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나무위키 활동을 시작한 뒤 처음 작성했던 장르의 문서는 치어리더였다. 2025년 현재 치어리더는 연예인급의 인기를 자랑하며 여러 대중매체에 등장하곤 한다. 이다혜, '삐끼삐기' 댄스로 유명한 이주은, 하지원, 강한나 등 여러 방송과 광고에서 연예인 급의 출연료를 받으며 활약하는 치어리더들을 보면 치어리더라는 직업의 사회적 지위 상승이 얼마나 빠른 시간에 이루어졌는지 짐작할 수 있다. 이제 치어리더계는 아이돌계만큼이나 스포트라이트를 받고, 경쟁이 치열하다고 들었다. 과거만 해도 응원을 도와주는 보조나 사이드 직업으로 인식되던 치어리더가 지금의 위치까지 오른 이유는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나는 대중들이 이들을 또 다른 엔터테인먼트 컨텐츠로서 바뀐 시선으로 바라보기 시작한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본다.
내가 처음 나무위키에서 편집을 시작했을 때, 치어리더는 막 낮은 사회적 인식에서 벗어나 본격적인 엔터테인먼트로 부각하고 있었다. 소위 '야구장 3대 여신' 이라고 불리던 박기량, 김연정, 이수진, 강윤이 치어리더 등 현재의 치어리더 사회의 기반을 만든 이들이 큰 인기를 누리며 활동하고 있었다. 다른 사람들과 마찬가지로 치어리더들의 존재에 대한 인식 자체가 부족했던 나는 중학교 시절 치어리더들의 인기몰이를 보며 크게 놀랐다. 치어리더도 이제 독립적인 컨텐츠이자 스포츠 문화의 구성요소로 성장하는 모습이 너무나 인상적이었다.
그 무렵 보게 된 다큐가 바로 치어리더 박기량 씨가 출연한 MBC '사람이 좋다' 였다. 박기량 씨는 2012년 롯데 자이언츠 치어리더로 활동하면서 야구팬들의 주목을 받아, 단숨에 대중적인 스타로 부각되었다. 사실 박기량 씨를 빼놓고 한국 치어리더 사회의 기반을 설명하긴 어렵다. 그녀는 단순 '롯데 치어리더 A'가 아닌, 박기량 치어리더라는 자신의 이름으로 처음 언론을 탄 치어리더이기 때문이다. 2000년대에도 팬들의 입에서 오르내리던 치어리더들이 있었지만, 이들은 경기장 밖으로 이름을 알리지 못했다. 그저 팬들 사이에서만 '쟤 예쁘다더라, 춤 잘 추더라' 정도의 무용담으로 묘사될 뿐이었다. 그만큼 그들은 스포츠 문화에서 빛을 보지 못한 사람들이었다.
해당 다큐가 방영된 2013년은 박기량 씨가 한창 롯데 치어리더로 언론을 타며 부각되고 있던 시기와 겹쳤다. 치어리더의 춘추전국시대라는 지금과 달리 당시만 해도 박기량 씨의 입지를 따라갈만한 치어리더는 없었다. 그만큼 치어리더계의 인기 스타로 부각되던 그녀가 화장실에서 옷을 갈아입고, 심지어 식사까지 화장실 안에서 해결하는 모습은 충격적이면서도 인상적이었다. 스포츠 문화의 한 부분으로 이름을 알리는데 성공했지만, 대우는 여전히 이전과 다르지 않았다. 그나마 이런 상황이 대중매체를 통해 방송될 수 있었던 것도 그녀가 경기장 밖의 대중들에게까지 이름이 알려진 스타 치어리더였기 때문에 가능했다. 같이 화장실에서 피자를 먹던 사람은 박기량 치어리더 뿐만 아닌 여러명의 알려지지 않은 무명 치어리더들이었다. 그들은 자신의 상황을 말할 기회도 받지 못한 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있었다.
그러한 상황을 바라보며 치어리더들의 처우 개선과 치어리더가 스포츠계의 노동자로서 정당한 대우를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고 싶다는 그녀의 인터뷰가 어린 나에게 강렬하게 다가왔다. 스포츠 경기장 내 치어리더에 대해 생소하게 생각하던 나에게 치어리더의 세계가 어떤 것인지에 대한 호기심을 심어주었다. 박기량 씨를 통해 치어리더계에 눈을 뜨게 된 나는 그녀 외에도 인기를 끌던 여러 치어리더들을 찾아보며 나무위키에 글을 쓰기 시작했다. 당시만 해도 너무나도 부족했던 나무위키 내 치어리더와 관련된 지식에 내가 어떻겠든 그 가치를 더하고 싶었다. 치어리더 사회에 대한 이야기를 내가 제공한 정보를 통해 사람들이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이건 내가 치어리더들의 팬이어서가 아니라, 치어리더 세계에 대한 탐구적 호기심이 폭발했던 것 같다.
그렇게 난 치어리더들의 이야기와 세계를 나만의 돋보기로 들여다보며 알게 된 정보들을 나무위키에 적어내기 시작했다. 치어리더들의 프로필조차 제대로 안 적혀있던 나무위키에 많은 내용들이 채워져가는 것을 보며 나름의 뿌듯함도 느꼈다. 날이 갈수록 새로운 치어리더들이 나타나 인기를 얻고 기존 치어리더들의 자리를 위협하는 걸 보면, 치어리더 사회의 파이가 커지고 있다는 기대감도 생겼다. 내가 나무위키에서 보낸 기간이 길어질 수록 치어리더들의 인기와 입지는 급격하게 올라갔다. 어느새 나 말고도 치어리더들의 전문 팬 계정이 등장해 나와 함께 정보를 채워넣고 있었다.
내 본계정이 정지당한 2019년 이후 치어리더에 관심이 떨어져 더 이상 치어리더와 관련된 문서를 편집하지 않았었다. 최근 오랜만에 치어리더들의 문서에 들어가서 정독을 했는데 깜짝 놀랄 정도로 정보가 많았다. 특히 이다혜 치어리더의 부각과 함께 치어리더들이 해외 진출까지 하는 현재의 상황에서 치어리더는 더 이상 빛을 보지 못하는 백스테이지의 직업이 아니다. 물론 그들 사이에서도 경재은 하루하루 치열해지고 있지만, 그러한 경쟁을 감안하면서도 도전해볼만한 매력적인 직업이 되었다. 내가 처음 나무위키에 치어리더들에 대해 편집할 때와 비교하면 격세지감이다. 다시 한번 한국의 모든 치어리더들에게 박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