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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온경아 Dec 19. 2023

작은 도움으로 세상은 돌아간다.

12월 13일 수요일

보랑수의 생각 나누기


8시 30분.

보드게임 강사인 나는 오후에 수업을 나가는 편이다. 오늘은 특강이 있어 아침에 운전을 하고 학교 근처 횡단보도 앞에 섰다. 그곳에는 사람들이 모여있었다.   줄무늬 체육복과 짧은 체크무늬 스커트 입은 아이들은 중학생이고,  일반 평상복을 입은 아이들은 초등학생일 것이다. 그 아이들 속에 노란색조끼와 형광색 조끼 입으신 어른들이 깃발을 들고 횡단보도를 지킨다.  초등 3학년 정도 될 것 같은 아이 셋이 걸어오면서도 서로 보며 웃느라 바쁘다.  횡단보도 바로 앞에 멈춰 서서도 서로 낄낄댄다. 그 아이들을 형광색 조끼를  입은 어른이 인도 앞쪽에서 끌어안다시피 잡아당겼다. 아마도 더 안전한 쪽으로 아이들을 끌어당기는 것이리라. 아이들은 아무 저항 없이 몸을 이동하면서도 이야기에 집중을 한다.


이내 초록불이 켜진 횡단보도를 아이들은 삼삼오오 짝을 지어 걷는다. 횡단보도 끝을 작은 깃발이 앞으로 나란히 하고 있다. 형광색 입은 어른은 몇 명의 아이들 옆에서 보폭을 맞춰 같이 걸었다.

이른 아침 횡단보도를 지키는 사람들. 어떤 이유에서든 아이들에게 안전한 학교길을 가는데 도움을 주는 사람들이다. 그 모습을 지켜보니 나의 어린 자식들이 나의 정성만으로 자란 건 아니라는 생각이 문득 들었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 온 마을이 모인다'라고 했던가? 그 말이 지금은 맞지 않다고 했는데, 오늘 보니 그 말이 아직도 맞는 것 같다. 나도 아이들 초등학교 때 교통봉사를 했지만 그 외의 수많은 날들을 다른 사람들이 그 자리를 지켰다.  안전한 통학길을 만들기 위해서. 


그런 정성들이 모여서 우리 아이들이 컸고 오늘의 이 어린이들 역시 자랄 것이다. 횡단보도를 건너면서도 이야기를 멈추지 않은 아이들 그 옆을 같이 걷는 어른. 횡단보도 양 끝을 지키는 깃발. 그리고 그 깃발을 들고 서 있는 사람들. 날마다 누구  덕분에, 그 작은 도움들이 모여 세상은 돌아가고 있는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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