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부자원 활용하기

도움 요청하고 돈 쓰기

by 지미림


현재 가용한 외부자원에는 친정엄마, 남동생 등의 인력과 돈이 있다. 매달 생활비 예산 내에서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해 레버리지 할 수 있다. 사실 1년 전 둘째를 낳기 전 인천인 친정 근처로 이사를 왔다. 물론 주거비를 아낄 목적이 제일 컸지만 결혼 후 줄곧 서울에 있다가 인천으로 오는 것은 쉽지 않은 결정이었다. 게다가 남편은 사십 평생 서울을 벗어난 적 없는 서울 토박이였고, 직장도 서울이다. 주거비를 아끼고, 첫째가 초등학교에 입학하기 전 친정 식구들과 시간을 보내고 싶어 인천으로 이사를 결정했다. 둘째가 태어나면 좀 더 손이 필요하지 않을까 했던 것도 물론 있다. 결과적으로 자주 왕래를 하고 있고, 서로에 대한 이해의 폭이 이전보다는 커진 것 같다. 현재 친정엄마가 첫째 어린이집 등원을 해주고, 풀타임은 아니지만 틈틈히 아이들도 봐주신다. 그리고 평일 저녁 때나 주말에 남편이 늦게오거나 일정이 있을 때 종종 애들과 넘어가 함께 시간을 보내기도 한다.


다만 문제는 친정엄마를 비롯해 남동생, 친정아빠까지 현재 모두가 일을 하고 있다는 거다. 그나마 친정엄마가 출퇴근 시간이 좀 여유로운 준공무원 단체 소속이어서 지금의 상황이 가능한 건데, 그래도 직장인이기 때문에 내가 손이 필요할 때마다 도움을 요청하기가 쉽지는 않다. 또 나는 둘째라면 서러울 K-장녀 스타일로, 엄마에게 미주알 고주알 이야기를 잘 하는 스타일도 못된다. 하지만 필요할 때는 최대한 도움을 요청하자는 쪽으로 마음을 바꿨다. 한정된 시간, 계속 친정엄마 옆에 살 것도 아닌데 나중에 돌이켜 생각해봤을 때 후회를 남길 만한 일은 만들고 싶지 않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굳건한 K-장녀 스타일이라고 해도 계속 아무 말 않고 혼자 꾹꾹 참으면서 넘기면 어떻게든 결국은 탈이 날 것도 같다. 나도 한 사람 몫을 충분히 하는 선에서 도움이 필요할 때는 적극 요청하기로 했다. '최대한 나이스하게'


앞으로 한정된 시간 안에서 무엇을 할지 정하는 기준은 정말 해야 하는 일이냐 여부다. 물론 투자 공부도 사업 준비도 모두 해야 하는 일이고, 내 개인적인 발전과 성장을 위해 궁극적으로 가장 중요한 일이지만 육아와 살림은 즉각적인 생존의 측면에서 정말 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먼저 한다. 말 그대로 매일 먹고 자고 싸고, 살기 위해 외부의 도움이 필요한 두 아이들을 생각한다면 그런 기본적인 생존에 기반한 필요가 우선해야 하는 게 맞다고 본다. 이제 만 9개월이 된 아들이 하루에 3번은 이유식을 먹어야 하는데 그것의 최종 목표가 무엇이든 내가 개인시간을 갖겠다고 아이를 맨날 2번만 이유식을 먹여서 되는가?


더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아이들을 위해 하는 이러한 일련의 일들은 모두 기한이 있다는 점이다. 물론 아이들 옷이나 숙제와 준비물 챙기기, 식사 준비 등은 아직 해줄 날이 한참 더 남았지만 시간이 감에 따라 당연히 아이들도 크고, 이렇게 바로 옆에서 먹여주고 씻겨주고 하는 시간은 돌이켜보면 얼마 되지 않은 짧은 시간이다(라고 한다, 어른들의 말씀에 따르면). 실제로 이제 만 3세인 첫째의 지난 3년을 돌아보면 그랬다. 지금만 할 수 있는 일들이니 기꺼이 기쁜 마음으로 하는 게 맞다.


하지만 또 반찬가게의 진열대 앞에 서서 어떤 반찬을 살지 한참을 고민한다. 그렇게 반찬하기 귀찮다 귀찮다 하면서도 반찬 사먹을 줄은 모르는 친정엄마처럼 나도 처음에는 반찬을 사서 먹는 게 쉽지 않았다. 괜한 돈 낭비인 것도 같고, 절약하려면 집밥을 해먹으라는데 이게 맞는 건지 헷갈리기도 했다. 누구나 해오지 않던 방식대로 사는 것은 쉽지 않다. 내가 3-4천원짜리 반찬 몇 개 산다고 해서 누가 뭐라 할 일도 없고 다른 사람한테 피해를 주는 것도 아닌데도 그렇다. 왜냐면 적어도 나란 존재는 범인으로, 생각한대로 살기보다 사는대로 생각하는 게 더 쉬운 존재이기 때문인 것 같다.


그래도 최근에는 더 효율적인 삶의 아웃풋을 위해 어떻게 하면 좋을지 자주 고민하고, 해결책으로 생각되는 것들은 조금씩 실천하고 있다. 시간과 품이 많이 드는 나물 반찬은 사서 먹기로 하고, 오래 고민하던 로봇청소기를 장만한 것도 그렇다. 로봇청소기가 잘 청소할 수 있도록 외출 전 매번 최적의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게 마냥 쉽지는 않지만 그래도 다른 일을 하면서 그 동안 집 청소도 되어 있으니 확실히 할 수 있는 일의 가짓수가 늘어난 것은 맞다. 이렇게 하나 하나 중요하지는 않지만 급한 일들에 대한 대체자원을 확립해나가면 결국에는 중요하지만 급하지 않아 미뤄놨던 일들을 할 시간도 확보할 수 있다고 믿는다. 그렇게 뚜벅뚜벅 무겁게 나아가고 싶다. 나 혼자가 아니라 기꺼이 주변에 도움을 요청하면서 말이다. 이것은 ‘이보 전진을 위한 일보 후퇴’일 뿐! 이것을 반드시 기억하자! (므흣)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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