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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화 Jul 01. 2024

META

Part 1. On the Record-출입처

고집불통인 내 성격이

더 이상 자랑스럽지 않다. 


Meta에서 나의 눈길을 사로잡은 것은 건물 내부의 디자인이었다. 혁신으로는 넘볼 경쟁 상대가 없는 소셜미디어 기업인 만큼, Meta에는 기업의 고유한 정체성이 반영된 업무 공간이 조성되어 있었다. 내가 지금 발 딛고 서 있는 장소가 미술관인지, 촬영장인지, 유원지인지 헷갈릴 정도였다.

휴식 공간에는 뉴욕 시내를 누비는 사람들의 사진이 감각적으로 걸려 있었고, 개인 업무 공간과 회의실을 이어주는 통로에는 인스타그램의 상징색이 반짝이는 네온 사인과, 메타의 사무실을 미니어처로 구현한 깜찍한 포토 스팟이 존재했다. 

회의실 근처에는 ‘덕후’의 작품임이 틀림없는 콘솔, CD, 미니어쳐가 정감 있게 붙여져 있었다. 개인 업무 공간에는 강렬한 원색의 물감으로 칠해진 그래피티가 있었다.

통일과 질서를 도저히 찾아볼 수 없는 공간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조잡하고 난해하게 느껴지지는 않았다. 톡톡 튀는 영감으로 가득한 메타의 뇌를 탐험하는 것만 같았다. 한 곳에 고여 있지 않은 채 유연하게 흘러가는 메타의 사고를 보는 것 같기도 했다. 업무 공간이 메타가 지향하는 가치, 창의성과 다양성에 대한 거 대한 은유임은 분명했다.


직원분께서는 회의실의 이름을 직원들이 원하는 대로 지을 수 있고, 업무 공간을 둘러싼 빈 벽을 직원들이 재량껏 꾸밀 수 있다고 설명하셨다. 직원들의 참신한 생각과 개성으로 채워지는 메타의 업무 공간은 이용자들의 취향과 미학으로 채워지는 인스타그램의 레이아웃과 다를 바가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스타그램을 싫어하는 사람으로서 메타에 가졌던 본능적인 거부감은, 메타 사옥이 지닌 타고난 매력으로 인해 차츰 누그러졌다.


간단한 회사 내부 투어를 마친 후, 메타에서 디자이너로 일하고 계시는 분과 함께 점심을 먹으며 얘기를 나누었다.  특정 식사 자리에 참여할 수 있다는 자격이 소중한 기회이자 값진 경험임을 실감하기 시작했기 때문인지라, 그 식사는 내게 특별하게 다가왔다. Meta에 어떻게 입사하게 되었는지, Meta의 업무 환경과 현재의 만족도는 어떠한지 묻자 직원분께서는 친절하게 답변해주셨다.


특히 기억에 남는 내용은 디자이너의 직함을 달았다고 해서, 사람들의 통념처럼 ux와 ui 설계, 시각적 비주얼 제작만을 담당하지 않는다는 말씀이었다. 데이터 분석, 사용자 경험 연구, 문제 정의와 프로그램 기획이 더 중요한 업무라고 강조하셨다. 


지금껏 나는 관심 없는 분야는 딱히 공부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서 데이터와 관련된 각종 스킬셋에 담을 쌓고 살아왔었다. 메타의 모든 직무에서 데이터 분석은 필수 역량이라는 설명을 듣자 잘하는 것만 열심히 하겠다는 내 생각은 신념은 커녕, 시대의 요구에 역행하는 고집임을 깨달았다.


더불어 메타에는 같이 일하는 사람들의 사람의 연차와 직급이 모두 비밀이며, 오직 관리자만이 그 정보를 안다는 사실이 인상 깊었다. 신입, 대리, 과장, 부장의 위계 서열이 명확한 한국 회사와 달리 메타에서는 상대의 직책과 연차에 상관없이 피드백을 자유롭게 주고받을 수 있다고 한다. 


직원들이 눈치 볼 필요 없이 ‘동료’로서 업무에 관한 건설적인 대화를 나누도록 하는 메타의 수평적인 업무 환경이 부럽게 느껴졌고, 이를 보장하는 엄격한 시스템이 가동된다는 사실도 새롭게 다가왔다.


점심을 먹은 다음에는 인스타그램의 브랜딩을 총괄하는 직원분의 프레젠테이션을 듣는 시간을 가졌다. 브랜드 소개 영상을 보면서 인스타그램의 핵심 가치는 소통, 연결, 함께임을 처음으로 알게 됐다.


사실 소셜미디어의 특성을 생각하면 ‘당연한’ 소리지만, 그럼에도 왠지 모르게 신선하게 느껴졌다. 소통과 오락이라는 파이를 인스타그램, 틱톡, 비리얼이 나누어 먹는 미국 사회와 달리, 한국 사회에서만 특수하게 인스타그램이우리 일상과 사고의 전 영역을 지배하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인스타그램이 어떻게 사람들이 자신만의 새로운 세상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지, 연결의 형태에서 혁신을 일으키는지, 사람들이 함께 더 많은 것을 이루도록 돕는지를 직원분께서는 열정적으로 설명하셨다. 


하나에 몰두하는 마음에는 칼날이 있고, 몰두의 칼날이 잔가지를 깎고 깎아 뽀족한 진심을 만든다고 믿는다. 인스타그램을 향한 자부심이 묻어나오는 프레젠테이션에서 나는 그 몰두의 칼날과 뾰족한 진심을 발견했다. 

인스타그램은 자랑, 가식, 왜곡이라고 생각했던 내가 한 걸음 뒤로 물러서게 되는 순간이었다. 새삼 나의 생각과 다르다는 이유 하나만으로 잘못된 생각으로 매도해서는 안되며, 합당한 이유가 뒷받침되는 생각은 존중해야 함을 깨달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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