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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K이혜묵 Jul 12. 2024

군 훈련도 이렇게 빡세진 않았다.

인테리어 업체 따라 다 기니 100일 그리고 마지막 날 

나는 영천 삼사관학교에서 군 장교 훈련을 20주 받았다.

고시공부 한답시고 대학생활을 꽉 채우고 고시에 떨어져 결국 군대를 가기고 했다.

나이 들어 사병으로 가기는 그렇고 해서 학사장교를 지원하게 되었다.

어릴 적 시골에서 농사일에 게을러 본 적이 없고 고등학교 졸업 후 철도 선로보수 현장일을 했기 때문에 몸으로 때우는 일은 별로 두렵지 않았다.

군대에서 몸은 왜소했지만 가장 무거운 M60 기관총 들기를 꺼려하는 내무반 훈련 동기들을 제쳐 놓고 자진해서 무거운 것을 들고 영천 훈련장을 오갔다.

다들 군대 훈련이 힘들다고 했지만 야간 불침번을 제외하고는 힘든 줄 몰랐다.


30여 년이 지나 사무실 일만 하다가 인테리어 업을 배워 보겠다고 택했던 인테리어 업체 따라다니기

정말 힘들었다.

늦게 출근 한 날도 있었지만 먼 거리는 아침 6시나 7시에 사부의 창고에서 만나 현장으로 이동한다.

무슨 일 하는지도 전날 잘 모르는 경우도 많다.

그러고는 저녁 10시까지 일은 보통이고 마감 때가 되면 야밤 12시 또는 새벽 1~2시까지 현장에 있는 일이 허다하다.

그렇다고 토요일 쉬고, 일요일 쉬고 이러는 것도 아니다.

그냥 안 바쁜 날 7일 중에 하루 택해서 쉰다.

저녁이 없는 삶, 휴일이 없는 삶의 연속이다.


누군가 이렇게 일한다고 했더니 돈 많이 벌어서 좋겠다고 이야기한다.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울화통이 터진다.

저녁 늦게 집에 오는 길에 엘리베이터 안에서 거울을 들여다본 내 모습은 참 가관이 아니다.

안전화는 먼지로 그리고 위아래 옷은 수원역 노숙자와 전혀 다를 봐 없다.

보다 못한 아내가 이야기한다. 제발 창피하니 옷 좀 갈아입고 집에 들어오라고 한다.

만사가 귀찮아 현장 작업복 그대로 집에 오면 세탁기에 집어넣고 소량세탁 버튼을 누른다.

그러고는 다음날은 다른 옷을 입고 나간다.


이제 목표했던 100일을 채웠다.

그 마지막날의 일지를 공개해 본다.


일요일이다

전날 토요일 사부의 작업지시는  

08시까지 수원에 있는 아파트 현장에 가서 화장실에 변기와 세면대를 세팅하고 

13시쯤에는 철거 중인 경기광주 태전동 주택현장에서 싣다 남은 철거 폐기물을 싣고 폐기물 처리장에 버린 다음 

저녁에 다시 수원 아파트 현장으로 와서 창틀 하부 메꿈, 울퉁불퉁 튀어나온 바닥면 갈기 그리고 내부에 있는 자재와 공구를 외부로 반출하라는 것이었다.  


본인은 동탄 헤어숍 현장에 가서 목수와 같이 일을 해야 하기 때문에 인테리어 필름 사장이 수원아파트 현장에 와서 일할 계획이므로 둘이서 오붓하게 일하라는 것이다. 

수원 아파트는 월요일 바닥재(아마도 강마루)를 깔 예정이기 때문에

내부에 있는 톱다이, 합판, 각재, 레미탈, 벽돌, 전기자재, 배관자재, 각종 작업도구 등을 치워줘야 한다는 것이다.


내용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단 하루 만에 이러한 일들을 하기는 벅 찰뿐이다.

일요일이라 08시 30분까지 아파트 현장에 도착했다.

조그만 주먹 몽키, 변기 전용플라스틱 스페나, 변기를 수평되게 앉히기 위한 쐐기(일명, 구사비), 수평기 등은 내 개인 도구라 한 가방을 메고 아파트에 들어갔다.


벌써 필름 사장은 혼자 열심히 일을 하고 있었다.

나는 전날 도착해 있던 변기 물통 부속품을 칼로 열고 조립하기 시작했다.


