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뇌와 친구가 되는 법
지난주 캐나다 토론토의 한 호텔에서 글로벌 동료들이 한자리에 모였다. 시카고에서부터 러시아, 아프리카, 아시아, 남미를 아우르는 각국을 대표하는 개성 넘치는 참가자들이 행사장을 가득 채웠다. 다양한 인종, 종교, 성별, 나이의 참가자들이 각자의 경험과 생각, 아이디어를 나눴다.
아이스브레이킹 세션부터 마음이 끌렸다. 일상에서 긍정적인 경험을 늘리는 작은 실천들이 우리 뇌의 가능성을 높일 뿐 아니라 회복탄력성과 웰빙, 긍정적 마인드셋을 기를 수 있다는 것이다. 매일 작은 기쁨을 충전하기 위해 나는 어떤 노력을 기울이고 있을까?
저녁 식사 시간 러시아 동료가 옆자리에 앉았다. 글로벌 미팅 때마다 자신 있게 의견을 개진하며 에너지가 넘치는 금발의 아름다운 여성이었다. 서로의 업무 경험과 고충, 노하우, 일상생활의 이야기들이 오갔다. 수다 끝에 커리어에서 어려웠던 경험이 있었는지 질문을 받았다. 나는 지난해 동료와의 갈등으로 힘들었던 시간들을 담담하게 공유했다. 솔직한 대답에 마음이 열렸는지 그녀는 아직 현재 진행형인 옆 부서장과의 갈등을 털어놨다. 긴밀한 업무 협력이 필요한 관계여서 처음엔 여러 차례 대화를 시도했으나 계속 거부하는 상대에 지쳐 이제는 본인도 마음을 닫았다고 했다. 멘토의 조언대로 자신의 보스와 인사부에도 도움을 청하고 다방면으로 노력했지만 진척이 없어 결국 포기했다는 말이 쓸쓸하게 다가왔다.
사회에서 만난 관계에서 어떤 계기로든 서로에게 상처를 주고 마음을 닫은 채 일해야 하는 상황을 직면하곤 한다. 함께 일해야 하는 관계라면 더 큰 스트레스다. 속으로 오만 가지 생각이 스쳐가지만, 형식적인 미팅이라도 할 수 있다면 그나마 다행이다. 하물며 논의는커녕 대화도 없이 서로 반목하면서도 성과를 내야 하는 그녀의 고통스러운 시간들을 가늠해 본다.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 싶어 내게 질문을 했던 것이다. 그 용기 덕에 쉽게 꺼낼 수 없는 이야기들을 나누고 한층 더 가벼워진 마음을 느꼈다. 뾰족한 솔루션을 주진 못했지만 혼자가 아니라는 위로와 공감을 얻었다.
러시아에서도 여성 리더십 모임을 이끌고 다른 나라들과 적극적으로 소통해 온 그녀는 출장 기간 내내 그 친구는 다양한 동료들과 적극 교류했다. 호기심을 보이며 업무 관련 궁금증을 묻고 모든 참가자들과 소통했다. 호텔 인근에서 자연을 만끽할 수 있는 곳도 부지런히 찾아다녔다. 하루 일찍 도착해 호텔에서 한 시간 남짓 거리의 나이아가라 폭포를 찾아 촬영한 동영상을 보여주며 자연의 장엄함 앞에서 맛본 경외감을 공유했다. 출장 마지막 날 오후 그녀의 제안으로 조인한 보트 투어에서 아름다운 토론토 야경에 흠뻑 빠졌다.
미팅 첫 세션에서 들었던 뇌의 신경 가소성을 이해하고 소소한 즐거움을 습관화해야 한다는 이야기가 떠올랐다. 흔히 직장 생활에서 가장 큰 스트레스로 사람과의 관계를 꼽는다. 수년간 협력 파트너와 갈등을 경험하면서 그녀가 어떻게 마음을 다스리고 에너지를 충전해 왔을지 고개가 끄덕여졌다. 연대할 수 있는 네트워크를 만들고 멘토, 동료들과 마음을 나누며, 자연을 찾아가 감탄하는 모습이 한눈에 그려졌다. 이미 자신의 뇌를 어떻게 친구로 만들어야 하는지 실천하고 있었다. 일상에서 작은 행복과 기쁨을 찾아 스트레스로 위축될 수 있는 뇌를 다시 활성화하고 있었다.
인생의 고비를 어떻게 지나왔는지 돌아본다. 생각보다 강하다고 되뇌며 견디기를 반복해 온 애처로운 내 모습이 떠오른다. 감정의 뇌가 비상 상황을 외치며 온몸의 근육들이 잔뜩 긴장한 채 전투와 방어 태세를 갖추고 한껏 움츠렸던 나날들.
앞으로도 힘든 순간들을 어김없이 통과해갈 미래의 나에게 토닥이며 말해줘야겠다. 괜찮다고. 그대로 내려놓고 마음 놓고 쉬어도 된다고. 혼자 웅크리기보다 힘을 빼고 사람들과 마음을 연결해 보라고. 거대한 자연 앞에서 내 고민의 무게를 덜어보라고. 우연이 거듭되어 탄생한 나라는 존재 자체에 그저 감사하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