꼴 보기 싫은 수염, 장사의 부적이 되길

by 봄날의춘천저널

스무 살 연애할 때 남편은 180㎝ 넘는 큰 키에 말라깽이 몸, 나보다 크고 깊은 눈매, 날렵한 턱선이 있었다. 베이식 연한 면바지에 카키색 스웨터, 폴로 모자를 쓴 그의 첫인상은 순정만화 속에 나오는 대학생 오빠처럼 청순했다. 지금은 그의 모습 어디에서도 그때 그 느낌을 찾아볼 수가 없다. 세월은 그만큼 흘렀고 우리도 마음은 청춘이지만 몸은 40대 후반이 다 되었다. 키는 그대로인 듯하지만, 술 로 인하여 불어난 몸과 뱃살, 운동으로 더 까무잡잡해진 피부. 외모로 사람을 판단하는 건 아니지만 첫인상을 중요하게 생각한다. 자영업 중에서 특히 음식업을 하는 사람이라면 깔끔하고 깨끗한 모습으로 손님을 맞이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 남편이 수염을 기르기 시작했다. 무슨 수염이란 말인가. 음식 장사를 하는 사람이 웬 수염? 시꺼먼 수염? 나는 치를 떨었고 깔끔하게 하길 바랐지만, 남편은 내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하면서 그냥 좀 놔두라고 했다. 어느 순간은 옆에 자는 남편의 수염을 밀어 버리고 싶은 순간들이 많았다. 남편은 예전부터 수염을 기르고 싶었다고 이번에 한번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그놈의 고집을 꺾을 수가 없다. 남편이 아프면 병원을 가라고 잔소리를 하면 내 말은 뒷전이다. 진정 본인이 직접 아파야 자기 스스로 병원을 가는 성격이다. 3월 초에 간이 아프다고 했을 때도 마찬가지다. 내가 잔소리를 한다고 한들 들을 사람도 아니고 해서 한발 물러서 있었더니 본인이 얼마나 아팠으면 스스로 병원을 찾아갔다.

제주 이주 처음으로 이사한 집은 노형동 다가구 건물 1층이었다. 옆 옆집에 족발 맛집으로 유명한 바로 족발이 있었다. 10년 전 바로 족발 사장은 청년이었다. 검은색 두건을 두르고 시꺼먼 수염이 인상적이었다. 족발집은 장사가 잘 되어 부모님 모두 나와서 일을 하시고 근처에 별관까지 영업 확장을 했다. 지금은 중국인들한테 소문이 나서 대기가 엄청나다고 들었다. 족발 마진도 좋다고 들었는데 돈을 아마도 긁어모을 것이다.


나만의 영업징크스가 있다. 식당 매출이 좋았을 때 입었던 옷, 모자, 신발 등을 기억했다가 똑같이 입고, 쓰고, 신고 나간다. 오늘 매출이 그날처럼 상승하길 바라는 마음이다. 남편도 수염 기르는게 족발집사장처럼 우리 가게 잘되길 바라는 것일까. 꼴도 보기 싫은 수염이지만 부적처럼 손님이 많이 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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