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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충무로

노포의 배반

by Chef Bong Jan 27. 2025

충무로엔 어릴 적 추억이 많습니다. 국민학교를 다녔던 동네인지라 골목골목이 어릴 적 친구들과 놀았던 아련한 기억들이 묻어 있습니다.


그 시절엔 오래된 적산가옥이 많았고 내부에 들어가면 삐걱거리던 나무마루와 방과 방으로 연결된 미닫이와 온돌과는 사뭇 달랐던 다다미가 있었더랬죠.


곳곳이 인쇄소였었습니다. 엄청난 두께의 종이를 커다란 날로 쑥떡 잘라내는 기계의 움직임을 등굣길에 넋 놓고 구경했던 기억도 있습니다.  그리고 “대한극장”이라는 유명한 개봉관도 있었죠. 어릴 적 “벤허”라는 4시간 길이의 장편영화를 본 기억이 있습니다. 중간에 화장실 가는 시간이 있었던 정말 긴긴 영화였었죠. 이 극장도 2024 년 문을 닫았다죠.


이제 충무로는 유명한 노포니 아기자기한 커피집이니 젊은 세대들의 레트로 감성의 인스타 핫스팟으로 바뀌어 가고 있습니다.


얼마 전 XX 해물이라는 유명한 노포를 찾아갔습니다. 가성비가 좋은 곳이고 알루미늄 샤씨로 만든 파사드며 합판재질에 천정, 덧칠한 페인트 마감, 낡은 테이블들로 옛날 생각이 날만한 곳이었습니다.


주로 모둠 해산물을 시키는데 생굴, 멍게, 해삼, 자숙 오징어, 문어, 소리, 전복 등으로 구성되어 있고 양념된 초장에 찍어 먹는 그저 평범한 메뉴였습니다. 술도 소주나 맥주가 다였던 것 같고요.


큰 기대를 하고 간 것은 아니었지만 굳이 찾아와 먹어야 될 곳은 아니었습니다. 그저 옛 감성에 기대어 분위기로 먹고 거기에 취하는 것이 아닌지 하는 생각도 들고 그것도 나쁘다 할 수 없지만 좀 아쉽기는 하더군요.


그 긴 세월 다양한 손님들을 보셨을 텐데 비용을 지불할 테니 다른 주류를 마셔도 되는지 물었던 나에게도 그러면 오지마라거나 아침식사를 문의하는 손님에게 우린 그런 거 안 한다며 역정을 내시고 늦게 온 직원인지 가족인지 잔소리한다고 언쟁을 하는 건 도무지 이해가 되지 않더군요. 여기까지 사적인 의견이라 그럴 수 있다고 나랑은 잘 맞는 가게가 아닌가 보다 생각하기로 했습니다.


집에 돌아오며 내가 뭘 원했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습니다.


내가 기억하는 충무로는 맛집으로 유명했던 동네는 아니었던 거죠.  고즈넉한 오래된 가옥사이로의 구불구불했던 골목들, 시장통을 뛰어다니던 아이들의 떠드는 소리, 그 사이로 들려오던 인쇄소의 기계음,  기억이 가물거리는 구멍가게 아줌마의 얼굴 이런 것들의 추억이 있는 곳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 추억에 억지로 맞추려 했던 게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래서 핸드폰에 저장해 두었던 이곳을 지웠습니다. 담엔  헷갈리지 말아야지 하면서 말이죠.


예전에 내가 기억하던 충무로 우체국 건물 1층에 있던 아이스크림가게, 학교 앞 떡볶이집, 중부시장통 순대집, 회 냉면집은 없어졌거나 이제 너무 다른 가게가 되어 버렸습니다.


노포에 대한 환상은 이제 버리려고 합니다.  누구에겐 추억의 노포가 나에겐 그저  처음 가는 생소한 곳인지도 모르기 때문이죠.


그 간 새롭게 발견한 곳도 있습니다. 노포는 아니지만 편안하고 맛도 있고 무엇보다 새로운 추억도 생겨나니 좋습니다.


그래서 단골이 되어갑니다.  서로 아는 척도 하고 가끔 부탁도 들어줍니다. 갈 때마다 기분이 좋죠. 시간 내서 또 가야겠습니다. 유행 같은 “노포” 말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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