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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남지역 산불 이후 재난약자에 대한 심리사회지원2

by 디나모

지난 글에서는 주로 아동 청소년에 대한 지원 활동 소개를 하였는데요, 이번에는 또다른 재난 약자인 어르신들을 위한 활동을 돌아보고 나누는 시간을 가지며 지난 2달간의 심리사회지원 활동글을 마무리하려고 합니다.


서울과 수도권, 대도시가 아닌 지역에서의 재난의 경우 이재민들의 대부분은 고령 인구입니다. 이번 산불이 있었던 산청, 의성, 청송, 영덕 등은 특히 고령화된 인구의 비율이 상당히 높은 곳들이죠. 그렇기에 이분들의 특성을 고려한 지원은 참으로 중요합니다.


맞춤식 초기 구호 물품 지원과 더불어 적절한 시기에 마음을 돌보기 위해 찾아가는 심리지원 활동 역시 빠질 수 없습니다.


그러면 언제가 그 적절한 시기일까 아래의 도표와 같은 재난 트라우마 회복의 단계와 현장에서의 경험을 비추어보았을 때, 당연히 극심한 충격을 받은 초기에서부터 회복의 전 과정에서 필요로 하겠지만 특히 재난 직후 대피소 생활이 일단락이 되는 1개월 이후부터 임시거주지역의 생활이 어느 정도 자리잡는 시기라고 여겨집니다. 왜냐하면 이 시기 정도 되면 세간의 관심과 지원이 줄어든다라는 체감을 하기 때문입니다. 명칭 역시 환멸기라고 되어있습니다. 물론 임시거주지역에서 생활하실 수 있도록 제반 시설 설치와 같은 과정은 진행이 되지만 본격적으로 상실과 허함,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나가야 하는 시기에 접어들면서 더욱 커다란 지지가 필요하게 됩니다.

(재난 직후 지속적으로 여러 시점들에서 심리지원 활동이 필요하겠지만, 국내 재난 이후 경과에서 대피소 생활이 일단락이 되는 1개월 이후부터 임시거주지역의 생활이 어느 정도 자리잡는 시기는 더욱 필요한 시기라고 여겨집니다. 왜냐하면 이 즈음부터 사람들의 관심과 지원이 줄어드는 느낌을 가질 수 있고, 임시거주지역에서 생활하실 수 있도록 제반 시설 설치와 같은 과정은 진행이 되지만 본격적으로 상실과 허함, 새로운 생활에 적응해나가야 하는 시기에 접어들기 때문입니다. 물론 이후에도 정기적인 방문이나 기념일과 같은 시점으로 해서는 주기적으로 연결에 대한 고려가 필요합니다.)


2022 재난 정신건강 실무자를 위한 표준 매뉴얼 (재난 트라우마 이후 회복의 단계).png 시기별 재난 회복 단계 (출처: 2022 재난 정신건강 실무자를 위한 표준 매뉴얼)


이와 더불어 지역적인 고려 역시 필요한데요, 대피소로 오지 않고 인근 경로당에서 머무르시는 경우도 비일비재합니다. 이 경우 아무래도 대피소에 계시는 것보다는 정보나 물자면에서 소외되는 경우가 더하고 이장님과 같은 개인의 활동성에 의지하는 경우가 크기 때문에, 이러한 활동성이 약하다거나 지리적으로 접근성이 떨어지는 경우에는 그 소외 정도는 더욱 커다랗습니다. 게다가 임시주거지역이 언제 될지 모르는 막연함으로 더욱 피로도가 높아져 가기도 합니다.


지방의 경우 지원 인력에 비해 감당해야 할 범위가 워낙 넓기 때문에(예를 들어, 청송군의 면적과 서울시의 면적을 비교해보아도 그 차이가 현격함을 알 수 있습니다.) 적절한 지원 시기와 더불어 이렇듯 지리적 접근성 역시 고려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이러한 접근성을 고려하여 청송군에 위치한 15개 가량의 경로당을 방문하여 2회기의 심리회복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하였습니다.


짧은 회기수이지만 역시 잊지 않고 먼길을 찾아와준다라는 말씀들에서 재난피해자들에게 가장 필요한 것들 중 하나는 역시 기억하고 연결되어 있다는 느낌이겠구나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앞서 지원하는 과정에서 전해드린 간식(만두)에 대해서 정말 맛있게 드셨는지 기억하시고 줄곧 고맙다는 이야기도 듣게 되었습니다.

조금씩 잠도 잘 자고 편안해지고 계신다는 분도 있는 반면, 여전히 산불 당시의 장면이 떠오르는 플래시백으로 인해 잠을 깨기도 하는 개별적인 편차가 있었지만 625보다도 더하다는 비유에서처럼 모두에게 상상할 수 있는 영역을 넘어서는 ‘트라우마적인’ 경험임은 분명해보였습니다.


몇대에 걸쳐 이어져 내려온 모든 것들이 일순간에 사라져버린 황망함과 상실감, 그리고 말씀하시는 사이사이 '왜 나에게...?'라는 근원적인 질문에 대해 복합적인 감정들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 모든 현실과 상황을 뒤로 하며, 그럼에도 밭일을 나가시는 모습을 보면서 회복에서 중요한 현재의 일상에 집중, 계속 이어가는 것을 실천하고 계시는구나 싶습니다. 아마도 무한한 회복력을 가진 자연과 가까이 살아온 경험에서부터 비롯된 것이겠죠.


경로당에서 함께 계시는 것이 분명 서로서로에게 힘이 되는 반면, 장기화된 공동 생활은 불편함 역시 불러일으키는 듯 합니다. 하루 빨리 임시주택이 마무리가 되고, 이 과정에서 위치나 임주시기 등 관련 불편과 불만을 최소화하여 전과 비교할 수는 없겠지만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실 수 있도록 물심 양면의 지원이 이루어지기를 바래봅니다.


KakaoTalk_20250526_172149296_10.jpg 푸릇푸릇 일어나는 자연의 회복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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