다. 나름 애써 낳은 글들인데 아무 곳에나 택배로 보내졌다가 쉬이 버려질 거라 생각하니 아까웠다. 그렇게 버려진다면 내 문장들을 평가받을 두려움은 줄어드는 셈이라 한편 다행이었다. 그런데도 필요에 의해 누군가 자발적으로 읽어줄 진짜 책이 되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이 거기에 머무르자 내 문장의 허술함이 겁나기 시작했다.

공모에 선정된 후 크게 휘청이는 일이 생겼는데 책 완성의 모든 단계와 겹쳤다. 사건의 진행과 책 표지, 가본 등의 마감 기한을 맞추는 시점이 동시에 진행되다 보니 문장은 점점 의무적으로 생산되고 있었다. 급히 마무리 지은 원고가 찝찝하고 안타까워 보완하고자 했던 것이 시작이었다. 차근차근 글을 다듬어 다시 하나씩 내놓고 싶었다. 진짜 내 첫 책을 서점에서 나란히 정리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자 인터넷 화면으로 보았던 책과 글들이 떠올랐다.


정보를 찾을 때도 세대가 구분된다고 한다. MZ세대들은 O튜브 검색창에 단어를 넣어 동영상을 재생해 놓고 청소든, 음식이든, 만들기든 실시간으로 따라 한다고 한다. 포털 사이트에서 검색을 시작했다. 나는 기성세대였다. 네모 창에 단어를 써넣고 블로그 제목에서 '브런치'라고 써진 글의 나열을 보았다. 그중 음식 사진이 있는 것은 분명 카페 방문 리뷰일 것이었다. 그것들을 제외하고 몇 가지를 읽었다. 그리고 신청 절차에 맞추어 신청했다. 간단한 자기소개와 글 3개를 올리면 신청할 수 있었는데 종이책에 썼던 것을 가져다 쓰면 되어서 왠지 든든했다. 일사천리로 이루어졌다. 심지어 뿌듯하기까지 했다.

얼마 지나지도 않았는데 브런치 작가로 선정되었다, 축하한다, 이제 글을 올리면 된다는 메일을 받았으니 의아하고 믿어지지 않았을 수밖에. 그래서 몇 번이나 다시 읽었다. 잘못 보낸 메일이라고 회수할까 의심하며 캡처도 했다. 동생에게 보내서 읽어보라고 요청했다. 선정이 맞다고 확인받자 Oh, My God! 을 외쳤다.


그리고 내 환희는 한동안 그걸로 끝이었다. 책 한 권 분량만큼 글이 쌓여 있는데 비매품의 범위를 훨씬 벗어나 광활한 세상으로 내놓으려니 망설여졌다. 마음만 먹으면 전 국민, 전 세계인이 볼 수 있는ㅡ언감생심 꿈도 크지ㅡ이름도 무서운  WWW(월드와이드웹)의 경계가 무서워 함부로 올릴 수 없었다. 마음 한 구석에서 기념이 되려면 크리스마스에는 시작해야지, 했다가 글을 고치며 또 불안했다. 맞아, 시작은 뭐니 뭐니 해도 새 해지, 하며 새해 첫날을 콕 집었지만 또다시 자신이 없었다. 선생님의 달력은 아무래도 방학이 되어야 끝나는 거니까, 라며 억지를 부렸는데도 나는 '발행'을 누르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다가는 아무것도 못 할 지경이었다. 머릿속은 온통 브런치 생각인데 정작 클릭은 하지 못한 채 글들은 잠들어 있었다. 갑자기 나의 돈키호테력이 샘솟았다. 나는 급발진하여 기성세대의 방법으로 브런치에 대한 정보를 찾아보았다. 일단 '작가의 서랍' 글에 '발행'을 눌렀다. 글이 발행되었으니 공유할 수 있다며 SNS로고들이 떴다. 너무 무서운 일이라 가족톡방에 먼저 보냈다. 읽었다는 답톡을 받고 다음 글을 올려보았다. 그건 그냥 글!이었다는 것을 또 뒤늦게서야 알았다. 내가 생각한 것은 화면에서 책의 형태로 읽을 수 있는 글이었는데 이게 아니었다. 어쩌지? 이미 몇 개의 글을 발행시켰고, 읽고 '라이킷'을 누른 '독자'도 생겼는데 낭패였다.

또다시 찾아보고 메뉴를 뒤졌다. 글 보다 조금 더 큰 카테고리는 '매거진'이었다. 종이책의 부별 제목을 매거진 제목으로 설정하고 글을 나누어 넣었다. 문제는 중복이었다. 내가 쓴 글이고 몇 단어가 고쳐져서 엄밀히 말하면 표절도, 복붙도 아니었지만 이미 라이킷을 누른 독자들은 어쩌나 난감했다. 쌍둥이 같은 글이 '글'에도, '매거진'에도 있었다.

