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학년들 보드게임 수업시간입니다. "선물입니다."라고 말하면서 시작하는 보드게임 프레즌트를 하고 있었지요. 프레즌트는 마이너스 카드와 플러스 카드로만 이루어진 게임입니다. 좋은 선물은 +1부터 +10까지 있고, 나쁜 선물도 -1부터 -10까지 있어요. 자신의 차례가 되면 자신이 가지고 있는 카드 중 한 장을 다른 사람에게 카드 내용이 보이지 않은 뒷면으로 줍니다. "선물입니다."라고 말하면서요. 이제 그 선물을 받은 사람은, 좋은 선물일 것 같으면 "감사합니다!'라고 받고, 나쁜 선물일 것 같으면 "괜찮습니다"라고 말하면 됩니다.
어떤 아이들은 친구들이 주는 카드를 거의 거절하고, 어떤 친구는 무조건 받습니다. 또 어떤 아이는 친구들로부터 선물을 많이 받고 어떤 아이는 거의 받지 못하지요.
수희는 수업시간 내내 눈이 가는 아이입니다. 게임할 때 끝까지 집중하지 못하고 자꾸 딴짓을 하거든요. 게임을 대충 하기도 하고요. 이기는 것에 대한 열정은 없습니다. 어쩌다 이기면 좋아하지만 그건 순전히 운이 좋아 이기는 경우입니다. 지는 것에 대해 별다른 감흥도 없고, 이기려고 노력하지도 않아요. 그러다 보니 자주 옆에서 지켜보게 됩니다. 수희는 자잘한 물건들을 가져와 친구들에게 주는 것을 좋아합니다. 문구점에서 파는 스티커나, 누군가에게 받은 사탕도 아이들에게 줍니다. 어느 날, 이번 게임에서 이기는 사람에게 자신이 가져온 스티커를 준다고 했답니다. 그 말을 들은 이후로 수업시간에는 친구들에게 물건을 주고받는 것을 하지 못하도록 했어요.
프레즌트 게임을 할 때 중요한 것은 플러스 선물일 것 같으면 받고, 아니면 거절해야 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수희는 모든 카드를 받고 있었습니다. 좋은 카드(플러스카드)든 나쁜 카드(마이너스 카드)든 다 받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아이들이 가끔 나쁜 카드를 수희에게 주는 것 같더라고요. 물론 아이들이다 보니 나쁜 카드를 줬으면 나중에 좋은 카드를 주기도 해요. 그걸 지켜본 내가 옆에서 그랬지요.
"수희야. 나쁜 카드 같으면 거절해도 왜."
그랬더니 수희가 대답합니다.
"친구가 주는 것은 모두 다 받을 거예요. 친구가 주는 것은 다 좋은 거예요."
라고 합니다. 가끔 어떤 아이는 수희에게 마이너스 카드를 주고 미안해라고 말을 하면
"괜찮아. 마이너스 카드여도 좋아."
수희는 이렇게 답을 하더군요.
게임이 끝난 후 점수계산을 하는데, 수희는 마이너스 카드를 너무 받아 마이너스 점수였어요. 그런 수희의 행동을 지켜보면서 나는 수희가 욕심이 없는 것일까? 의욕이 없는 것일까? 별 생각을 합니다. 친구랑 정말 좋은 관계를 맺고 싶은 것인가 싶다가도 저렇게 한쪽이 희생하는 것은 정말 좋지 않은데...라는 생각도 합니다.
게임 특성상 어쩔 수 없이 수희도 친구에게 마이너스 카드를 줘야 합니다. 받은 친구는 기쁜 얼굴로 받았다가, 마이너스 카드인 줄 알고는 표정이 별로 좋지 않습니다. 믿었던 도끼에 발등 찍힌 표정이지요. 수희는 그 친구에게 미안해라고 말을 합니다. 찡그린 표정의 아이를 보고
'아까 너도 수희에게 -7 카드 줬잖아.'
