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김오 작가 Dec 30. 2022

‘안경을 닦는다’는 것에 대하여

지금처럼 안경을 쓰고 있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운전을 할 때나 컴퓨터 화면에 글을 써넣을 때 안경을 꺼내 든다. 그때마다 대충 걸쳐 썼던 안경의 모습이 오늘따라 애잔해 보이는 건 왜일까.


가만히 안경을 들여다본다. 어색한 것들도 함께 눈에 들어온다. 그동안 같이 있었던 안경 수건을 이제야 발견한 듯이 새로이 쳐다본다. 회색 바탕에 Dalmatian이 여러 가지 형태로 그려있는 수건이다. 없어져도 몰랐을 수건을 집어든다.


십 년이 넘는 동안 필요에 의해 집어 들었던 ray-ban 안경. 오랫동안 닦지 않았다. 쓱쓱 닦는다. 닦아도 이물감이 없어지지 않는 것 같다. 한참을 문질렀다. 마치 내 마음 같다. 오래되고 그윽한 안경이 내 눈에 맞춰진다. 렌즈가 몇 번 바뀌었지만, 언제는 자동차 바퀴가 밟고 지나간 적도 있지만 곁에 있는 안경을 닦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      



그리고 다시 글을 쓴다.

매거진의 이전글 일기를 쓴다는 것에 대하여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