문제가 거기까지였다면 다행이었다. 알고 보니 또 다른 세상 '연재'가 있었다. 내가 원래 원했던 주기적 글쓰기의 방식. 가지고 있는 글들을 일정 간격으로 고쳐서 올려놓으면 되는 거였다. '매거진'과는 다른 '연재'에 또다시 중복하여 글을 올릴 수밖에. 몇 되지 않는 독자들과 이미 톡으로 연락하여 '글'이나 '매거진' 소식을 알렸던 지인들이 떠올랐다. 죄송하고 창피했다. 내 글이 인터넷 세상을 향해 나온 셋째 날, 실수마저 세상 밖으로 드러나버렸다. 내 돈키호테 정신 혹은 일희일비 성향은 카테고리들의 위치와 차이를 잘 몰랐던 것이다. 참, 핑계가 있긴 하다.


나는 디맹인 것이 분명하다. 디지털 맹인이 아니고서야 PC와 모바일 버전의 차이를 확인하지 않고 이 모든 시행착오를 일으켰겠는가! 먼저 '고객센터' 역할의 부재가 내 첫 번째 핑곗거리다. 처음 작가 선정메일을 받고 나서 연재 방법, 주기 조정, 글에서 책까지의 과정 등을 세세히 묻고 싶었는데 답 해 줄 통로는 없었다. 축하 메일을 보냈던 곳으로 회신하여 급히 물었지만 여태까지 '읽지 않음'이다. 발신만 가능한 시스템인 게 틀림없다고 생각했다. 독자들에게 중복의 실수를 저지르는 동안도 기성세대로서 블로그에 의존한 정보로 살 수밖에 없었다. 아직도 내 실수를 조금이나마 덮을 수 있는 방법에 답해 줄 곳을 찾지 못했다.

"브런치 씨! 먼저, 작가로 선정해 준 건 참 고마운데 내 말을 좀 듣고 직접 답을 해줘요. 친절하게 묻고 잘 따를 수 있으니 아날로그 방식으로 고객센터랑 상담사 좀 마련해 줘요. 그것도 어렵다면 선정된 작가들에게라도 좀 더 구체적인 안내를 해 주세요. 제발."

두 번째 문제는 버전의 차이나 정보의 섬세함을 놓쳤던 탓이랄까. 휴대폰의 작은 자판보다는 노트북으로 글을 쓰고 고치는 것이 나에게는 더 익숙했다. 그래서 브런치작가 선정 직후에 깔아놓았던 어플에는 기웃거리지도 않았다. 글을 읽고 '라이킷'을 누르는 것은 모바일에서, 글을 내보내는 다양한 카테고리는 컴퓨터에서 더 편하게 되어있다. 읽었던 블로그 글에서 시키는 대로 찾았지만 어떨 때는 어플에 없는 메뉴였고, 어떨 때는 노트북에서 찾기 힘든 경로였다. 어쩔 수 없이 여기저기 기웃거리다가 질서 없이 흐트러진 수십 개의 글보다는 조금 묶어진 폴더 형태의 매거진을 선택했다. 좌충우돌 뒤늦게 연재를 찾아 다시 순서대로 올리게 되었다는 사과의 말을 남길 곳은 아직 찾지 못하고 있다.


업무상 컴퓨터를 매일 사용하고 다양한 기관의 사이트를 방문해 정보를 찾아왔다 생각했는데 브런치 4일 차는 무척 어렵다. 오프라인이든 온라인이든 고객센터가 없는 시공간에 적응하는 과정이 복잡하고 힘들다 생각되자 교육에 대해 생각하게 되었다. 디지털기반교육을 적용할 때 학생들이 각자 다른 환경임을 감안하여 고객센터의 역할을 거쳐서 해야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프로그램의 화려함이나 달성 목표, 보상 체계를 제시하는 것보다 각 단계별로 밟아야 할 절차, 기본 지식과 소양의 중요성을 전해주어야 한다고 깨달았다.

모바일과 PC버전에서, 블로그에서 조금씩 다르게 표현된 글자의 차이를 잘 인지하지 못하여 벌어진 내 실수와 경험으로부터 문해력교육에 대해서도 깨달았다. 정확한 낱말의 뜻을 아는 것이 큰 차이를 가져오게 된다는 점을 저학년 아이들은 잘 이해하지 못하겠지만 내 경험부터 솔직하게 밝히고 함께 배워보자는 마음으로 다가가려 한다.

새 학교로 옮기면 초등 교사들은 대부분 1학년 혹은 6학년을 맡게 된다. 기존에 근무하는 선생님들이 가장 비선호하는 학년이기 때문이다. 6학년 학생들을 만나게 된다면 디지털기반교육의 교훈을, 1학년 학생들을 만나게 된다면 문해력향상교육의 마음을 새기는 1년을 보내야겠다.

그리고 어찌할 바를 아직 못 찾았기에 이 글을 보는 분들께라도 죄송한 마음을 남긴다.


제 시행착오로 인해 중복된 글을 여기저기에 흩어놓게 된 점, 기존 '라이킷'이나 댓글에 대한 존중으로 글과 매거진을 삭제하지 못하여 깔끔하게 전하지 못한 점, 앞으로 10번 이상의 연재는 다시 중복된 글이 올려질 수 있다는 점을 사과드립니다. 양해하고 읽어주신다면 지금까지의 글처럼 생활에서 찾은 소소한 교육과 사람의 이야기를 열심히 써 보겠습니다. <발행!>


#선정 #디지털 #문해력 #독자 #WWW #도전 #브런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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