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이주해 온 육지사람

by 봄날의춘천저널

제주 첫 년세 집은 처참했다. 빨래를 널어 말리고 나서 착착 정리할때의 뽀송뽀송한 느낌이 없었다. 눅눅하고 잘 마르지도 않는 습기가 젖어있었다. 다가구건물 1층은 햇볕도 잘 들지 않았다. 습기의 향연. 우리가족은 적응해야만 했다.


춘천에서 겨울이되면 보일러를 켜고 거실 한쪽에 건조대위 빨래를 널고 자면 그다음 날 다 말랐는데 여기선 꿈만 같은 일이었다. 무서운 가스값. 그해 3월 꽃샘추위로 추웠지만, 온수 매트만 위에서만 살았다. 제주 이주후 제습기 2대를 사고 매일매일 물을 쏟아 버리고 또 돌리기 시작했다. 어느 달에는 수도세가 한 달에 30만 원이 넘게 나와서 누수검사까지 했다. 이건 아니다 싶었다. 누수확인을 했지만, 어디에서도 잡을 수가 없었다.


4층 다가구주택 1층에 살았다. 2층, 3층은 원룸으로 이루어져 있어 한라대 대학생들이 오가며 밤에는 고성과 술판, 층간소음이 심했다. 남편이 몇 번을 위층을 오가며 큰소리가 났다. 제주에는 우리뿐인데, 벌써 불안이 스멀스멀 올라왔다.


가게 임대계약은 시작일 뿐이었다. 남편은 아침부터 밤까지 가게 실내장식 공사에 매달렸다. 기존의 가게 안 철거작업부터 했다. 인테리어 업체를 몇 군데를 선정하여 견적을 받았다. 평당가격으로 우리가 생각했던 금액보다 상당히 높은 가격. 다리가 후들후들 거렸다. 남편이 직접 나서서 해보겠다고 선언했다. 공사는 하나부터 열까지 업체를 선정하고 세심히 신경 써야 하는 일. 두 달간 공사 기간 두고 개업일을 5월 8일로 정했다.

춘천 휴대전화매장에서 일만 하던 남편 몸무게는 120킬로였다. 제주 내려오고 나서 몸으로 직접 공사를 하다 보니 80킬로까지 살이 빠졌다. 연애 때만 보던 날렵한 턱선을 제주 와서 처음 보았다. 턱선 보고 결혼했는데, 그마저도 아이들 키우느라 잊고 살았다.

제주 3월 봄날,휘몰아치는 바람에 적응해가며 습기와 전쟁을 치르며 나도 점점 육지 사람에게서 제주 사람이 서서히 되어갔다. 육지라는 단어. 춘천에서 살 땐 단 한 번도 입 밖에 내보지 않았던 거 같은데. 제주 섬나라에 오니 어디서든 육지사람이 입에 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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