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카가 글로 묘사해낸 나의 AI이미지가 증명사진 같다

타인의 시선 속에 진실이 머무는지 1

엊그제, 초등학생 조카가 방학을 맞아 집에 왔다. 그 나이라면 당연히 공사다망하시겠지만, 오랜만에 놀러 온 것인데도 휴대폰을 놓지 못한다.


오늘의 프로젝트는 새로 친해진 AI에게 이미지 생성을 요청하여 실사와 같은 결과를 뽑아내는 것이라는데, 집중력이 대단하다. 사진을 제공하지 않고 글로 된 묘사만으로 그것을 해내겠다는 것이 꽤나 대단한 포부로 느껴졌는데, 고모를 생성해내겠다며 단어와 문장을 총동원하더니 십여 분 만에 나를 만들어냈다.


'뜨끔'하여 놀란 내 옆에서 조카는 살짝 미안한 표정을 하고 서있다. 어떻게 묘사했기에 이토록 지금의 나와 닮았는지 알려달라 조른 결과 명령어 속에 '생기가 없는' '철없는' '남친 없는' 등의 뭐가 주로 없는 듯한 단어를 입력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요청하지 않았지만 조금 지나니 조카는 새로운 이미지를 만들어왔다. "그러니까 고모가 화장을 좀 해야 돼"라며 그 이미지랑 똑같은 화장을 해주겠다고 메이크업 키트를 빨리 내놓으란다. 그렇게 우리 남자 어린이 조카에게 얼굴을 내주고 또 10분 정도 메이크업을 받았다. 볼이 얼얼하도록 피부를 팡팡 두드리고 눈썹이니 입술이니 야무지게 그려 넣더니 너무 만족한 그 얼굴.


"그래, 이렇게 다녀"라더니 내 손을 끌고 할머니할아버지, 지 아빠엄마 형아에게 순회공연을 한다. 반응도 좋고 조카는 신이 나셨다. 조카와 사진도 몇 방 찍히고 나서 홀로 화장을 지우며 생각한다. '신기하네. 똑같네.'


AI 친화적인 인간이기는 하지만, 이번 건으로 AI의 기능에 놀랐다는 것이 아니다. 조카의 명령 기술에도 아주 약간은 놀랐지만, 그것에 앞서 그 명령을 도출해 낸 #시선에 놀랐다고 해야 옳겠다.


조카는 나의 일상과 본질을 모른다. 게다가 항상 함께할 때 연령을 낮추어 친구가 되거나 이벤트용 캐릭터를 연기하기 때문에 내 전부를 알기는 쉽지 않다. 그런데도 나를 꿰뚫고 있다?


어쩌면 '타인의 시선'이 나 보다 나를 더 잘 찾아내는 건 아닐까? 타인의 시선을 모두 모으면 3D, 4D의 진짜 내가 생성되는 건가?


그런 생각으로, 타인의 시선 속에 머문 나를 기록해보기로 한다. 모아보자. 나를 입체적으로 다방향에서 생성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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