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주쿠는 수많은 가게들이 들어서고 바뀌기를 반복하는 어느 대학가에 있었다. 대학의 한 쪽문으로 나가면 이어지는 대학로의 중심인 곳의 다음 골목 한편에 위치해 있었다. 그 골목에는 약 십여 개의 가게들이 마주 보며 줄을 지어 있었다. 삼겹살을 파는 가게, 샤브샤브 집, 닭볶음탕 집, 호프집, 그리고 사장이 매일 얼음을 사 오라고 시키는 이름 없는 편의점, 그 사이에 갈색 빛의 신주쿠가 있었다.
빠른 변화 속에서 신주쿠가 계속 자리를 잡을 수 있었던 것은, 그리고 다 죽어가는 골목의 상권 속에서 버틸 수 있었던 것은 간판, 실내 디자인, 메뉴, 사장, 아르바이트생 모든 조화의 끌림 어딘가였을 것이다. 내가 처음 아르바이트를 했던 커피숍이 샤브샤브 집이 되어서도,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가게가 수없이 이름을 기억하지 못하는 가게들로 탈바꿈을 해 변해갈 때도 신주쿠는 거기에 있었다.
어느샌가 나는 이 가게에서 일하고 있었다. 저녁 6시 정도에 일을 시작해서 평균 12시간을 일했다. 신주쿠에서 일하기 전에는 밤 10시, 베개에 머리만 대면 잠이 들었던 나로서는 12시가 넘으면 잠이라는 마수가 달려들었다. 그래서 아르바이트 초반에는 졸기 일쑤였다.
그러던 어느 날 새벽, 한 여손님이 내가 하는 것을 그대로 따라 하며 혼자서 히죽 웃고 있다. 내가 턱을 괴면 똑같이 턱을 괴고, 고개를 갸우뚱하면 똑같이 고개를 갸우뚱하고 내가 하품을 하면 똑같이 하품을 하는. 그 손님이 지나가고, 그러면서 또 다른 손님이 지나가고 점점 잠이 없는 세계로 들어갔다. 동시에 이것은 또한 불면증의 세계에 입문하는 일이었고, 아르바이트가 없는 날 집 밖을 나갈 때 사람들의 시선이 신경이 쓰여서 잘 나가지도 못하는 인간이 되었다.
첫날의 가게는 이것도 저것도 새롭고 신기했다. 그 신기함이 익숙해질수록 누추해지고 진열되어 있는 것도 빛바래가는 그러면서도 내 것 같아졌다.
사장은 나의 첫날을 기억하고 여러 번 기억에서 꺼내곤 했다. 내 기억 속에 없는 나는 ‘누군가와 나를 착각하는 것은 아닌가’하는 생각을 동반하지만, 기분 좋은 소리는 여러 번 들어도 나쁘지 않다. 사장이 말하는 나는, ‘처음 아르바이트를 해서 어설프기는 하였으나, 손님들에게 웃으면서 말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릇을 깨지도 않았고, 덜렁대지도 않았으며, 손님들에 맞추어서 대하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그래서 “네가 내 가게에서 일을 해주었으면 좋겠다”라는 것이었다. 스카우트받은 신주쿠 인간이다. 나는 이 가게에서 기분 좋은 스타트를 하였고, 천천히 내가 발전할 동안 사장은 묵묵히 그 자리에 있었다. 그렇게 5년의 시간 동안 나와 함께 했다. 사장이 카드놀이에 빠져있었다는 것도 모른 채. 알았다면 달라졌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