라고 속으로 말해 보기도 합니다. 대부분의 아이들은 마이너스 카드를 많이 받으면 마이너스가 많다고 저한테 하소연합니다. 친구들이 자기한테 마이너스 카드만 준다고요(그렇지는 않은데 그렇게 생각을 하게 됨). 이런 게 아이의 모습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수희는 전혀 다릅니다. 난 아이들에게 마이너스 카드도 어쩔 수 없이 주는 카드이니까 서로 원망하지 말고, 혹시 안 좋은 카드를 준 것 같으면 거절하면 된다고 했지요. 하지만 게임을 하다가 보면 안 좋은 카드를 받으면 마음이 상한 것 같습니다.
살다가 보면 가끔 안 좋은 것을 누군가에게 주게 될 때가 있어요. 말도 마찬가지고요. 준 사람은 어떤 의도로 줬든 안 받으면 자신의 것이 아닙니다. 칭찬을 했는데, 그것을 칭찬이라고 생각하지 못하고 그냥 해보는 말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있지요. 그렇다면 그 사람은 칭찬이란 선물을 받지 않은 것입니다. 거꾸로 안 좋은 말, 특히 비난하는 말을 들었을 때에요. 내가 받지 않으면 그 말은 내 것이 아니게 되지요. 나 역시 비난의 말은 아주 잘 받고 칭찬의 말은 할인해서 듣는 건 아닌지 생각해 보기도 합니다.
친구가 주는 것은 다 좋은 것이라고 말하는 수희의 말을 들었을 때 난 처음에는 미소가 지어졌습니다. 수희의 말이 정말 예뻤거든요. 그러다가 어느 순간 친구를 너무 좋아하는 아이구나 싶어 져서 마음이 안 좋아졌습니다. 그건 며칠 전 기억 때문일 겁니다. 그날은 수희가 일찍 왔는데, 가방을 멘 상태로 앉지 않고 서성였습니다. 앉으라고 해도 A가 오면 같이 앉은 거라고 기다리는 것이었습니다. 네가 먼저 앉아 있으면 그 친구가 오면 네 옆에 앉으면 되지 않냐고 해도 안된다고 합니다. 친구를 너무 좋아하는 수희. 그래서 친구가 주는 것은 모두 다 좋은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일까 고민이 되었지요. 친구들에게 자잘한 것을 주기 좋아했던 것도 같이 겹쳐 생각이 났었지요. 친구와 친하게 지내고 싶어서 친구들에게 선물을 하고 친구가 주는 것은 거절하지 못하는 것일까 살짝 고민이 되었지요.
그런데, 생각해 보니 그건 제 생각입니다. 수희는 정말 아이들에게 카드를 많이 받은 것으로 만족하는 것 같아요. 이 게임에서 카드를 많이 받지 못한 경우도 아이들은 속상해합니다. 잘 선택해서 플러스 카드를 많이 받으면 점수가 높아서 기분이 좋은 것은 너무 당연하지요. 수희는 가장 많이 받아서 기분이 좋은 것 같습니다. 거절하지 않았으니 마이너스 카드도 많아서 마이너스 점수이지만요. 졌어도, 마이너스 점수여서 꼴등이지만 얼굴표정이 좋은 수희 얼굴을 봅니다. 그래, 어쩌면 내가 생각하는 마음은 내 마음인 것이고 수희 마음은 평안할지도 모릅니다. 그거면 됐지요. 하지만 자라면서 친구가 주는 것 중에 안 좋은 것은 거절할 줄 아는 아이로 자라기를 슬쩍 빌어봅니다. 수희야, 좋은 친구가 주는 것은 좋은 선물이 많겠지만 혹시 나중에 안 좋은 선물을 주는 사람을 만나면 과감하게 거절해 버려. 그러다가, 문득 또 생각해 봅니다. 어쩌면 이 아이 주위에는 좋은 선물만 주는 사람이 존재할지도 모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