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_4 : 세상에 이런 맛은 없었다. 이것은 한식인가? 양식인가?
골뱅이 초무침과 매생이국.
골뱅이 초무침은 퇴근 후 한잔 생각이 나면 아내가 가끔 만들어 주곤한다.
캔 골뱅이를 씻어서 먹기 좋게 자른다. 양배추와 오이를 삭삭 얇게 잘라 함께 넣고 초고추장 양념에 조물조물 주물러서 잘 삶아진 소면을 곁들여 준다. 그런다음 반주를 곁드리면 꽤 훌륭한 식사겸 안주가 된다.
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대부분 좋아하시지 않을지......., 여튼, 한 두잔 하다보면 기분좋게 취하기도 하는데 그 다음날 생각하는게 매생이국이다(항상 그런건 아니지만). 매생이로 걸쭉해진 뜨듯한 국물에 밥을 말아 후루룩 먹으면 속도 풀리면서 든든해져 그 만한 해장이 없다.
이 메뉴를 좀 바꿔 보면 어떨까?
간단히 말하면 골뱅이와 매생이의 마리아주를 시도해 보는 것인데 먼저, 골뱅이 통조림을 준비한다. 이미 조미도 되어있고 생골뱅이보다 사용하기 편하다. 골뱅이를 위해 아이올리(Aioli)를 만드는데 직접 마요네즈를 만들어도 되고 기존 제품을 사용해도 된다마요네즈에 다진 마늘을 충분히 넣어 섞어 준다.만들어진 아이올리에 골뱅이를 잘 버무려 준다. 초고추장 양념에 먹는 골뱅이와는 다르지만 마늘 섞은 마요네즈인 아이올리도 대적할만 하다.
다음으로 일반적인 방법으로 리조또를 만든다. 여기서 일반적이란, 원래는 칼라롤리(Carnaroli)나 비아로네 나노(Vialone nano)라는 이탈리아 쌀을 써야 하는데 그냥 국산쌀을 사용한다. 중요한건 절대 물에 씻어서는 않된다. 왜냐하면 전분으로 인한 걸쭉함을 위해서다. 그리고 *브로도(Brodo)를 여러번 넣어 주면서 서서히 익혀줘야 한다. 치킨스탁을 사용해도 무방하다. 자칫 잘못하면 밥이 되어버리거나 죽이 되어버리는데 크리미하면서 약간의 단단함이 느껴져야 제대로 된 리조또라 할수 있다. 이제 매생이를 넣고 잘 섞어 준다. 색이 변하지 않도록 오래 가열하지 않도록 한다. 이때 매생이와 리조또가 섞이면서 은근히 올라오는 바다내음은 일품이다.
마지막으로 이 둘의 완변함을 더하기 위해 들러리가 필요한데 그건 바로 오징어 먹물을 이용한 타피오카 크렉커(Tapioca cracker)와 딜오일(Dill oil)이다.
타피오카 크렉커는 타피오카를 끓는 물에 불려 오징어 먹물을 섞어 얇게 펴서 식품건조기에 넣어 6시간 이상을 말려 튀기고 딜오일은 딜과 오일을 믹서에 넣어 5분정도 돌리면 믹서날의 회전의 의한 열로 데워지는데 충분히 갈리면 면보에 부어 오일만 추출하면 된다.
과정이 꽤 복잡하지만 매생이 리조또와 아이올리에 버무린 골뱅이는 단백함과 부드러움 그리고 쫄깃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거기에 오징어 먹물 크랙커의 바삭함과 딜의 향이 묻어나는 오일은 그 풍미를 더 한다. 마지막으로 홍고추를 가니쉬로 쓰는데 매콤한 맛이 대미(大尾)를 장식한다.
이렇게 탄생된 메뉴가 “매생이 리조또와 골뱅이 아이올리 ” 다. 몇번의 수정을 거쳐 실습수업에 사용한다. 스토리도 있고 익숙한 재료라 학생들이 재미있어 한다.
요새 물가가 심상치 않다. 더우기 학교 실습비도 넉넉히 않은 형편이라 고민이 많다. 그러다보니 또 다른 마리아주를 해봐야 될듯하다. 저렴하고 익숙한 재료들……,
분명 긍정적인 시도일 것이다.
근데 왜 씁쓸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