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쿠는 누구

by 김오 작가

사장은 내가 처음 가게 아르바이트를 시작하던 시기에 나이 마흔에 접어들었다. 지금의 내 나이다. 165cm 정도의 키에 몸무게는 75kg. 복부가 많이 나와 있었다. 얼굴은 하얀 편이었고, 눈썹은 진한 편이었다. 이목구비는 귀여운 편이었는데, 정수리에 머리털이 이미 없었다. 옷은 가게 인근의 세탁소에서 관리하는 것 같았으나, 깨끗해 보이지는 않았다. 그리고 씻은 지 얼마 안 된 비누향과 대조적으로 어깨엔 비듬이 내려앉아 있었다.


사장은 가게 문을 열고 제일 먼저 하는 일이 스포츠 신문의 야한 만화를 보는 일이었다. 그러고는 동네 가게 사장들과 어울려 종종 노름을 했다. 그러고 보니 도박과 관련된 것들을 여럿 하고 있었는데, 그중 하나가 로또였다. 사장은 매주 월요일 로또를 했다. 처음 로또는 한 번 하는데 베팅 값이 만원이었고, 한 사람당 십만 원까지 할 수 있었다. 사장은 매주 월요일에 가서 십만 원씩 로또를 했다. 어느 날 사장은

“내가 왜 매주 월요일에 로또를 하는 줄 아니?” 로또 추첨은 토요일 저녁 8시인데, 왜 월요일에 로또를 하는지를 묻는 것이다. 토요일 오전이나 금요일 저녁에 사면 추첨일까지 기다리는 시간이 줄어들 것인데, 월요일에 사면 꼬박 6일을 기다려야 되지 않는가.

“한주가 기대되기 때문이다. 월요일에 로또를 하고, 로또가 당첨되면 무엇을 할까? 생각하며 일주일을 기다린다. 그러다가 로또가 안 된 것을 알면 최대한 빨리 달려가서 다시 로또 하지. 그러면 실망감은 짧고 다시 기대하며 살 수 있어. 그렇게 버티는 것이다.”라고 하였다. 그때는 그 버틴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모르는 신주쿠 인간이었다. 나는 나의 삶을 조금은 좋아했다. 큰 희망이 없고, 그 희망을 키우지 않은 상태에서 근근이 먹고사는 이 삶이 나를 위로하는 것 같았다.

현실의 로또는 일회에 천 원 베팅으로 바뀌었고, 1등이 당첨돼도 더 이상 로또가 아닌 날이 되었다. 그런 날이 되어서야 나도 월요일마다 오천 원씩 로또를 한다. 그러고는 한 주 동안 로또가 제일 큰 금액으로 1등이 되기를 바라며 한주의 서러움을 흘려보낸다. 그런 나이가 됐고, 그런 현실 속 사람이 됐다.


원래 이 가게는 사장의 누나가 운영하던 가게 중 하나였는데, 노는 동생에게 준 것이라고 했다. 하루 장사 수익은 평균 삼십만 원 정도로 한 달에 천만 원 정도 벌었고, 가게 세, 아르바이트, 식 재료비 등 이것저것 제하고 나면 육백만 원 정도의 순수익을 내고 있는 실정이었다.

그리고 신주쿠 인간인 나는 163cm의 키에 50kg. 얼굴은 둥글넓적하고 머리숱은 없어서 짧게 자른 단발을 펌을 하거나 단발머리를 유지하고 있었다. 옷은 청바지, 스니커즈를 기본으로 여름에는 반팔 티, 가을에는 긴팔 티, 겨울에는 거기에 니트를 하나 더. 그리고 연일 아르바이트를 하는 날이면 벤 담배 냄새, 국물 냄새, 이것저것의 냄새를 품은 채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르바이트를 하기 위해 다시 그 옷을 입었다. 당시 신주쿠 인근 월세 방에서 자취를 했던 나로서는 세탁을 하는 것도, 생계를 이어나가는 것도 미숙한 초보 인간이었다.


신주쿠의 냄새가 들려온다. 생물이 썩은 듯한 냄새가 나기도 하는 간장 끓인 냄새. 그곳의 음식을 먹으면서 나도 그 가게의 하나가 되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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