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처럼 운동을 나왔다. 6월까지는 삐질삐질 땀이 나도 어떻게든 시간을 내서 운동을 하러 나가곤 했는데 7월부터는 전혀 나갈 수가 없었다. 올여름은 특히 유난히 더 타들어가게 더웠기 때문에...
점심 먹고 운동을 나왔더니 기온은 30도가 넘게 올라 있었지만 바람은 확실히 시원하다. 햇빛도 여름처럼 눈도 못 뜨게 뜨겁진 않다.
운동은 보통 집 근처 산책로를 40분 정도 걷고 공공 운동기구로 20분 정도 운동해 준다.
아파트에 살고 있어서 집 근처 풍경은 서울 살 때랑 크게 차이는 없다. 요즘 아파트들 주변에는 하천 주위를 걸을 수 있게 산책로를 조성해 둬서 어디든 다 비슷해 보인다. 다만 차이가 있다면... 사람이 없다. 서울에서는 평일이건 주말이건 주택가에도 항상 일정 비율 이상의 사람들을 볼 수 있었다. 그래서 좁은 길 반대방향에서 오는 사람이랑 항상 어깨든 어디든 부딪혀서 기분이 나빠지곤 했는데, 이전에 살던 지방도시도 지금 살고 있는 영주에서도 아무리 좁은 길을 걸어도 어깨빵당한 기억이 없다.(지방 와서는 맞은편에서 사람이 와도 보통 먼저들 비켜주시는 경험이 훨씬 더 많았다)
지방살이를 결심하게 한 가장 큰 이유는 서울에 너무 많은 사람이 있다는 것이었다. 집 밖을 나가면 사람이 와글와글.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길도 너무 복잡하고 차들도 너무 많고. 어릴 때는 서울이 재미있는 도시였는데, 나이가 들수록 서울에 지쳐갔다. 결정적으로, 코로나를 겪으면서 나는 더 이상 서울에 살 수 없는 사람이란 걸 깨달았다.
지금 사는 영주에는 친척이라도 살고 있지, 이전에 살던 곳은 정말 아는 사람 단 한 명도 없는 연고라고는 1도 존재하지 않는 곳이었다. 그래서인지 사람 상처를 좀 받았다. 조용하고 경치 좋아 정신건강에는 도움이 되었지만, 사회생활 하면서 만난 사람들 때문에 서울에서 받던 스트레스와는 또 다른 종류의 스트레스를 받았다.
지금은 경치는 예전 살던 곳만큼은 좋지 않지만, 사람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극히 적다. 그래서 잠시라도 밖에 나가는 걸 귀찮아하지 않게 된 걸지도 모른다. 여기 이사오기 전에는 사람 마주치는 게 싫어서 쉬는 날엔 무조건 집에서 뒹굴거리는 걸 택했다. 집에만 있다고 딱히 마음이 편해지는 것도 아니고 층간소음 때문에 그렇게 조용히 있을 수도 없었는데... 매사에 의욕이 없었다. 딱히 뭘 하려는 생각이 아예 들지 않았었다.
지금 이렇게 브런치에 뭐라도 적어봐야지 하고 도전하게 된 것도 이곳에 이사 오고 마음이 편해졌기 때문이 아닐까? 생활이 좀 가난해지긴 했지만 이곳에 온 뒤로는 마음먹은 일들을 하나하나 도장 깨기처럼 해내고 있어 뿌듯하다. 앞으로도 계속 지금처럼 살 수 있다면 오래오래 이곳에서 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