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처럼 안경을 쓰고 있을 때도 있고,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운전을 할 때나 컴퓨터 화면에 글을 써넣을 때 안경을 꺼내 든다. 그때마다 대충 걸쳐 썼던 안경의 모습이 오늘따라 애잔해 보이는 건 왜일까.
가만히 안경을 들여다본다. 어색한 것들도 함께 눈에 들어온다. 그동안 같이 있었던 안경 수건을 이제야 발견한 듯이 새로이 쳐다본다. 회색 바탕에 Dalmatian이 여러 가지 형태로 그려있는 수건이다. 없어져도 몰랐을 수건을 집어든다.
십 년이 넘는 동안 필요에 의해 집어 들었던 ray-ban 안경. 오랫동안 닦지 않았다. 쓱쓱 닦는다. 닦아도 이물감이 없어지지 않는 것 같다. 한참을 문질렀다. 마치 내 마음 같다. 오래되고 그윽한 안경이 내 눈에 맞춰진다. 렌즈가 몇 번 바뀌었지만, 언제는 자동차 바퀴가 밟고 지나간 적도 있지만 곁에 있는 안경을 닦는다는 것은 그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