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억_3 : 가을에 누가 전어래 오징어야(우겨본다).
무조건 사야 했다.
지난겨울 평창에 캠핑을 갔다가 싱싱한 오징어가 생각나서 차를 몰아 강릉 주문진항으로 향했다.
이 녀석들이 제철을 살짝 비껴갔지만 여전히 짙은 갈색으로 윤기가 나고 신선한 바다냄새를 풍기며 번쩍이고 있었다.
오징어는 봄(3월 ~ 5월)과 가을(9월 ~ 11월)이 제철인데 난 봄보단 가을이 맛있고 전어보다 낫다고 우겨왔다. 개인적으론 회보단 굽거나 쪄서 먹는 걸 좋아해서 뭘 해서 먹을까 생각하다 삼겹살을 이용해 구워 먹으면 맛이 있을 것 같아 만들기 시작했다.
요리에 돼지기름을 쓰면 식용유나 올리브오일을 쓰는 것과는 다른 풍미를 느낄 수 있다. 그래서 파스타를 만들 때도 자주 사용한다. 흔히 베이컨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데 베이컨은 훈제향이 있기 때문에 베이컨을 넣는 순간 다 훈제맛이 난다. 훈제맛이 필요할 때만 쓰는 것이 좋다.
먼저, 지방이 넉넉한 삼겹살을 잘게 자른다. 그리고 무쇠팬(Cast iron pan)을 중불에 올리고 팬의 온도가 올라가기 전에 삼겹살을 넣는다. 온도가 올라가면서 서서히 삼겹살에서 기름이 나오면서 튀겨지기 시작한다. 이때 다진 마늘과 파를 넣고 살짝 볶다가 오징어를 통째로 팬에 골고루 지진다. 색이 붉게 변하기 시작하면 밑간을 해주고 가위로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준다.
바로, 대강 다진 이탈리아 파세리를 넣고 잘 섞는다. 소금과 후추로 간하고 그런 다음 레몬을 슬라이스 해서 레몬주스를 뿌려 산도를 맞추고 나머지는 가니쉬로 쓴다. 마지막에 딜을 여기저기 뿌려준다.
들어간 재료라곤 오징어, 삼겹살, 마늘, 파, 레몬, 이탈리안 파세리, 딜이 전부였다.
오징어의 신선함이 모든 재료를 끌어안으며 돼지기름의 풍미와 딱 맞아떨어지는 그런 맛이었다.
야들야들한 오징어의 식감, 쫄깃 바삭 고소한 삼겹살과 지방의 조화, 그리고 파세리와 딜이 깔끔함을 더했다.
그리고 계곡에 담가둔 차가운 사비뇽 블랑(Sauvignon blanc)을 곁들여 한입….., 미소가 절로 나왔다.
내 손은 그냥 거들고만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