9시 30분쯤 전화벨이 울린다.

두 번째 변기 물통 조립이 거의 끝나갈 무렵이다.

아파트에 있는 에이콘(pb) 배관자재인 볼밸브, 엘보, T형관, 슬리브 등을 가지고 동탄현장으로 와라는 것이다.

주섬 주섬 이방 저 방에 있는 배관 자재를 마대에 담고, 커터기, 파이프렌치 등을 통에 담아 

30km 떨어져 있는 제2 동탄 헤어숍 인테리어 현장으로 출발한다.


10시 30분쯤  호숫가에 있는 제2 동탄 현장에 도착했다.

그냥 짐만 갔다 주고 떠나면 되는 줄 알았는데 지하에 차를 주차하고 여기서 일을 좀 해야 한다고 한다.

상가 통유리와 강화도어 문의 위치를 바꾸는 일이다.

본래 출입하는 강화도어가 맨 오른쪽에 있던 것을 가운데로 보내고

그 여유 공간에 가운데 있던 통유리를 강화도어 쪽으로 이동시키는 일이다.


나는 사부와 유리 압착기를 잡고, 목수반장은 우리 반대쪽에서 유리가 넘어가지 않도록 살짝만 잡아주면서 통유리를 임시로 옆으로 옮겨 놓았다.

나에 일은 강화도어가 있던 하부에 통유리가 앉힐 수 있도록 통유리 스테인리스 하부 받침을 심는 것이었다.


콘크리트날로 된 그라인더로 선을 긋고 브레이커로 바닥콘크리트를 깨서 꺼내고 어느 정도 받침 수평을 잡아 본다.

그리고는 받침이 튼튼히 고정되도록 레미탈, 물 그리고 급결재를 썩어 몰탈을 채워 넣고 통유리 받침대를 앉혔다.

우리는 다시 통유리를 들어 창틀에 끼워 넣었다. 


13시까지 경기광주 현장에 가기로 했는데 사부는 이 일을 끝내고 15시까지 가라고 한다.

그리고는 폐기물을 처리장에 버리지 말고 차에 실은 채로 아파트 현장으로 오라는 것이다.


이제 슬슬 열이 받기 시작한다.

1톤 포터 더블캡이 아직은 내게 익숙하지 않다.

오토가 아닌 스틱차량으로 측면과 후방 감지 센서가 없어 주차할 때마다 다른 차 처 박을 까봐 걱정이다.

후방카메라를 달기는 했지만 짐을 가득 싣으면 뒷면을 눈으로 직접 하기가 어렵다.

거기다가 타이어 압력을 제대로 체크하지 않아서 짐을 싣으면 항상 불안하다.


눈, 비가 많이 와 도로가 움푹 움푹 페인곳도 많다.

최근에 연속해서 폐기물 싣는 횟수가 부쩍 늘었다.


이제는 아예 내차가 이 업체에 폐기물 운반차가 되었다.

당연히 공구나 자재는 사부 차에 싣고, 내차는 쓰레기만 싣는 게 당연시되었다.

차 사용료를 주겠다는 이야기도 없다.


이런 상태에서 폐기물을 싣고 아파트 어딘가에 주차하고 다음날 버리라고 


폐기물을 가득 실은 상태에서 하룻밤 보내기 싫어 일요일 폐기물 받아주는 곳이 있는지 확인해서 

늦더라도 받아 달라고 겨우 겨우 약속까지 잡아 두었는데 

아! 이런 씨부럴!


점심을 동탄현장에서 목수반장, 사부 이렇게 3명이서 같이 먹고 14시 20분에 경기광주 현장으로 출발한다.

15시 10분 경기광주 현장에 도착했다.

어제 같이 일했던 사다리차 아저씨가 짐 내릴 곳에 세팅을 하고 있었다.

이분은 97년 IMP때 꽃집을 운영하다 망해 폐기물만 전문으로 하는 사다리차를 20년 넘게 운영해 오고 있다고 한다.

2층에 올라가 보니 전날 목재만 한 차 실어 버렸는데 천정 석고보드를 포함해 남은 철거물들이 왜 아렇게 많이 있냐.


딱 보아 하니 

조그만 내차에 가득 싣을 수 있을까 의심스러웠다.


