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쿠에서 일하기 전의 기억은 선명하지 않다. 그렇다고 신주쿠에서 일했을 때가 선명하고 기억하고 싶은 일이었다고도 말하지 않겠다. 과거는 모두 선명하지 않다. 그것이 내가 인간이라는 증명이 아닐까. 내가 기억하고 있는 것이 내가 조작한 것인지도 모르고 사는 인간.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게 이르는 길을 가는 것보다 더 거부감을 느끼는 것은 이 세상에 결코 없다.
헤르만 헤세.
처음부터 그곳은 신주쿠였다. 그곳이 어떻게 생겨났는지는 모른다. 들어도 그것은 들은 것일 뿐이다. 그곳의 건물이 어떻게 지어졌는지, 자리가 몇 번 바뀌고 어떠한 형태로 지금의 모습을 하게 됐는지 알지 못한다. 그곳은 그냥 처음부터 그곳에 있던 것처럼 그렇게 있었다.
신주쿠라는 일본식 선술집. 파는 품목은 어묵탕, 가락국수, 계란말이, 파전, 삼치구이, 고등어구이에 술은 사케, 레몬 소주, 소주, 맥주. 가격은 가장 비싼 안주가 만원일 정도로 저렴했는데, 가랑비에 옷 젖는다고 한참을 앉아서 먹고 가면 막상 내는 돈은 만만치 않았다. 겨울이면 아무래도 국물이 있는 뜨끈한 메뉴 주문이 많이 들어오고, 금방 식어버리는 탕을 데워달라는 손님들의 오더가 더 빈번해졌다. 겨울이면 따끈한 국물을 조금 더 오래 유지하기 위해 다른 가게에서도 사용하는 일회용 초가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지만, 사장은 위험하고 번거롭다며 차라리 다시 국물을 다시 나가는 것이 낫다고 했다. 이 서비스 국물은 손님들이 원하면 열 번이고 스무 번이고 다시 새 걸로 나갔다. 그래서 안주는 하나도 안 시키고 소주만 열병 넘게 마시면서 국물 리필을 외치며 하루를 마감하는 듯한 손님들이 있었다.
테이블은 모두 다섯 개. 그중 한 테이블은 나누어 앉을 수 있을 정도의 크기였다. 더운 여름날에는 주방과 가까운 제일 큰 테이블 뒤에 있는 에어컨의 바람을 통해 가쓰오부시의 쯥쯔르한 냄새를 함께 탔다. 카운터 쪽은 주방과 연결된 통로 바로 앞으로, 추운 겨울이면 이동식 난로를 놓고 추위를 녹였다.
사장은 캔 음료를 이천 원에 판매했다. 소주가 삼천 원인데, 캔 음료가 이천 원이라니. 그럼에도 캔 음료를 시키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신주쿠에서는 별도로 물을 가져다 달라고 말할 때까지 주지 않는다. 마치 메뉴판에 있는 것처럼 손님이 시켰을 때만 물을 준다. 사람들은 술을 마시다 보면 물이나 음료를 시키게 된다. 그럼 비교적 자연스럽게 기존에 물이 있을 때보다 음료를 시키는 비중이 높아진다는 게 사장의 장사 철학이었다. 그리고 음료는 꼭 병 음료가 아니라 제일 작은 캔 음료로 주문하도록 되어 있다. 술을 마시고 자기 조절을 하는 정도가 평소보다 낮아진 상태에서 느끼는 감질나는 캔 음료의 양은 사람을 화나게 하면서도 더 시킬 수밖에 없게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절대 외부에서 다른 음료수를 반입해서 먹을 수도 없다. 술자리는 무르익었다. 도중에 술집을 나가서 편의점에 가서 음료를 사 먹고 오는 일은 사람을 없어 보이게 한다. 아니 그런 생각조차 할 수 없게 취해가고 있다. 소주의 양만큼 캔음료의 양도 늘어간다. 어디에도 심리 마법은 있다.
새벽, 손님이 끊기면 밀대로 바닥을 밀고, 테이블을 정리한다. 그리고 사장은 주방 청소를 한다. 가게를 열기 전에 간장소스를 만들어 채우거나 테이블을 닦는 것도 대부분 사장이 했다. 어슴푸레하게 날은 밝아오는 쓰레기 수거 아저씨가 오는 시간, 사장은 아저씨가 오기 전에 서둘러 쓰레기를 내놓는다. 새벽에 쓰레기차가 오기 전에 쓰레기를 내놓아야 가게 앞에 놓인 더러운 것을 안 볼 수 있다고 하였다. 만약 이때를 놓치면 가게 문이 열린 하루 종일 가게 앞에 놓인 쓰레기를 보고 손님들이 들어오면서 불쾌한 감정도 함께 안고 들어오게 된다고 하였다. 그렇다고 냄새나는 쓰레기를 가게 안에 둘 수도 없으니, 쓰레기를 수거하는 아저씨가 오는 딱 그 시간에 맞춰서 내놓는다는 것이다. 가게 안의 부엌은 협소했다. 쓰레기 봉지 안에 쓰레기가 다 차지 않아도 사장은 어느 정도 찼다 싶으면 버리게 했다. 처음에는 무거워도 있는 힘껏 힘을 발휘해서 가지고 나갔지만, 오래 아르바이트를 하고 정이라는 것이 생기면서 힘든 일은 사장이 하게 됐다.
사장이 이것을 가지고 툴툴거렸지만 내가 아랑곳하지 않고 있으면 어쩌랴. 쓰레기차가 오기 전에 내놔야 하는 것을. 결국 나중에는 사장이 “한 번만 내다 놔줘라.”라는 부탁의 목소리로 바뀌었고, 이것은 “어째 한 번도 안 해주냐.”라는 볼멘소리로 바뀌었다. 뿐만 아니라, 진열대에 먼지가 앉아도, 진열대의 장식을 어느 손님이 훔쳐가도 사장은 그리 큰 소리를 내지 않았다. 그래서 가끔, 그래 아주 가끔, 마음이 내키면 유리창 청소를 해준다는 마음으로 해주기도 했다. 그래도 사장은 나를 신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