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는 그럼 놀면 안 되니?
둘째가 고 2가 되면서 분기별로 그래도 한두 번 나가던 캠핑 횟수를 줄여야만 했다. 횟수뿐만 아니라 장거리 캠핑에서 동네에 있는 단거리캠핑으로의 변경은 당연한 것이었다.
캠핑은 시작한 지 10년이 넘었고 우리 가족이 힘들었던 시기 위로를 받을 수 있는 몇 안 되는 탈출구 중에 하나였다. 특히, 매년 마지막날이 아내의 생일이어서 코로나 팬데믹 기간을 제외하고는 항상 나가서 송년회 겸 해돋이를 보아왔다.
요즘 고2 아들은 너무 바쁘다. 학교가 끝나면 학원으로 아침 8에 나가 10시가 다되어야 귀가한다. 주말도 마찬가지.
상황이 이렇다 보니 나와 아내는 과감하게 아들을 두고 캠핑을 간다는 것이 왠지 부모로서 책임을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는 근거 없는 걱정을 하며 대안을 찾고 있었다.
그래서 알아보니 내가 사는 동네에는 버젓이 도립공원으로 지정된 산이 있고 시에서 운영하는 집에서 가까운 캠핑장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문제는 워낙 관리가 잘되는 캠핑장이고 가까운 위치라 신청자들이 많아 추첨을 통해 캠핑 가부가 결정되다 보니 가고 싶을 때 가지 못한다는 유일한 단점이 있었다.
그래도 우리가 좋아하는 캠핑을 할 수 있고 고된 학업으로 썩은 얼굴을 하고 다니는 아들을 챙겨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그러다 보니 월초면 캠핑장에 신청을 넣는 게 루틴이 되었다. 당첨이라도 되면 미리 계획도 잡고 먹을 메뉴도 정해서 아들에게 보고한다. 아들이 승인을 하면 나는 미리가 텐트 피칭을 해놓고 사전에 준비한 메뉴를 준비한다.
하루 학업을 마친 아들은 캠핑장에 들러 얼굴 한번 보여주고 식사를 한 후 쿨하게 집으로 돌아간다.
그러면 우리 부부는 그제야 술 한잔 하며 우리만의 캠핑을 즐긴다. 아들이 표정이 좋지 않은 거 같다며 준비한 메뉴가 맘에 안 들었나? 피곤한가? 이런 대화를 하면서 말이다.
고등학생을 가지신 대한민국 모든 학부형님들의 노고에 응원을 보낸다. 불철주야 자식의 성공을 위해 자신들의 소소한 즐거움도 잠시 미루어야 하니 부모 노릇하기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놀고 싶다. 그렇지 않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