사다리차 아저씨가 짐을 받아 내차에 적재하기로 하고

인력사무소를 통해서 일나 온 철거 아저씨와 나는 2층에서 짐을 실어 내려 보내주기로 했다.

사다리차 아저씨 점말 짐을 잘 쌓는다.


석고보드와 같은 널찍한 것부터 먼저 내려 보내고, 마대에 담는 것은 나중에 내려 보내달라고 한다.

이 아저씨 정말 차곡차곡 잘 쌓는다.

짐을 다 싣고 철거 아저씨께 뒤 정리를 부탁했다.


다음날은  본드로 발라 놓은 강마루 철거 업체가 들어오기 때문에 방과 거실에 쓰레기, 작업 도구  모두를 복도로 옮겨 놓고 문 잠그고 가라고 했다.



짐을 다 싣었더니 16시 20분이다.

고민을 해 본다. 

이 상태로 수원 아파트 현장으로 바로 갈까 아니면 사부 말 듣지 말고 폐기물 처리업체로 갈까?

가득 찬 짐을 싣고 주차난이 평소에도 극심한 그 아파트에 주차할 자신이 없다. 

특히 일요일 오후에는 아파트에 여유공간이 전혀 없을 테고 주변 어딘가를 또 헤매야 한다.


그래 사부가 책임져 줄 것 같지도 않고 폐기물 업체에 전화해서 받아 줄 수 있는지 확인해 보자.

석수역 근처 서울과 안양 경계에 있는 업체에 전화했더니 1시간이 걸린든 얼마가 더 걸리든 기다려 줄 테니 오라는 것이다.

급하게 아래층 카페에서 사다리차와 철거 아저씨 둘이 커피 한잔 하시라고 커피 2잔을 계산해 주고 폐기물 수집장으로 출발했다.


내 커피는 기다릴 시간이 없어 못 샀다.

17시 20분

성남을 거처 안양성남 고속도로를 시속 60km 내외의 최대한 저속으로 달려 폐기물 수집장에 도착했다.

얼마냐고 물었더니 사장님은 그냥

 "먼저 버리고 와, 그런 다음 돈 받았도 돼, 커피나 한잔해"

이분은 나를 계속 잡고 이야기하고 싶은 모양이다. 


건설경기가 죽었는지 인테리어 경기가 죽었는지 옛날에 3분에 1도 안 들어온다고 푸념이다.

"바빠서 빨리 가야 돼요" 했더니 

집에 가서 "잘 쉬어" 그러신다.


 얼굴은 수염이 덥쑤릇 해서 그런지 사장 같지 않다. 

"쉬어요. 또 일하려 가야 됩니다" 대답했더니

"이 시간에. 돈 적당히 벌어" 하신다.


그래 씨벌!

돈이라도 많이 벌었으면 좋겠다.


18시 20분 아파트 현장에 거의 다 도착할 무렵 사부의 전화다.

아파트 현장에서 일 잘 되고 있냐고 묻는다.

아직 도착 못했다고 대답했더니 "많이 막히는 모양 이군요"라고 말한다.

폐기물 버리고 왔다는 이야기는 안 했다.

그냥 "네"라고만 대답했다.


본인도 이제야 동탄현장 일 마치고 아파트 현장으로 출발했다고 하면서 

아파트 현장에서 같이 저녁 먹자고 한다.


아! 또 열받는다. 

15시쯤 동탄 현장에서 출발해서 오후에는 아파트 현장에서 바닥 면갈이도 하고 자재도 정리라도 하겠다고 해 놓고선

이제야 출발했다고.

그럼 오늘 밤 또 밤새우겠네.


18시 30분 아파트 울타리 외곽에 거주자 우선주차장에 차를 세우고 아파트에 들어갔다. 

인테리어 필름 사장은 이미 사라졌고 불은 환하게 여기저기 켜져 있었다.

나는 거실 창틀 밑에 빈 공간에 벽돌 넣고 폼 쏘는 준비를 하고 있는데 사부의 전화다. 

저녁 먹을 식당으로 내려오라고 한다.


식사를 같이 하면서부터 나는 말이 없다.

이런저런 생각이 머리를 스친다.

나에 인건비는 고사하고 내차를 사용하면서 사용료를 준다는 이야기도 없다.

돈 더 달라고 하기도 참! 낮 간지럽다. 


