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어린이들과 보드게임 수업 후 자투리 시간에 스무고개를 하고 있습니다. 사진이 있으면 사진 속 동물을 맞혀야 해요. 미처 사진이 준비가 안되면 빈 종이에 동물 이름을 써서 술래 손에 쥐어 줍니다.그 종이 속 동물의 이름을 맞히면 됩니다. 술래는 그 동물 이름을 보고 친구들에게 질문을 받아요. 그리고 예, 아니오로만 답을 합니다. 동물이 가장 쉽지만 부엌에 있는 물건이나 탈 것 등이 문제로 나오기도 합니다.
초등 1학년 어린이들이어서 그럴까요? 친구가 물었던 질문을 또 합니다.
"땅위에 사는 동물인가요?"
라고 방금 질문을 했는데, 조금 후에 다른 아이가
"육지에 사는 동물인가요?"
라고 물어요. 어떨 때는 2번만에 맞힙니다. 가끔 스무고개가 서른 고개가 되기도 합니다. 길어지기도 하고 금방 끝나기도 하지만 어린이들은 이 놀이를 즐깁니다. 질문을 할만큼 했는데 답을 알 수가 없을때는 서로의 얼굴만 쳐다봅니다. 금방 어렵다고 말을 하지요. 그럴 때는 조금씩 힌트를 주기도 하지요.
어린이들은 서로 술래가 되겠다고 합니다. 결국 술래할 차례를 정해요. 자투리 시간에 하다보니 두 명이나 세 명을 하면 수업이 끝이 나요. 아이들은 쉬는 시간에도 하자고 해요. 다음 시간에 전래놀이 선생님이 들어오셔야 해서 쉬는 시간에는 안됩니다. 다음에 꼭 하자고 약속을 하고 나옵니다.
"동물입니다. 우리나라 산 속에 있어요. 토기보다 큽니다. 포유류입니다. 새끼를 낳아요. 털이 있고, 네 발입니다."
어떤 동물인지 아시겠어요. 아직 답이 나올 상황이 아닌데 개미부터 다람쥐도 나오고 두더지도 답이라고 합니다. 토끼보다 크다고 했는데 그렇네요. 술래가 참다 못해 한마디 합니다.
"농작물을 파헤쳐!"
이 말을 듣는 제가 깜짝 놀랐습니다. 아이의 농작물이라는 단어에 놀랐고, 이제 금방 답을 나오겠구나 싶었어요. 아니었습니다. 아이들은 답을 찾지 못했어요. 멧돼지는 모두 다 아는 동물이지만, 먹을 것이 없어 산을 내려와 먹을 것을 찾는 멧돼지는 처음 듣나 봅니다.
학생들의 질문을 들으면 책을 많이 읽었구나 읽지 않았구나를 알 수가 있어요. 스무고개를 하는 중에 서로 배웁니다. 양서류,포유류가 뭔지 몰랐던 아이들도 다음에는 그게 무엇인지 압니다. 곤충도 동물이에요? 라고 질문하던 아이들도 다음에는 당연히 동물인 걸 알게 됩니다. 질문을 통해 아이들은 지식을 얻습니다.
어느 날은 다람쥐와 캥거루로 토론을 했답니다. 다리가 2개이다 4개이다로 열띤 토론을 벌였지요. 캥거루 다리가 4개라고 알고 있던 저도 어느 순간 앞다리가 손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답니다. 네 발로 겅중겅중 뛰어 다니는 동물인지 다리가 4개 맞아요. 곰도 다리도 2개라는 어린이들이 있었어요. 동물원에 가면 곰이 두 발로 서 있고 걸어가잖아요. 결국 다리가 4개라는 것을 이야기 해주지요.
며칠 전에도 잠깐 시간이 남아 스무고개를 했지요. 사진에 당근이 있었는데 한 친구가 질문을 합니다.
"비타민 c가 있나요?"
헉? 저와 술래는 같은 표정이 되었습니다. 있는걸까? 업는 걸까? 저를 쳐다보는 술래에게 고개를 끄덕여 줬답니다.
다음 질문이 바로 들어옵니다.
"비타민 A가 들어있나요?"
당근은 비타민 A가 많지요. 그래서, 술래에게 고개를 또 끄덕여 주었지요. 알고 물어보는 건가 싶어 질문한 친구를 봤어요. 아무런 반응이 없네요. 옆에 있던 친구가 번쩍 손을 들고 술래가 지목을 합니다.
"주황색인가요?" 아는 단어가 나와서 기분이 너무 좋은 술래가 큰 소리로 대답을 합니다.
"네."
모든 아이들이 손을 번쩍 들었답니다. 주황색은 왜 다 당근이라고 생각을 할까요?
민우(가명)는 동물박사입니다. 제가 범고래를 돌고래라고 했다가 민우한테 지적을 당하기도 했지요. 술래가 상어를 들고 스무고개를 하는데
"주파수가 이만 헤르츠 이상인가요?"
라는 질문을 해서 저를 당황하게 했었지요. 다행스럽게도 돌고래가 주파수가 높은 동물인것은 알고 있었네요. 돌고래 이야기 하는 것 같아 아니라고 대답은 했어요. 그러고는 주파수 그걸 어떻게 아냐고 제가 물었지요. 민우는 책에서 읽었다고 해요.
이번에 드디어 돌고래가 주인공으로 나왔습니다.
"바다에 사는 동물인가요?"
"네"
"귀여운가요?"
이것도 참 애매한 질문입니다. 어떻게 대답할 지 모르는 술래가 저를 봅니다.
"귀엽다는 것은 개인마다 차이가 있기때문에 그 질문은 답을 하기가 어렵겠다"고 제가 말했습니다.
거기에 한마디 더 했지요.
"선생님은 아주 작은 강아지는 귀엽지만 장아지가 무서운 아이들도 있어"라고 예를 들었지요.
그랬더니 자기도 강아지가 무섭다고 하는 언이, 강연이는 개에게 물린 이야기를 합니다. 잠깐 다른 이야기를 하다가가 다시 게임을 시작합니다.
"돌고래보다 큰가요?"
라고 질문하는 언이... 술래의 표정이 제 표정이었지요. 술래는 어찌할 바를 모르고 제가 옆에서
"돌고래도 크기가 다르니까 돌고래보다 클 수도 있겠다."라고 수습을 했습니다.
하지만...
눈치 빠른 언이가 손을 번쩍 들고 말합니다.
"돌고래인가요?"
처음 동물이름 맞히기 스무고개를 할 때의 목표는 동물의 특징을 살려 질문하기였습니다. 다리가 2개인가요? 목이 긴가요? 갈기가 있나요? 뭐 이런 것이요. 틀려도 답을 먼저 말하고 보는 어린이들때문에 중간에 규칙도 바꿨습니다. 질문 5개가 넘어가야 답응 할 수 있었답니다.
다음에는 칠판을 가져가 볼까 합니다. 얼고개를 할 때까지 질문만 받고 답은 칠판에 쓰는 것도 재밌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