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부부는 동갑이다.
스무 살, 아직 세상에 서툴고 풋풋하던 그 시절, 나는 남편을 처음 만났다. 여름이 저물고 가을의 문턱이 다가오던 어느 날, 춘천 명동 시내 버스정류장이었다. 청바지에 노란 햇병아리 같은 반팔 남방을 입은 그는, 내 눈에 청춘만화의 주인공처럼 서 있었다. 큰 키, 깊은 눈, 날렵한 턱선. 그 모든 것이 한순간 내 마음을 흔들었다.
그때의 나는 첫인상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이었고, 어쩌면 지금까지 그와 함께 살아가는 이유도 그날의 첫인상을 놓지 못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내가 처음 마주한 그의 눈빛, 손짓, 몸짓, 얼굴의 선. 그 모든 것에서 전해지는 느낌은 내게 오래도록 남아 있다. 첫인상은 단순한 처음이 아니라, 때론 오랜 시간을 견디게 하는 힘이 되기도 한다는 것을 나는 남편을 통해 배웠다.
그런 성향은 내 일상에도 스며 있다. 가게 문을 열고 들어오는 손님을 볼 때도 나는 무의식적으로 첫 느낌을 따라간다. 억지로 끌려온 듯 시큰둥한 표정을 짓는 손님을 보면, 나 역시 마음이 무거워진다. 반대로 환하게 웃으며 들어서는 손님을 보면, 그 순간부터 가게의 공기마저 달라진다.
사람을 대하는 내 태도,
그리고 지금의 삶까지도 결국 첫인상이라는 이름의 기억에서 출발한다. 그 기억이 나를 움직이고, 나를 지탱하며, 나를 여전히 사랑이라는 자리로 불러 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