꼰대언니A의 진로조언 "말하면 좀 들어요!"

타인의 시선 속에 진실이 머무는지 2

by 실장에서 소장으로

주변에 다행히도 선하고 바른 품성의 사람들이 자주 머물렀다. 친구나 동생들도 있었지만, 언니오빠 격 선배들과 교류하는 것은 나의 큰 기쁨이자 안식이었다.


그렇다고 해서 선배님들이 모두 편안한 스타일은 아니었다. 참 좋아하고 존경도 하지만, 곤혹스러운 순간이 있기도 했다. 특히나 나는 T이면서 솔직하고 투명한 일대일 관계를 추구했기에, 의견이 다를 때 일부 받아들이고 감사를 표하더라도 나만의 관점이나 결심 등을 밝히는 편이었다. 그런 진실한 과정 속에 우리는 소중한 관계가 되어간다고 믿다가도 어느 날은 착각임을 깨닫기도 했다.


오늘은 그 선배들 중 A언니에 대한 이야기이다. 어느 날 갑자기 불현듯 꼰대가 된 그녀.

중요한 시점에 이직하고자 하는 나를 두고 주변에서는 나를 부러워하거나 무작정 응원을 해주는 동료들도 많았는데, A언니는 제법 걱정을 했다. 다음 선택에 도움을 주고 싶은 듯했다. 그 관심과 염려가 큰 위로가 되고 고마웠다.


그날 A언니는 회사 앞 카페 등지에서 시간을 내어 아이스커피라테였던가 하는 걸 한잔 사주며 "사랑 씨(내 가명)는 ㅇㅇ강사를 해봐요."라고 말했다. "제가요? 헤헤." 나의 짧은 반응과 함께 다른 주제로 넘어가고 있던 중 다시 A언니는 말했다. "ㅇㅇ강사를 꼭 해요. 내가 지금껏 지켜봤잖아요. 사랑 씨는 해야 된다니까요. 나도 알아봐 줄게요." 좋게 봐주는 그 말에 고맙기도 하고 기분도 조금 붕 떴지만 사실 나는 강사를 하지 않기로 한 나름의 개인적 이유가 있었다. 그날 자세히 설명하기엔 길다 싶어 "너무 좋죠. 근데 제가 가려는 쪽이 다른 방향인 듯해요."라고 답하고 말려는데, 늘 조용하고 차분하던 A언니가 손목을 딱 힘주어 잡는다.


눈동자를 맞추며 목소리 볼륨을 2배는 높여서 외치듯 말하길 "사랑 씨, 잘 들어요. 제가 사실 예전부터 여러 번 말했어요. 진짜 아까워서 그래요. 말하면 좀 들어요! 자기 자신보다 보는 사람이 더 잘 알 수도 있잖아요!"


나는 갑작스런 강압적?조언에 약간 당황했고 몇 초간 무음모드로 얼었다. 생각해 보겠다고 답하며 고마움을 표했지만, 민망했고 의아했고 조금은 침범당한 기분을 느꼈다. "우리 A언니는 너무 좋지만 꼰대인 건가. 내가 아니라는데..."


이로부터 많은 세월이 흘렀다. 나는 강사가 되지 않았고, 중간중간 좋은 강의 제안을 받거나 기회를 마주쳤지만, 그럴 때마다 고집스럽게 내 결심을 지켰다. 그런데 이제 와서 하는 생각이지만, 지금 나는 강사가 되고 싶은 것 같다. 그전에 이미 되었으면 좋았을 거란 생각이 들 때도 몇 번 즘은 있었다.


그녀가 직접 한 말처럼 A언니는 자신보다 나를 잘 알아보았나. 내가 굳이 정해놓고 지키려던 나만의 기준은 아집이었던가. A언니가 그렇게 힘주어 말하던 순간에, 좀만 더 마음을 열었다면 모든 게 자연스럽고 빨랐을까?


옛 기억과 함께 나에 대한 물음표들이 떠오르자 새삼 그때의 그녀 마음이 무엇이었는지, 어땠던 건지도 알고 싶다.

keyword
작가의 이전글조카가 글로 묘사해낸 나의 AI이미지가 증명사진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