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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오 작가 Jan 17. 2023

오늘 내 기분을 표현하는 단어 네 개


기분에 생각이 끼어든다. 기분과 감정이 무엇인지 개념 정의부터 하려 든다. 어찌어찌하여 그런 사고개입을 막기는 했는데, 이번에는 평소 기분과 오늘 내 기분이 짬뽕된다.


더 이상 오염시키지 말고 지금 내 기분에 집중해 보자. 


오늘 내 기분을 표현하는 단어는 차분함, 억제된 화, 먹먹함, 위축.


표면적으로 오늘의 나는 차분하게 해야 할 일을 하면서 무탈하게 흘러가는 듯 보였다. 그러다 정해진 것을 나의 의지가 아닌 외부요인에 의해 방해를 받는다고 여기면 화가 일어났다. 감정을 건드리는 시각이나 청각이 개입되면 마음이 먹먹해지기도 했다. 회사 내에서 이곳은 내가 있을 곳이 아니라는 암묵적인 시선이 위축시킨다.


이렇게 하루, 한 시간, 몇 분 안에도 내 안에 수많은 기분들이 똬리를 틀고 앉아서 혀를 날름거리지만, 나는 그것들을 제대로 구분도 하지 못한 채 휘둘리기 일쑤이다.


 정작 타인이 조절하지 못한 감정을 드러낼 때, 나의 반응은 어땠던가. 미친 사람 바라보듯, 개똥 피하듯이 대하지 않았던가. 그 사람도 자신을 어찌하지 못하는 기분의 소용돌이 안에서 헤매고 있었을 텐데.


왜 우리는 모두 자신의 기분 하나 감당하지 못하고 지내기를 반복할까? 내가 나의 주인인데 기분이라는 녀석 하나를 어찌하지 못해 화를 내기도, 울음을 터뜨리기도, 우울해하기도 하는 걸까? 이렇게 생각하고 보면, 마치 기분에게 내 안방을 내어주기라도 한 것 같아 억울하기까지 하다.


그런데 이걸 다시 바꿔 생각해 보면, 어느 것 하나 내 마음대로 되는 것이 있었던가. 밥을 먹다가 멀쩡한 혀를 깨물기도 하고, 평소 잘 들던 컵을 와장창 깨기도 한다. 그뿐이랴. 극단적으로는 숨을 안 쉬고 살고 싶어도 숨을 쉬어야 살고, 밥을 먹어야 살며, 잠을 자야 산다.


우리는 각자에 대해 주인이라는 명목하게 권력을 휘두르는 위치에 있는 것이 아니라, 살아갈 수 있게 지키고 다독여주며 사랑하는 역할을 하기 위해 있다. 주인이 아니라 주인의식을 갖는 것. 그것이 우리에게 필요하다.


감정을 표현한다는 것은 나를 사랑하는 일이었다. 억누르지 말고 내 안의 소리에 귀 기울이고 아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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