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체 없는 세상

by 김오 작가


이것은 형체가 없는 가짜 세상. 너무도 정밀한 지금의 형체는 사실 가짜 세상. 내가 살아 있던 그곳은, 나의 장소는, 그곳의 형체는 어땠을까. 나에게 장소란 어린 시절부터 그곳이 가지고 있는 기억이 함께 하며 하나의 개체로 각인되었던 것은 아닐까. 어린 시절의 집이 찝찌름하고 역겨우면서도 더러워진 벽지 같은 죽음의 장소였던 것처럼.


그런 의미에서 신주쿠는 신주쿠만의 방식으로 나에게 하나의 개체로 기억되어 있다. 그 개체는 수많은 나의 실수를 감싸 안고 괜찮다고 다독이던 내 인생의 첫 장소였을지도 모르겠다.


진짜 중요한 건 그땐 알 수 없을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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