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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화 Jul 02.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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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rt 1 출입처_On the Record

빠져들 수 밖에 없었고

깨어나고 싶지 않았다.

#Cafeteria

구글의 구내 식당을 보고 내 입은 떡하니 벌어졌다. 구글이 다양성을 얼마나 존중하는지를 발견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채식주의자를 위한 비건 식단, 다이어트를 하는 사람을 위한 건강 식단, 종교적 이유로 돼지고지나 소고기를 먹지 않는 사람들을 위한 식단이 마련되어 있었다. 또한 유럽, 아시아, 남미 등 각 문화권의 음식이 제공되었다. 

음식 섭취에 있어서 그 누구도 소외되거나 강요받지 않는 식단 구성이었다. 구글의 거대한 구내 식당을 돌아다니며 음식을 트레이에 담았던 경험은, 맛있는 음식을 찾는 것보다는 세계일주를 하며 다양한 식문화를 체험하는 여정에 가까웠기 때문에 더욱 뜻깊었다. 


#Play Room

점심 식사를 마친 이후 우리는 구글의 휴게 공간인 Play room에도 방문했다. 

펌프, 농구게임, 탁구대, 레이싱게임 등 아날로그과 디지털을 아우르는 다양한 놀거리가 비치되어 있었다. 

어렸을 때는 ‘미국 회사에는 쉬면서 놀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사실이 문화 충격으로 다가왔었다. 집이 아닌 회사에서도 여유를 즐기며 게임을 하는 직원들을 지켜보니 감회가 남달랐다. 풍문의 진위여부가 '사실'로 입증되는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업무 환경에 대한 미국 테크 기업의 복리후생을 부러워해야 하는지, 일과 휴식의 균형을 맞추는 직원들의 마음가짐을 부러워해야 하는지 한참을 궁리한 나는 결국 둘 다 부럽다는 식상한 결론에 도달했다. 

#How to get in?

이어서 우리는 구글의 UX 디자이너와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현직자와 질의응답하는 시간을 가졌다. 너무 멋진 장소를 방문한 탓인지, 미국에 대한 환상과 동경이 한껏 부풀려진 상태였다. 현직자분께서는 현실적인 말씀을 건네시며 우리의 과도한 낭만을 깨뜨리셨다. 

우선 ‘첫 술에 배부를 수 없다’는 뼈아픈 말씀을 하셨다. 대학생 입장에는 구글에 졸업 이후 곧바로 입사하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겠지만, 이러한 테크 회사는 성과가 입증된 경력직을 우대하기에 채용의 가능성은 극히 낮다고 말씀하셨다. 대기업보다는 스타트업 근무나 인턴십에서 배우고 성장할 기회가 훨씬 더 많기에, 다양한 실무 경험을 쌓는 것이 더 우선임을 두 분은 각자의 젊은 시절의 경험을 사례로 들며 설명하셨다. 

또한 이 직장에 근무한다고 해서 장밋빛 미래가 보장되지는 않는다는 말씀을 하셨다.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인해 회사 분위기가 흉흉하고, 자신이 소속되었던 팀도 최근 완전히 해체되었다는 말씀을 해주셨다. 점심을 먹는 도중에 정리해고를 통보하는 메일이 팀원들에게 보내져서 섬뜩했다는 말에 나 또한 오싹해졌다. 

기사를 검색해보니 구글은 작년 12월부터 인공지능 도구를 도입하면서 업무가 자동화된 직원을 대량 해고하고 있다고 한다. 성공한 직장에서 윤택하게 사는 것과 의료 보험도 보장되지 않은 채 길거리로 내몰리는 것은 미국 사회에서 한끗 차이인 것이다. 미국의 민주주의는 위대하면서도 냉혹하다는 것을 실감했다.


#Career Path

자연스레 우리의 질문 방향은 어떻게 이 좋은 직장에 살아남을 수 있는지로 향했다. 

현직자분은 직장에서는 자신의 전문성을 쌓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씀하셨다. 

특히 데이터 사이언티스트 현직자 분께서 공유하신 경험이 인상적이었다. 현직자 분께서는 텍스트 마이닝을 통해 구글 리뷰에서 의미없는 글이나 악의적인 글을 삭제하는 머신러닝을 개발하셨다. 하지만 한국어의 경우, 약어와 속어가 많아 머신러닝 결과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어가 모어인 본인이 직접 관리자 역할을 맡아 ‘한국인만 이해 가능한’ 유해 댓글을 제어함으로써 머신러닝의 일관성과 정확도를 향상했다고 한다. ‘한국어’와 ‘한국 문화’에 대한 이해가 미국 직장에서 큰 도움이 된 것이다. 전문성이라고 해서 대단할 필요는 없고, 사소해 보이는 능력이 때로는 강력한 경쟁력이 될 수 있으니, 자신감을 갖고 좋아하거나 잘하는 분야를 우직하게 파고 들어가라는 말씀이 감명 깊었다. 

인생의 최종 목표가 구글 입사인 분들은 절대로 아닐 것 같아서, 

미래에는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를 조심스레 여쭤보았다. 

한 분은 아카데미아로 돌아가고 싶다고 얘기하셨다. UX와 UI가 워낙 기술의 발전에 따라 급변하는 분야라서, 학문이 실무에 한참 뒤처지는 현상이 안타까웠다고 하셨다. 실무의 경험을 토대로 UX와 UI 이론을 업데이트하고 발전하고 싶다는 계획을 밝히셨다. 학문과 실무의 간극을 줄임으로써 미래의 디자이너에게 더 나은 연구와 작업 환경을 제공하고 싶다는 의지가 느껴졌기에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 분은 구글맵 리뷰를 읽으면서 맛집을 찾는 것이 자신의 취미이기 때문에, 구글 맛집 추천 알고리즘을 단독으로 개발하고 싶다고 말씀하셨다. 취미와 직업이 일치하는 삶을 영위하는 중이며, 무엇보다 자신의 목표를 실현할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것이 포부에서 단적으로 느껴졌기에 인상적이었다. 

추구하는 방향은 다르지만, 안정 대신 모험을 택하는 마음가짐은 같았다.  나 또한 구글 방문에서 뵌 현직자분들처럼, 전구가 늘 켜져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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