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부품으로 산다

by 김오 작가


지금은 다른 회사의 어느 부품으로 살고 있다. 어느 가게, 어느 회사에서 일을 하든 부품이다. 일을 할 때는 마치 내가 아니면 누구도 나의 일을 대체할 수 없을 것 같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 모두가 어느 부품이 되어 삐그덕 대는지 잘 굴러가는지까지는 알 수 없지만 그래도 흘러간다.


같은 부서에서 일하던 Y는 십 년 동안 다니던 직장에서 휴가를 취소하라는 상사에게 그만두겠다고 말했다. Y는 “나 아니면 그 상사 맞출 사람 없어.”라며 곧 자신에게 돌아와 달라고 연락이 올 거라고 했지만, 그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Y의 자리에는 더 학벌 좋은 사람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상사는 Y의 이야기는 꺼내지도 말라며 선을 그었다.


덕분에 Y는 직장도 없이 일 년을 떠돌았다. 그리고 얻은 직장은 여러 모로 사람을 절망하게 한다. 하고 싶은 일을 찾은 것도 아니었다. 보수가 더 좋은 곳도 아니었다. 하는 일은 같고, 월급도 별반 차이가 없었다. 이렇게 불합리한 것에 대해 사회와 맞붙은 결과는 생각보다 혹하다. 쉬고 싶어도 마음 편히 쉬지 못하고, 하고 싶은 일을 찾기도 전에 지쳐버리는 환경에 물들어 버린다. 결국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것보다 우스운 꼴이 되어 버린다. 속으로만 우스운 꼴의 사람을 부러워하는 부품으로 살고 있다.


서 있는 자리와 자신을 동일시해서는 안된다. 언젠가 그 자리엔 타인이 들어와 산다. 언제까지고 내가 그 자리에 있을 거라 여기거나 나만을 위한 자리라 여기지만, 아니다. 나는 변하고 변하지 않은 것이 자리다. 자리는 누구의 것이 될 수 없다. 자리는 자리일 뿐이다.


Y는 회사를 그만두기 전까지 무던히도 잘 버틴 축에 속했다. 그러다가 그만두겠다고 얘기했을 때는 젊은 나이도 아니고 모아놓은 돈도, 해놓은 공부도 없는 시기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저지른 무모한 그만두기가 회사의 부품으로 살지 않으려는 몸부림이었다는 것을 안다.


주어진 시스템 속에 생각없이 있는 것에서 벗어나, 내가 바라는 나의 모습으로 살기 위해 자신을 이해하라. 하이데거


조직에 매여 있을 때는 참으로 고통스럽다. 마음이 멈춰버린 자신의 모습을 모른 체하다가 결국 걷잡을 수 없이 터지고 만다. 결국 그 회사의 부품이 주체의식을 가지기 시작해서 벌어지는 일이다.


나도 그렇다. 그래서 마음의 적적함을 느낀다. 부품으로 있으려면 부품의 자세가 필요한데, 자꾸만 사람으로서의 마음이 들어선다. 그렇게 듬성듬성 벌어진 틈 사이로 신주쿠가 들어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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