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한증은 유전인가요?
9월 29일 D-18
다리가 붓는다. 땀이 많이 나서 붓는 건 아닐 테다. 그런데 발이 물에 절어서 퉁퉁 부어 있을 때 다리까지 부어버리니 대략 난감하다. 땀이라는 건 참 신기하다. 손에 땀이 많이 나면 미끄럽다. 미끌미끌한 뭔가가 덕지덕지 붙어 안 떨어지는 것 같다. 손 세정제로 닦으면 언제까지 닦아야 하나 싶다. 계속 미끌미끌하다. 손을 닦아도 닦은 것 같지가 않다. 여전히 손에 땀이 나는.
손에 다한증이 있는 누군가는 손이 항상 차가웠다고 하는데, 나는 그렇지는 않다. 겨울에 손에 땀이 나는 상태에서 맞이하면 물이 얼음이 되는 것 같은 차가움이 다가오지만, 그렇지 않은 여름의 내 손은 땀이 나도 따듯한 편이다.
왜 나는 이렇게 땀이 많은 사람일까? 가족 중 누구도 다한증이 없는데, 왜 이럴까?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았다. 둘째가 손발에 땀이 많이 나는 편이어서 걱정이다. 나 때문에 그런 걸까? 첫째는 손에 땀이 전혀 안 났었는데, 피아노를 치면서 땀이 나기 시작했다. 다한증은 아니다. 긴장하면 손발에 땀이 나는 정도이다. 둘째는 손발 외에도 전신에 땀이 많은 편이어서 벌써부터 다한증 수술 후 부작용 걱정을 하게 된다. 우선 내가 해보고 괜찮다면 고민해 보자. 이런 슬픔은 나만 안고 가고 싶다. 아이를 임신했을 때 나의 기도는 제발 다한증이 생기지 않게 해 달라는 거였다. 기도는 구체적일수록 좋다고 해서 얼마나 구체적으로 엑셀에 정리까지 해가며 했는데. 여기서 더 나지 않게 해 주세요. 제발. 나한테서 빼앗아간 사십 년으로도 충분하잖아요.
9월 30일 D-17
B와 운동 신경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었다. 어릴 적부터 운동 신경이 없어서 달리기를 하면 5명 중 4등 정도 하는 정도로 좋지 않았다고 하니, B는 운동 신경이 좋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철봉에 오래 매달린다고 하는데, 손에 땀이 많이 나는 나 같은 경우는 미끄러져서 도저히 잡을 수가 없는 종목이다. 땀이 많이 나는 이들은 자신의 능력을 제대로 발휘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땀이 안 날 때도 매달리기에 소질은 없습니다만...).
그러다 등산 이야기로 이어졌는데, 화장을 곱게 하고 갔더니 산에 올라가자는 남자친구 때문에 화장이 땀에 절었다는 이야기를 하는데, 나 같은 경우에는 화장을 하는 것부터가 일이다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다. 도구를 모두 잘 사용해서 해야 하고. 렌즈를 껴야 하는 경우라면 정말 난감하다. 손에 땀이 가득한 상태에서 렌즈를 손에 올려놓고 눈에 잘 끼워서 넣는다는 게 미끄러짐도 심하고 그러다 포기하고 만다.
그러다 ETF 이야기로 이어졌는데,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나에게 좋은 정보를 주었고, 내 폰을 열고 함께 하는 과정에서 내 손은 자꾸만 폰에 얼룩을 만든다. 폰을 같이 보는 게, 무언가를 같이 하는 게 이리 속상한 일이 되어야 하나. 왜 나에게 이런 시련이 왔을까? 신이 나를 가엾게 여겨서 그렇게 울고 있나. 그만 울어요. 그러다 잠기겠어요.
10월 3일 D-14
연휴가 시작됐다. 전을 부친다. 전통시장에 구경을 간다. 친정집에 간다. 그런 날들이었다. 날이 흐렸고, 땀이 잘 나지 않는 날들이어서, 마치 수술 후를 미리 경험하는 것 같았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해도 온몸이 다 젖어 있었는데.
다한증 카페 말고 수술을 받은 이들의 브이로그식 블로그가 여럿 있었다. 그동안 보지 못했던 글들이었다. 모두는 ㄱㄴsb에서 수술을 받은 이들이었는데, 수술 전 진료부터 시작해서 수술을 받은 날까지 기록을 정리해 올린 형식이었다. 병원 이름, 담당 의사 이름, 수술 비용까지 다 써놔서 속이 후련했다. 그리고 보상성 다한증이 오지 않았다는 말에 마치 내 일인 양 감사했다. 그동안의 고통을 더 이상 견디기 어려워 수술을 받는데, 수술 후 부작용 때문에 수술을 할지 말지를 고려해야 하고, 수술을 받은 후에도 다른 곳에 땀이 나서 고통받아야 하는 것은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누군가 자신의 딸이 다한증이라서 수술을 시키려고 한다니까, 댓글에 자신의 친구 두 명이 모두 다한증 수술을 하고 안면에 다한증이 와서 고생하고 있다고 했다. 너는 어차피 땀이 많이 나니까, 괜히 돈 쓰지 말고 쭈그려 있으라는 건가. 누군가에게 지금보다 더한 고통이 몰려올 수 있다고 경고해 주는 말일 수도 있는데, 곱게 들리지 않는다. 울지 말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