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노형동에 위치한 봄날의춘천은 벌써 올해로 10년이 되었다. 크고 작은 가게들이 문을 열기도 하고 닫기도 하며 새로운 곳이 곳곳에 문을 열기도 한다. 남편은 봄날의춘천 가게를 중심으로 골목상권이 탄탄하게 하고 있어야 곧 우리가 살길이라는 생각을 갖고있다. 가게에서 걸어서 갈 수 있는 거리에서 먹고 마시는 생활을 하고 있다.
가게를 마감하고 출출할 때는 노형동 오부장 치킨에서 치킨을 포장하기도 하고, 파리바게뜨에서 빵을 사고, 노형서적에서 아이들 문제집을 사고, 피자가 먹고 싶으면 난타 피자, 분식이 먹고 싶을 때 버무리에 간다. 온통 가게를 중심으로 노형동에서 유명한 식당이자 명성을 떨치며 오래도록 자리 잡은 곳들이다.
집에서 가게로 가는 골목에 새로운 미용실이 생겼다. 아직 머리는 유목민처럼 정착을 잘 못 하고 있던 찰나 눈여겨보고 있었다. 미용실 이름은 필링이다. 새로 지은 다가구 건물 1층에 있다. 감각적인 매장 이름으로 끌리는 곳이다. 남자 헤어디자이너선생님께 머리를 맡겼다. 세심한 손길, 따뜻한 말투 서울 남자였다. 제주가 너무 좋아서 자주 여행을 왔다가 이주해왔다고 했다. 제주에서 미용실 열 수도 있지만, 경험 삼아 월급디자이너로 일을 한다고 하며 살갑게 해주셨다. 필링원장은 미용실에 전혀 관여하지 않고 월급을 받고 있어서 좋다고 했다. 머리 커트도 마음에 들고 가게랑도 가깝고 그 후로 필링 미용실은 우리 가족 단골 미용실이 되었다.
매달 잡초처럼 머리를 깎아주고 다듬어 주어야 하는 아들, 태어날 때부터 곱슬머리여서 생머리가 되고 싶은 딸, 남편에게 안성맞춤 커트를 해주시는 디자이너.
몇 년을 필링 미용실 남자디자이너선생님께 온 가족이 머리를 맡기며 다니고 있던 찰나, 아들이 피시방에서 그 디자이너 선생님을 만났다고 했다. 나중에 들은 얘기지만 원장이랑 싸워서 일을 그만두고 알 바를 하는 중이라고하며 피시방 놀러 간 아들을 보고 반갑다며 음료수 서비스까지 주었다고 했다. 다시 미용실 유목민이 되어 그거 웃어지어야 했다.
얼마 전 필링미용실 헤어디자이너선생님이 가게에 여자친구와 함께 식사하러 왔다. 헤어디자이너로 일하며 틈틈히 시를쓰고 글을쓰며 지냈다고 하셨다. 이번 국제문인협회에서 주최하는 국제문예 신인문학상 시부분에 수상했다고 한다. 책이 나오면 가게에 와서 주기로 약속했다. 처음에는 헤어 디자이너로 만나 가족의 맞춤 디자이너처럼 잘 해주시다가 그만두셔서 아쉬움만 남았다. 다시 미용실 유목민이 되었지만, 시인으로 다시 찾아온 손님의 인생, 삶을 응원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