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10.02

커피와 함께한 시간들

by 다솜강이

언제부터 커피를 좋아하기 시작했을까를 생각해 보니 대략 스무 살부터인 것 같다. 그전까지는 아침에 눈 뜨면 커피부터 찾는 엄마, 아빠가 이해가 안 됐다. 시커멓고 쓰디쓴 그 음료를 엄마아빠는 왜 그리 좋아하는지. 어쩌다 커피가 떨어지기라도 하면 예민하게 굴기까지 했다. 추운 겨울날 잠이 덜 깬 얼굴로 근처 카페로 가서 기어이 커피를 사 오는 엄마를 보고 헐.. 했던 기억이 있다.


아직 고졸 검정고시를 준비하던 스무 살의 나는 당시 한 병원의 편의점에서 최저시급도 안 되는 돈을 받고 알바를 하던 중이었다. 병원 안에서 운영되는 편의점이라 손님들 대부분은 의사 아님 환자, 환자 보호자였는데 그들이 사 가는 건 커피가 압도적이었다. 캔커피, 컵커피, 주전자에 내려놓은 원두커피... 가끔 내가 카페에서 아르바이트하는지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는지 헛갈릴 정도였다.


그러다 문득 커피를 한번 마셔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하이킥에서 본 달달하다는 커피 '캐러멜 마키야토'를 시작으로 매일 퇴근할 때마다 종류별로 한잔씩 마셨다. 엄마아빠의 최애이자 제일 많이 팔리는 '아메리카노'는 그 당시 나는 도저히 마실 수 없는 음료였다. 너무 쓰더라. 하지만 '캐러멜 마키야토'나 '카페모카'는 충분히 마실 수 있었다. 마실 때는 커피 같지 않았다. 그냥 커피 우유 마시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퇴근 때마다 마시는 커피 탓인지 어느 날부터 밤에 잠이 오질 않았다. 그럴 때는 공부를 하기도 하고, 책을 읽기도 했지만 대부분은 내가 좋아하는 가수들의 음악을 들으며 잠이 오기를 기다렸다.


1년 정도 뒤부터는 카페에서 파는 커피들에게로 진출했다. 마시는 건 늘 캐러멜 마키야토 아니면 카페모카였다. 카페에서 파는 카페모카는 휘핑크림도 올려준다. 그래서 한동안 카페모카는 나의 최애 음료였다. 나는 단 음식을 좋아하는 편이다.


그러다 본격적으로 직장생활을 시작하고, 특히 인생의 굴곡이 심하게 생기기 시작한 2013년부터 나의 취향은 달라졌다. 더 이상 단맛 나는 커피가 좋지 않았다. 어느새 나는 나의 엄마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아침에 눈뜨면 아메리카노를 찾는다. 혹시나 떨어질까 봐 수량을 체크하면서 미리미리 사둔다. 심지어 하루에 두세 잔도 마신다. 향긋한 커피 향을 맡으면 '아~좋다'라고 말하고 적당히 잘 볶아진 원두에서 나온 그 쓴 물을 마시며 맛있다고 생각한다. 누군가 그랬는데.. 블랙커피가 맛있게 느껴지면 어른이 된 거라고. 그때부터 나는 어른이 되어간 걸까?


이제는 오후 늦게, 심지어 저녁에 아메리카노를 마셔도 밤에 잘 잔다. 카페인에 내성이 생긴 건지, 커피로는 잠을 방해하지 못할 정도로 내가 피곤하게 사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내일도 하루의 시작을 아메리카노로 시작하겠지. 향긋한 커피 향.. 벌써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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