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너무 가까이하고 싶지만 나를 밀어내는 그 무엇(2)
글 쓰는 사람들에 대한 동경은 어느덧 장래희망으로 바뀌었다. 작가가 꿈이었던 다른 분들은 무엇 때문에 작가를 희망하시게 되는지 잘 모르겠지만 나는 그저 재미있는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단순한 생각뿐이었다. 그래서 무턱대고 쓰기부터 했다. 그러나.. 청소년용 도서들도 두 장 이상 읽기를 버거워하는 내가 무슨 수로 글을 길게 쓰겠는가. 말도 안 되는 문장들을 그저 끄적거리다 지우고 공책 몇 장에 쓰다가 찢어버리기를 수차례 반복했다. 나는 이것도 못하는구나... 하고 또 좌절했다.
바로 그때, 책 읽기라면 일가견이 있는 엄마가 나에게 몇 가지 팁을 주셨다.
첫째, 매일 몇 시부터 몇 시까지 책 읽는 습관을 들일 것. 내용이 어려워 한 페이지밖에 못 읽더라도 꼭 책 읽는 시간을 지킬 것.
둘째, 그날 읽은 책의 페이지를 공책에 옮겨적고 모르는 단어는 국어사전을 찾아볼 것. 사전에 적힌 의미에서도 모르는 단어가 있으면 표시해 뒀다가 엄마한테 물어볼 것.
셋째, 하루에 다섯 줄 이상 문장 써보기.
그때부터 엄마가 알려준 저 세 가지 방법들을 매일 실천했다. 하기 싫어도 꾹 참고 했다. 시간이 아주 오래 걸렸다. 고졸 검정고시까지 다 마친 이후에도 이 작업은 이렇다 할 결과를 보여주지 못했다. 하지만, 방통대에 진학하고 서술형 과제물을 작성할 때 스스로 해낼 수 있게 되었고 방문 교사로 취직하고 나서 학부모들과 상담할 때도 말이 되는 말을 할 수 있게 도와준 것 같다. 이야기를 쓸 수 있을 만큼의 능력까진 가지지 못했지만 대학을 다니고 취직을 할 능력은 갖게 되었다.
8년 동안 꾸역꾸역 다니던 방문학습회사를 그만두고 나는 잠시 중단했던 엄마의 지침을 다시 시작했다. 백수에게 남는 건 시간뿐이니 이전에 실천했을 때 보다 더 많은 시간을 투자했다. 그리고 눈높이 학습지를 신청해서 매주 국어, 사회, 과학 공부를 했다. 검정고시 준비 때처럼 시간이 정해져 있는 게 아니라 온전히 나만의 속도에만 집중했다. 그렇게 4년 반을, 꾸준히 했다. 재취업을 하고 지방살이를 시작했을 때도 계속 이어갔다.
그리고 마침내, 블로그에 어린 시절 팝음악을 들으며 가졌던 추억들을 쓸 수 있을 정도로 글쓰기에 어느 정도 자신감이 생겼다. 브런치에 작가신청도 하고 통과되어 이렇게 글을 쓸 수도 있게 되었다. 처음 작가로 선정되었다는 이메일을 받고 나는 마치 작가에 등단이라도 된 것처럼 기뻤다. 브런치 작가가 된 것은 내 인생에 가장 큰 성취였다.
가끔 SNS나 인터넷에서 극찬하는 책 소개 글들을 보고 있으면 나도 너무 읽고 싶다. 아니, 그들이 느끼는 그 책들의 말맛이며 문학적인 아름다움을 나도 온전히 느끼고 싶다. 훌륭한 책이라고 들어서 구해서 읽으면 나는 거기에 쓰인 문장들의 의미부터 파악하느라 바쁘다. 아무리 예술이 이해하는 게 아니고 느끼는 거라지만 글이 주는 예술적인 느낌을 받으려면 무슨 말인지는 알아야지...
책, 그리고 그 안에 담긴 글들. 그것들은 나에게 희망을 주기도 절망을 주기도 한다. 사실, 아직도 절망을 줄 때가 더 많다. 하지만 몇 번 안 되는 책이 주었던 희망들 덕에 나는 느리지만 조금씩 이전보다는 나은 사람이 되어가고 있는 것 같다. 그래서 나는 책 읽기를 멈출 수가 없다. 앞으로도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천천히 나은 사람이 되어가려고 노력할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