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시 노형동에서 숯불닭갈비 봄날의춘천 식당 문을 열고 장사한 지 10년이 되었다. 그 세월만큼 10년 단골손님 부부가 있다. 시어머님부터 남편, 그리고 나까지 포함하여 주방일 하는 직원, 홀서빙 아르바이트까지. 두루두루 모두 알고 있는 단골손님. 그야말로 가게 역사를 모조리 알고 있다. 홀서빙 아르바이트는 누구누구는 잘한다고 친절하고 칭찬하기도 하고, 초보 아르바이트가 오면 말도 걸어주고 일 잘하라고 하고 하면서 팁까지 알뜰히 챙겨주시는 분이다.
식당에서 가까운 거리에 사는 부부는 생일 때, 육지에서 손님이 올 때, 친척이 오면 와서 자리를 꽉 채워주신다. 보통은 저녁 식사하러 두 분이 오시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나이는 50대 중반으로 보이고 기분이 좋을 때는 현금계좌 이체도 해주신다. 저녁에 식사하고 가시면서 이번에 이사를 하신다고 한다. 육지에서 내려와 노형동에서 터를 잡은 지 10년이 되었다고 했다. 노형동이 아닌 다른동네에서 살아보고자 이사를 하신다고 했다. 아쉬운 마음에 서운하다고 마음을 전하니 맘먹고 30분이면 온다며 자주 오겠다고 하셨다.
가게 안 술 냉장고 위에는 맥주잔, 소주잔, 복분자잔, 생맥주잔 등이 상자째로 올려져 있다. 단골손님 부부는 소주, 맥주잔 특이한 게 나오면 수집을 하신다. 다른 식당에서 신기한 소주잔을 보고 오면 우리 가게에 와서는 그 잔을 찾아 달라고 한다. 남편은 주류회사에 말해서 갖다 달라고 말을 몇번 했다. 벌써 10년째 단골 부부가 요청하면 갖고 있다가 주는 식이다. 내가 가게에서 일하면서 단골 부부를 알게 되었다. 식당 문을 열 때부터 왔었다고 말했고, 내가 오고 나니 가게가 더 좋아졌다고 말해줘서 고마웠다.
단골 부부가 오면 계산하고 갈 때 빈손으로 간 적이 없다. 새 소주잔이나, 맥주잔을 상자째 챙겨가고, 술 냉장고에 있는 잔들을 쭉 둘러보면서 대놓고 달라고 하여 당황했던 적도 있다. 얼마 전에 단골손님 부부 여자분이 생일이라고 하면서 오셨다. 장어를 먹자고 했지만 숯불 닭갈비 먹고 싶다고 하여 오신 거라고. 고마웠고, 더 잘해드리고 싶었다. 장어 대신 닭갈비라니. 장어를 이겼으니, 서비스를 뭐라도 더 챙겨드리고 싶었다. 단골손님 부부는 소금 닭갈비 2인분과 닭근위를 주문 하셨다. 닭근위는 초벌하여 손님상에 나가지만 단골손님 부부는 양념 간만 하여 나간다. 진정 고기를 구울 줄 아는 분이다. 초벌 되어 나가면 쉽게 먹지만 육즙이 빠져 맛이 떨어진다고 하여 직접 구워서 드시는 분이다.
소금 닭갈비도 초벌 되어 나가지만 접시에 덜어 그때그때 불판에 몇 접을 구워서 드신다. 고기 잘 굽는 사람 바로 그분. 정말 칭찬하고 싶다. 그 옆에 앉아 고기를 먹고 싶을 정도다. 고기를 구우시면서 냉장고 위를 스캔하신다. 나를 부르시더니 소주잔 상자를 구할 수 있냐고 물으신다. 새 소주잔이 아닌 소주잔 상자? 알고 보니 이삿짐을 싸다 보니 소주잔이 너무 많이 나와서 수납하기 위해서 소주잔 상자가 필요하시다고. 여기저기 가게에 찾아봤지만 새 소주잔 상자는 없다고 말씀드렸다. 새로 나온 소주잔이 나오면 가져가셨으니, 아마도 양이 어마어마 할것이라고 예상된다.
부부는 식사를 마치고 나가시면서 본인들이 직접 드신 소주잔을 갖고 가시겠다고 하며 생일 축하하는 자리로 닭갈비집에 왔으니 오늘을 기념하기 위해 소주잔을 챙겨서 갖고 가셨다. 소주잔 가져가는 손님은 처음이다.소주잔은 술을 제공해주는 주류회사에서 요청하면 가져다준다. 내가 직접 사는 건 아니지만 가져간다고 하길래 놀랬다.
사랑하는 연인 사이에 장거리 연애는 쉽지 않고 자주 얼굴도 못 보는 사이가 된다. 닭갈비가 뭐라고 저멀리 다른동네에서 온다고 말하는 단골 부부가 고맙기도 하고 소주잔을 가져가는 부부를 미워할 수가 없다. 고운정미운정이 켜켜이 쌓여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