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기억을 찾아 떠나는 원정대
늘봄교실 보드게임 수업에 오키도키원정대를 가지고 갔습니다. 보드게임 오키도키원정대는 유명한 게임입니다. 2024년 독일 '올해의 게임상(Spiel des Jahres. SDJ)'에서 어린이 게임부문을 수상했거든요. 디자인도 예쁘고 아이들이 정말 좋아하는 게임입니다.
1학기때 이 게임을 한 번 수업을 한 걸로 기억이 나는데 아이들은 모르겠다고 합니다. 그래서, 나쁜 마법사에게 왕이 행복한 기억을 잃었다는 이야기를 다시 해줬어요. 슬픔에 빠진 왕의 행복한 기억을 찾아 떠나는 원정대 이야기는 아이들을 게임 속으로 빠져들게 합니다. 아이들에게 여러분들의 행복한 기억은 뭐냐고 물었더니 여기저기서 대답을 합니다.
예전에 초4학년 이상의 아이들에게 행복한 기억에 대해 물었다가 무대답이어서 당황했었어요. 그러나, 1.2학년들은 할 말이 많습니다. 돌아가면서 서로 말하려고 합니다. 누군가 말하면 곧바로 자신의 행복한 기억이 덧붙입니다. 누군가 우동 먹을 때라는 답을 하면 그 다음 치킨 먹을 때가 나오지요.
"학교에서 행복할 때는 없어?"
라는 내 질문에 아이들은 급식실 갈때를 가장 먼저 외칩니다. 많은 학생들은 학교 급식에 관심이 많은 데 우리 아이들도 똑같네요. '지금 이 순간'이라는 답을 듣고 아이 입에서 이 말이 나왔다는 것에 나도 모르게 웃음을 짓고 말았어요. 물론 지금 이 순간이 가장 행복해야 하는 것은 맞지요.
오키도키원정대 보드게임은 주사위를 굴리면서 시작을 합니다. 주사위 여섯 면에는 1, 2, 3, 4, 잠(ZZZ), 잠이 있습니다. 3개의 주사위를 굴려서 나온 것들 중에서 잠이 든 주사위는 빼고 나머지 숫자 들 중에서 한 개를 선택해 앞으로 이동합니다. 즉 1, 3, ZZZ이 나왔다면 세 칸을 이동합니다. 그 곳에 있는 열쇠를 이동해
보석함을 열 것인지 나머지 2개의 주사위를 더 굴릴 것인지를 선택해야 하지요. 3개의 주사위가 모두 잠이 들지 않아다면 계속 던질 수 있답니다.
같은 색 열쇠는 5개. 그 중에 3개만 열리고 2개는 가짜 열쇠입니다. 아이들은 보석함을 열리면 행복해 합니다. 입술에 미소가 번집니다. 빨간 보석으로 변한 행복한 기억은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습니다. 2개, 3개를 모아 11개, 13개를 만듭니다. 아이들은 보석을 세고 세고 또 셉니다. 옆에서 보면 보석이 닳아서 없어질 것 같습니다.
보석함이 열렸던 열쇠는 성곽에 걸어둡니다. 5개 중에서 몇 개가 열렸는지 아이들은 눈으로 직접 확인을 합니다. 하늘색은 3개가 열린 열쇠가 열렸으니 나머지 2개는 열리지 않겠네요. 아이들에게 걸린 하늘색 열쇠를 보면서 남아 있는 열쇠는 열릴까? 열리지 않을까 물었더니 열리지 않는다고 큰 소리로 답을 합니다. 알고는 있어요. 하지만 어느 순간 잊고 이미 열리지 않을 하늘색 열쇠를 손에 쥐고 잔뜩 기대에 찬 표정으로 보석함을 엽니다.
보석함이 열리는 열쇠는 보석을 얻지만 열리지 않은 열쇠도 쓰임이 있습니다. 그러니 자신의 앞으로 가져 잘 보관해야 합니다. 다음 자신의 차례 때 마법의 호수에 이 열쇠를 던지면, 잠든 주사위가 모두 다시 깨어납니다. 즉 다시 3개의 주사위를 굴릴 수 있습니다.
게임을 한 번 했는데 수업시간이 곧 끝나서 두 번 하기에는 시간이 부족해요. 게임은 깔끔하게 정리하고 퍼즐 문제를 화면에 띄웠습니다. 5분 정도 풀어야 할 것 같아요. 같은 그림에 색깔만 다른 것을 찾으면 됩니다. 답을 찾아 동물 이름을 말하면 되는데요. 아무래도 어떤 동물인지 모르겠는지 아이가 답답한 마음에 화면 앞으로 갑니다. 가서 손가락으로 답을 가리킵니다.
아이들이 많은 반은 동시에 큰소리로 답을 하는 바람에 교실이 시끌벅적합니다. 또 답을 빨리 찾는 사람이 말을 해버리면 찾지 못한 아이는 그냥 묻혀 갑니다. 결국 아이들에게 답을 알겠더라도 조금 기다리라고 합니다. 하나둘셋 하고 동시에 말하도록 하니 목소리가 교실을 떠나갈듯 합니다. 이렇게 아는 문제는 언제나 아이들을 신나게 합니다.
퍼즐을 풀고 끝나는 시간에 맞춰 보냅니다. 이 날따라 "차조심 길조심~~~"을 외치는 목소리가 더 우렁찹니다. 아이고. 게임도 즐겁고 퍼즐도 즐거웠나봅니다.
보석함 속에는 들어 있는 빨간 보석은 행복한 기억입니다. 게임이다 보니 누군가 옆에서 보석함을 열려고 하면
"열리지 마라, 열리지 마라."
주문을 외는 소리가 들립니다. 그럼에도 열리면 같이 환호성을 질러줍니다. 가끔 한 번의 기회로 황금열쇠까지 가기도 합니다. 주사위 운이 따라서 중간에 주사위가 잠이 들지 않은 경우입니다. 거꾸로 황금열쇠 바로 앞에서 모든 주사위가 잠이 들어버릴 때도 있습니다. 이 경우 바로 다음 사람은 바로 황금열쇠를 얻고 보석도 5개를 가져갑니다.
"우와 좋겠다."
누군가는 부러워하고 누군가는 절망에 빠집니다.
살다보면 행운이 오기도 하고 행운이 내게 닿지 않을 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어떤 시간이든 행복한 기억을 가져갈 수 있습니다. 당장 내게 행운이 비켜간다고 해서 불행한 것은 아니니까요. 아이들이 한껏 들뜬 얼굴로 교실을 나가는 표정을 보면서 지금 이 순간, 보드게임 한 이순간이 아이들에게 행복한 기억이 되기를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