뜻대로 되지 않을뿐 - UTNP 7 Peaks
UTNP 7 Peaks - 공식 대회 거리는 86km, 누적상승 고도 +5,920m 영남 알프스 7개봉(간월산, 가지산, 운문산,천왕산, 재약산, 영축산, 신불산)을 도는 코스다.
내 이력에 울트라 러너(Ultra runner) 한줄 넣어 보겠다고 6개월을 준비 한것 같다.
목표는 완주. 그러나, 두번째 가지산(1,241m)을 헐떡이며 올라가면서 “내가 이 대회를 완주 할수 없을수도 있겠구나“ 라는 현타가 왔다. 이건 러닝이 아니고 등반 이었다.
겨우 CP1(산장 이었는데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는다)에 도착했는데 산장주인이 끓여 주시는 뜨듯한 맹물이 어찌나 맛있고 편안하던지 아마도 주최측의 준비는 아니었던것 같고 산을 아는 분의 고마운 배려였던 것이였으리라.
그 다음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바닥까지 내려 갔다가 다시 1,000m 이상까지 올라갔다가 걷다가 뛰다가 그냥 멈추지 말아야 겠다는 생각 뿐이였다.
CP4 (도래재)를 지나면서 해가 떨어지기 시작했고 천황산(1,189m)을 나 혼자 헤드램프에 의지해 올라가는데 멀리 앞서 다른 불빛이 움직이는게 보였다. 그게 힘이 됐는지 금방 따라 잡아 가는데 그 분이 나를 보며 말했다. “같이 가시죠”
그렇게 그 분과 나는 그 어둠고 긴 밤을 서로 의지하며 같이 걷고 뛰었는데 그는 나를 “산우님”이라고 했다. 우린 서로 이름을 묻지 않았다.
달은 어찌나 둥글고 밝은지 ….
그 산우님은 정강이에 통증이 있어 빠르게 가지 못하는 것에 미안해 하셨다. 영축산, 신불산을 지나면서 상태가 않좋아져 힘들어 하셨는데 마지막 4km 남겨놓고 “먼저 가세요” 라며 배려해 주셨다.
순간 갈등이 있었지만….. “먼저 갈께요, 같이 뛰어주셔서 감사합니다”라는 말을 뒤로하고 뛰기 시작했다.
무사히 완주했다. 실제 뛴거리는 90.04km, 소요시간 27시간 04분 39초, 누적상승고도6,414m, 순위 53등, 대한민국에서 가장 힘들다는 UTNP를 말이다.
무엇보다도 “사람”을 만났다는게 제일 좋은 추억이 되었다. 그들에게 받은 따뜻한 물을 준비하는 마음, 고통스러운 과정을 함께하고 보내주는 마음, CP에서 보급을 주는 마음, 벨을 울려 응원하는 마음….
몸도 너무 아프고 힘들지만
세상에 않되는게 없다는 생각을 한다. 자신의 의지와 함께 해줄수 있는 사람만 있다면.
그 산우님도 완주 하셨길 바란다.
그리고 내가 그 분께도 도움이 되었길.
이제 회복을 잘해야 겠다.
세상이 항상 내 마음처럼 되지 않겠지만
또 ~~~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