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땐 몰랐네
올해도 어김없이 2025년 KOREA50K 트레일 러닝 대회에 참가했다. 최근 러닝붐으로 신청자가 많아 몇 개월 전부터 참가신청을 받고 추첨을 통해 최종 참가여부가 결정 나게 된다.
운이 좋게 작년에 이어 참가할 기회가 생겨 올해도 열심히 뛰어 보마 마음을 다잡고 있었다. 더욱이 KOREA 50K 보다 앞서 2025 서울국제마라톤(동아마라톤)풀코스도 추첨이 당첨되어 올해는 연초부터 잘 풀린다 생각했다. 그렇게 들떠 있었다.
사랑하는 아버지가 돌아가셨다.
새벽에 동생에게 전화가와 급히 아버지를 모시고 병원에 갔는데 상태가 많이 안 좋으셨고 2주 정도를 버티시다 눈을 감으셨다. 지금도 그날 집을 떠나 장례를 마치는 순간순간이 생생한 기억으로 남아있다. 눈은 왜 그렇게 내리는지.
대회는 준비해야 하는데 뭔가 계속 부족한 느낌이었다. 충분히 훈련할 마음에 여유도 없었고 그렇게 먼저 서울국제마라톤을 완주했고 어찌어찌 난 KOREA50K를 뛰고 있었다. 올해는 총 거리 52.5km, 누적획득고도 3,265m로 작년에 비해 코스도 바뀌고 난이도도 높아졌다.
큰 두려움도 도전에 대한 설렘도 없는 해야 할 숙제 같은 그런 느낌이었다. 그래서인지 11시간을 뛰었는데 아무런 기억이 없다. 뭔가 아득하고 허전하고 부족한 기분이었다. 그렇게 경기를 완주했다.
집으로 돌아오면서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 곰곰이 생각해 봤다. 왈칵 눈물이 쏟아졌다.
아버지.
그땐 몰랐다. 아버지의 든든함이 얼마나 나에게 큰 힘이 되어 왔는지 내가 느끼는 성취감에는 늘 아버지가 계셨다. 표현은 없었지만 마음으로 느껴지는 따뜻한 존재감.
아직도 아버지의 부재가 실감 나지 않지만 적응해 가야 하지 않을지 늘 그렇게 해주셨던 것처럼 늘 나와 함께 하실 거라 소망한다.
대회가 끝나면 일주일 정도는 리커버리를 하며 쉬었는데 쉬고 싶지 않았고 그래서 지하철 2호선 한바뀌를 뛰었다 64km. 그리고 뛰고 또 뛰고 그러다 몸이 부서져 버릴 것 같았다. 쉬어야 했다.
이제 다시 조깅을 시작했다. 레이스를 준비하고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려고 한다. 예전 과는 모든 것이 다른 느낌이지만 멈추지는 말아야지.
올해 KOREA50K 는 총53.37km을 뛰었지만 49km 같은 뭔가 충족되지 않은 레이스였고 그렇게 오래 동안 기억될 것 같다.
내일은 더 먼 거리를 뛰어 보려고 한다. 천천히. 아버지를 기억해 보면서….
잊지 않을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