누구는 절대 자기차에 폐기물을 싣지 않는다고 한다. 

폐기물 처리장에 굴삭기나 페이로더로 짐을 밀면은 차 프레임이 금방 망가진다고 한다.


저녁으로 칼국수 먹으면서 별 생각이 다 든다.

참! 나도 많이 참고 살아왔다.

사부는 맛있는지 후루루 짭짭 잘도 넘긴다.


할 일이 있어 먼저 일어나겠다고 하고 아파트 현장으로 돌아왔다.

식당에서 아파트로 돌아오는 길에 많은 생각을 해 본다.


오늘까지만 하고 그만한다고 할까

아니면 내일 까지만 한다고 할까.

1월 말 까지 하기로 약속했는데 이제는 한순간도 더 이상 보기가 싫어진다.

이런 짠돌이와 같이 있다니 하루 일당은 쥐꼬리


그것에 내차는 회사차인량 막 써대고

토요일 일요일 가릴 것 없이 일주일에 겨우 하루정도 쉬고

야간 일은 다반사고 마감 때는 저녁 12시, 1시가 예사이다.

몸은 망가져 양손 가운데 손가락은 자고 일어나면 뻣뻣하고 

왼쪽 팔꿈치는 찌르는 통증이 심해 보호대를 한다.


오른쪽 어깨도 통증이 온다.

허리에 보호대를 끼고 일한 지는 꽤나 되었다.

하루라도 쉬는 날이면 한의원으로 달려가 침과 찜질을 받는다.


늦은 시간 시멘트 가루와 먼지 가득 묻은 옷과 신발을 벗을 때마다 아내에게 미안하다.

이놈들을 세탁기에 넣고 돌려야 하기 


왜?

내 인생을 이렇게 내가 벼랑으로 몰고 있지

하루 일당으로 세탁비와 한의원 치료비가  조금 넘을 정도인데.

내가 생각해도 나는 미친 바보이다. 


20시부터 아파트 현장에서 저녁 일을 시작한다.

나는 저녁 먹기 전에 하다만 새시 창틀 밑에 벽돌 넣고 폼 싸고 그리고 그 위에 석고보드를 치수에 맞추어 넣었다.

사부는 울퉁불퉁한 바닥 콘크리트면을 그라인더로 갈고 남은 레미탈, 수평몰탈, 벽돌, 공기구를 자기차에 싣는다.

무거운 40kg짜리 몰탈을 사부는 혼자 든다. 


다른 때 같았으면 같이 들자고 하던지 아니면 나더러 하라고 했을 텐데  저녁 먹을 때부터 내가 아무 말 없이 인상만 찌푸리고 있었더니 뭔가 감이 있었는지 말을 걸지 않는다.


새시 창틀 하부를 마무리하고 방에 있는 물건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밤 10시 사부가 없는 사이 아래층 아저씨가 올라왔다. 

밤 10시가 넘었는데도 소리가 많이 난다고 하면서 작업 좀 내일 낮에 해달고 한다.

나는 "이따가 사장 오면 말씀하세요"라고는 대꾸하고, 할 일만 한다.


방에 짐들을 치우면서 그리고 빗자루질하면서  머릿속에는 

오늘만 하고 그만 나올까 내일 까지 나올까 계속 이 생각만 든다. 


밤 11시 10분 아내의 전화벨이 울린다.

"빨리 안 와" "이제 그만하고 집에 와"

아파트 복도에 나가 전화를 받았지만 사부는 어느 정도 눈치를 챈 모양이다.

방과 거실을 거의 다 치우자 사부는 11시 20분쯤 "그만 집에 들어가세요. 나머지는 제가 할게요"라고 말한다.


그래 마음먹은 거 이야기하자.

괜히 서로 얼굴 붉히면서 일해 봤자. 

능률도 오르지 않을 것 같다.


"오늘까지만 일하고 내일부터는 못 나오겠어요"

"아니 1월 말까지 일하기로 했잖아요'

"아니요. 몸이 힘들어서 더 이상 못 버티겠어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죠"


우리는 이렇게 해서

밤 11시 30분에 헤어지게 되었다.

작업복과 안전화야! 

100일 동안 고생 많았다.




다시 너희를 몸에 지녀야 할지 말아야 할지 나도 잘 모르겠다.

일단 몸부터 추스르고 생각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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