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한증 수술 D-2~1

날을 꼬박 새웠다.

by 김오 작가

10월 15일 D-2

내일 입원을 한다. 수술 전 검사 결과에 대한 이야기는 아직도 없다. 이상이 없으니까 연락하지 않는 것이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은 오직 나만의 생각뿐이라는 걸 나도 안다. 호산구 수치가 높은 상태인 걸 짐작해 볼 뿐이다. 염증 문제인지 다른 문제인지 입원하면 물어보고 협진의뢰를 하고 퇴원 후 혈액종양내과 쪽으로 진료를 봐야겠다는 막연한 생각을 해본다.


아이들에게 수술로 인해 집에 없어야 하는 하루를 어떻게 말해야 할까 고민했다. 수술을 한다고는 하되, 무겁지는 않게 이야기했다. 내 수술이 걱정되는 것이 아니라 혼자서 잘 생각에 속상한 아이를 보며 웃음이 났다. 이어 어디가 아픈지 물어봤지만, 마음이 가벼워진 채로 조금 아파서 수술하고 바로 온다고만 해 뒀다.

나는 가방 챙기고 아이들은 스스로 해야 하는 내일이 올 것이다. 수술 후 폐가 회복될 때의 고통이 두렵고, 든든하게 아이를 맡기지 못하는 현실도 두렵고. 그래도 수술을 받고 나면 내가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질 것 같다는 막연한 희망도 생기고. 당장 이렇게 키보드를 타닥거리는데도 더 자유로워지겠지. 양쪽 팔 소매에 손을 닦으면서 쓰는 이 행위가 없어지겠지.


종이를 넘길 때는 좋았었는데. 습해서 종이 넘기기에는 좋다.

10월 16일 D-1

입원 준비물은 다음과 같다. 속옷, 양말, 퇴원 시 입을 옷, 물, 세안제, 로션, 선크림, 책, 연필, 충전기. 밤에 추위를 많이 타는 편으로 담요, 폴리스 겉옷을 챙겼다.


오전이 끝나갈 무렵 전화가 왔다. 아... 2인실 병실 희망한다고 했는데 6인실 밖에 없다고 한다. 선택권은 없다. 오후 5시 40분 이전에 7층에 가서 입원 수속을 마치라고 했다. 오후 5시경 7층에 갔다. 대기하는 사람은 없었고, 곧이어 내 차례가 왔다. 물어보는 건 없었다. 수속을 마치고 혼자라고 생각했던 내게 두 명의 동료가 갑자기 와서 차를 마셨다. 차를 마시는데 모르는 변호로 전화가 왔다. 입원 수속했는데 어디 있냐고 했다. 올라갔다. 병실을 알려줬다. 들어가 보니, 창가 자리에 6인실이라고 보기에는 큰 곳이 배정되어 있었다. 옷을 갈아입으라고 했다. 병동 스테이션 한 의자에 앉아 입원 이야기를 들었다. 본인확인하고 어떤 수술인지 아느냐는 것, 입원설명 끝나고 저녁 먹으란다. 나는 저녁을 시키지 않았는데, 자신이 부탁해서 배고프지 않게 시켜놨단다. 음.... 먹기로 했다. 병실에 돌아오자마자, 누군가가 와서 1층에 가서 X-ray를 찍고 오라고 했다. “이번 주 월요일에 찍었는데요?”하니, 또 찍어야 한다고 했다. 찍고 있는데 전화가 왔다. 어디 있냐고 했다. 아... 이상하다... 찍고 올라가니 별건 없다. 식사가 놓여 있어서 먹었다. 먹은 식판을 반납하는 곳에 넣었다.

수술을 몇 시에 하는지 물어보니 정해지지 않았다고 한다.


여긴 간호, 간병 통합서비스 병동이고 그래서 병실료가 더 비싸다고 했다. 그런데 어느 누구도 내 간병을 도와주는 이는 없다. 그렇다면 기존에 병실과 차이가 없는데 이름만 그렇게 붙이고 돈을 더 받겠다는 것이지 않나. 심지어 병실 안내라는 종이 한 장을 주는데 거기에 간호-간병 통합서비스 병동이란? 전문 간호 서비스를 제공한다-보호자 및 간병인 없이 간호 인력을 통하여 전문 간호 서비스를 제공한다/1:1 간병 서비스가 아니다/입원 제한 대상자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하... 무엇이 전문 간호 서비스이고 아닌 것인가. 그리고 나 말고 모두 보호자가 있었다. 보호자 없이는 실질적으로 어렵고, 보호자가 있어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다. 오히려 보호자가 없어서 생기는 문제가 더 커 보였다.


저녁에 친구 U, 남편, 아이들이 다녀갔다.


수술동의서, 마취동의서를 작성하러 인턴이 왔다. 사실 인턴인지 누군지 잘 모르겠다. 누구인지 밝히지를 않고 여럿이 왔다 갔다. 심지어 수술한 당일에는 수술 후 붙여놓은 것을 떼서 안을 살펴보고 설명을 하는데, 시력이 좋지 않은 나 같은 경우에는 의사인 줄 알고 있기도 할 듯. 간호사였다. 수술경과에 대해 물어보니 의사 선생님이 와서 설명해 준다고 했는데, 막상 남자 간호사가 가슴을 들추고 보더니 설명하는데, 설명하는 내용도 없는 꼴이라니.


8시 30분 바늘을 꽂았다. 간호사가 바늘을 꽂는데 30분 이상 걸리고, 땀을 비 오듯이 쏟는 진풍경을 내 평생 처음 봤다. 그동안 꽃아 온 바늘들과 뭐가 다른 건지 왼쪽에 꽂았다가 오른쪽에 다시 꽂고 내 팔은 내 팔이 아닌 듯이 아팠다. 꽂고 있는 내내 아파도 참으라고 했고, 다음날 수술 들어갈 때까지도 아팠다. 수술 후에는 통증이 너무 심해서 그런 건 생각할 겨를도 없었다.


화장실을 가는 게 귀찮았다. 나는 밤중에 화장실에 여러 차례 간다. 밤 10시가 넘어서면 깨어 있는 시간 내에 1시간에도 두어 번은 간다. 가면 소변이 조금 나오는 게 아니라 콸콸 나온다. 물을 안 마셔도 그렇다. 만약 물을 마신다면 그날은 죽는다. 밤 중에 깨어 있는 시간이 긴 만큼 화장실에 가는 길이 참으로 귀찮았다.


10시 40분 pm 스테이션에 나와서 수술 설명을 듣고 동의서에 사인을 하라고 했다. 이전에 한 것과는 또 다른 것인가 보다. 다 안 좋은 이야기뿐이다. 예를 들어, 교감신경을 지진다고 표현하였는데, 지지고 나면 눈꺼풀 처짐이나 동공축소가 나타날 수 있다/수술 시 협착이 심하면 수술을 하지 않는다/수술 후에 폐에 공기가 차는 기흉이나 혈이 차면 바로 응급실로 오라고 하는데 증상이 어떨 때 와야 하냐고 했더니, 증상이 나타나면 알 수 있을 거란다/수술 부위에 상처가 크게 날 수도 있다 등등이다. 또한 수술 후에 T4를 자르고 나면 효과가 아예 없고 그대로 땀이 날 수도 있다고 한다. 뭐 그런 이야기를 10시 40분에 들으니 잠은 다 잤지. 날을 꼬박 새웠다.

수술은 내일 첫 타임으로 한다고 했다. 아침 8시.

밤 12시부터 물을 포함해 모두 금식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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