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무늬 Moon Jan 23. 2024

만세를 부르는 여자

브런치 체험 2. 중독의 무서움이란

나는 배우 공유와 알고 지내며 역시 키가 큰 그의 아내와는 더 친해서 거의 매일 만났다. 눈망울이 또롱또롱한 그의 아들은 유치원생이며, 나에게 무려 이모라고 부른다.

"이모, 엄마가 늦었대요. 브런치 시간이래요!"

"응? 무슨 시간?"

잘, 못 들었습니다! 브런치가 문제였군. 남편에게 공유의 아들을 소개해 주려는 순간이었는데 아이가 외치는 바람에 잠에서 깨고 말았다. 에이~이런! 모처럼 유쾌한 꿈이었는데, 심지어 컬러꿈이기까지 했는데, 쳇! 김샌다.


낼모레 반백살이 되어가는 나는 오늘 아침 이렇게 깨어났다. 최소 두세 달 동안 공유가 나오는 드라마도 영화도 보지 않았으며 흔한 맥주 광고도 흘러가지 않았는데 이게 무슨 일? 게다가 평소 팬이라는 생각조차 한 번 해본 적 없는데 무슨 개연성이람?

아무튼 철없고 더 실없는 이 상황이 꿈!이라는 사실을 인지한 지 5분도 지나기 전에 이렇게 글로 옮겨지고 있다. 오늘 글발은 제대로다. 쭉쭉 써나가는 게 막힘이 없다. 일찍이 공유가 도깨비이던 시절이 있어서인가? 어쨌든 감사하다. 나, 작가님이 또 글의 소재를 획득하셨으니까.


나는 가끔 만세를 부르며 자는 시기가 있다. 어느 때는 엄마가 팔이 아플 것 같다며 편히 자는 연습을 해보라고 한 적도 있다. 언젠가부터 이런 자세로 자고 일어나도 팔은 멀쩡했다.

요술램프 같은 네모창에 물었다. 위나 척추 건강이 좋지 않은 경우 이런 만세 자세가 오히려 위나 척추의 모양을 바꾸어 편하게 느낄 수 있단다. 가짜뉴스? 나에게는 맞는 것 같다. 자기 전부터 미리 만세를 외칠 준비를 하는 건 아니다. 아마 AI처럼 나도 모르는 사이 건강 상태를 염탐하고 있다가 상황에 맞추어 은밀하고 빠르며 능동적으로 대응하고 있나 보다. 역시 인체의 신비란 레커차보다 빠르다!


어제 분명 새벽 3시 반까지 브런치 작가님들의 글을 찾아다니거나 내 글을 고치다 잤다. 아침 9시 반부터 노트북을 켰고 밥 먹고 화장실ㅡ샤워와 양치 포함ㅡ 가고 음악을 고르거나 사과 깎아 먹기, 빨래 개기, 설거지, 물 끓이기, 제라늄 등 조그마한 화분 12개의 자리 바꾸고 잎 떼어주기, 또 뭘 했더라. 치얼 업! 기억해내야 해! 아무리 짜내도 생각나지 않는다. 아, 맞다. 오늘 토요일이라는 걸 빼먹고 썼네. 음식물 쓰레기와 재활용, 일반 쓰레기까지 모조리 해치웠다. 큰일 했네. 그 외에는 브런치와 함께였다. 미쳤다. 밥도 딸은 차려주고 나는 한 끼 먹었다. 글을 고치는 동안 브런치에서 아무개 작가님과 독자님이 라이킷, 댓글, 구독을 했다는 알림이 울리면 배도 고프지 않았다. 자린고비 이야기처럼 마음으로 먹으라고, 다이어트를 시켜주려고 이름도 브런치였던가? 누구보다 먹는 데 진심인 내가 정말 미쳤다. 그러느라 요 며칠 위건강도 자세도 안 좋았구나. 그래서 만세를 부르는 자세로 자고 말도 안 되게 도깨비님을 영접했구나.  

어제 8시간 노동 시간을 몇 배나 어기는 동안 찾아 읽은 선배 작가님들의 글에서 그랬다. 이 중독의 초기 단계는 알림음과 구독자 숫자에 민감하다가 일정 시간이 지나면 자기 자리에서 안정을 찾게 된다고. 그나마 다행이다. 내 증상은 생각을 문어체로 하는 것과 읽은 글 읽기, 또 읽기, 다시 읽기 쯤이었는데. 점차 나아진다니 다행이다. 그래도 외쳐본다.

"얘들아, 너희는 브런치는 하지 말아라."


진짜 만세다. 키작녀가 어울리지 않게 공유 씨 커플과 지낼 일도 고역이었을 텐데 현실로 돌아와서 참 다행이다.


* 사진출처-'내가 찍은 사진만 사용해야지'하던 스스로의 약속이 있었는데 공유 씨 사진은 도저히 찍을 방법이 없어 드라마 '도깨비'사이트에서 가져와서 썼습니다. '도깨비'의 공이 얼마나 컸는데 공식 사이트 사진 화질을 이렇게 방치한 것인가! 화질은 제 잘못이 아닙니다.


#공유 #도깨비 #구독자 #알림 #브런치 #구독 #댓글 #중독 #사진

이전 01화 프롤로그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