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이 물 마를 날이 없다

by 봄날의춘천저널

식당에 출근하면 제일 먼저 창문을 열고 환기를 시킨다. 방과 테이블이 있는데 방쪽에 슬라이드로 모두 창문을 열어둘 수 있다. 주방으로 들어가 어제 설거지 해 놓은 숟가락과 젓가락을 물에 넣고 푹푹 삶는다.

팔팔팔, 보글보글 끓기시작하면 잠시 대기했다가 대야에 채을 받쳐놓고 식기류를 쏟아부어놓는다. 채에는 숟가락과 수저만 남기고 대야에는 끓였던 물이 담겨진다. 이럴 때 방심하면 금물이다. 손목안쪽과 냄비가 입맞춤이라고 해야할까. 접촉으로 화상을 입었다. 특히 손목은 예민한편인데 금세 살이 부풀어올랐다. 카운터에 있던 화상연고를 급하게 바르고 일을 또 해야만 했다.

식당 주방에서 일을하다보면 화상은 흔하고 흔한일이되어버렸다. 주방에서 제일 위한물건이라면 뭐가 있을까? 칼이라고 생각하는가. 나는 양파와 양배추를 채를 썰기위한 채칼이 제일 무섭다. 매일매일 해야하는일중에 하나가 양파와 양배추 채칼로 미는일이다. 비닐장갑이나 고무장갑을 끼고 채칼을 이용해 했다. 그날은 급한일도 없었는데 아무런 장비없이 맨손으로 그만 채칼로 양파를 밀다가 내 손바닥 살까지 밀어버렸다. 쓰윽하고 살이 밀려 나갈 때 비릿한 피냄새도 나고 정신이 아찔하다. 급하게 지열을하고 동네약국으로 뛰어갔다. 응급실갈까도 생각했지만 다행히 부위가 작아 약국으로 향했다. 소독약과 반창고를 사와 바르고 비닐장갑을 끼고선 그날 일을 했다.


화상과 채칼로인한상처 둘다 아픔의 정도를 말하자면 채칼로인한 상처는 뼈속까지 아리고 아팠다. 화상은 그날의 상처로 끝이났지만, 채칼은 집에가서 밤새 잠을 잘 못이룰정도였다. 가게에서 상처가 나면 반창고 붙이고 일을 하게된다. 나중에 집에가서 긴장이 풀릴 때 아픔이 파도처럼 밀려온다.


내가 어릴적 친정엄마가 식당에서 일할 때 엄마 손이 다친적이 있다. 그시절에는 식당에는 식기세척기도 없었겠지만. 설거지를 하다가 젓가락이 엄마 두 번째와세번째 손가락 사이를 뚫고 들어간적이 있었다. 얼마나 아팠을까? 엄마는 아무일 없다는 듯 또 일을 했다. 그 곁을 지켜보는 내 마음은 어렸지만 찢어졌다. 엄마가되어 나도 일을 해보니 그 시절 엄마를 조금은 이해하게되었다. 내가하는일이 집에 생계고 두 아이를 잘 자랄수있도록 하는 버팀목이니 버티는 수밖에. 무심코 닥쳐온 아픔는 지나가는 바람처럼 잠시 상처만 남겨둘뿐이다.


베이지 노란색 인용문 인스타그램 게시물.p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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