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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할로겐 Jan 12. 2023

우드심지에 대하여

나그참파

우드 심지 캔들에 대하여

방안을 정리하다 누구에게 받았는지도 확실치 않은 우드 캔들이 있었다. 

나그참파 내가 좋아하는 그 시원한 나무 냄새와 절의 오래된 나무의 향기 같은 그 향이다. 
뭔가 이름부터 사원스러운 단어는 사실 어이없게도 회사 이름이었다.
1964년에 회사의 창립자의 아들이 태어난 해를 기념해 자신이 만든 향에 나그라지의 이름에서 나그와 참파꽃의 참파를 합성해 만든 이름이다.

거창해 보이는 이 이름이 단순한 이름과 꽃의 합성어라니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저 향을 좋아할 것이다. 달달하지도 않고 꽃향기도 심하지 않은 저 향을 말이다.


어찌되었던 그렇게 캐비닛 서랍장 속 숨겨져 있던 캔들을 꺼내 한껏 분위기를 내기 위해 우드 심지에 불을 붙였다. 그렇게 불이 붙고 꺼지길 반복하던 소이 캔들은 결국 불이 켜지지 않았다.
"우드 심지를 가진 캔들은 심지를 새로 킬 때 정리하고 오일이 잘 끌어 오를 수 있도록 정리해야 함" 이라고
아주 짧게 캔들 박스에 쓰여 있는 걸 보기 전까진 아예 버릴 참이었다.
우연 치고는 너무 떡하니 있는 박스의 종이 속의 그 문장이 나에게 다가와 비수를 날렸다. 


나는 우드 심지를 가진 캔들을 더 좋아한다.

면으로 된 심지가 조금 더 편하고 쉽게 불이 붙고 관리하지 않아도 된다 그에 반해 우드 심지는 번거럽고
까다롭다 혹자는 이렇게 이야기 할 수 있다. 


캔들 하나에 그렇게 까지나 신경을 쓰며 불을 붙이고 향을 채우는 일에 수고스러움을 더해야 하냐고 말이다. 


우드 심지는 너무 짧으면 불이 꺼지기도 혹은 붙지도 않고 왁스가 녹지도 않는 그런 캔들의 기본적인 부분이 되지 않기도 한다. 반대로 심지가 길면 그을음과 연기도 난다. 

이 뿐만이 아니다 그냥 입으로 후 불어 끄는 것도 타이밍이 있다. 

캔들의 상단이 모두 다 녹고 그 이후에 꺼야한다. 

입으로 호 불어서 끌 수도 없다 연기와 그을음으로 기껏 만든 향이 연기향으로 바뀔 테니까 말이다. 

그럼에도 우드 캔들을 쓰는 이유는 아날로그한 그 까다로움이 주는 아주 소소한 행복 때문이다. 


타닥타닥 타는 소리와 향수보다 천천히 채워지는 향 때문에 그 까다로움을 포기할 수 없다.
어쩌면 그 아날로그, 내 손이 한번 더 가고 그 다음을 위해 천천히 다루어 줘야하는 일들이
내가 가지고 있는 인간관계를 돌아보게 한다.
그저 내 욕심을 채웠다고 후 하고 한번에 끌 수도 없고 불을 다시 키기 위해
아주 천천히 녹이기도 그리고 다듬기도 하는 과정이 말이다. 

타닥타닥하고 타는 조그마한 아이스크림 막대 같은 것에도 나는 이 많은 과정을 느낀다.
 
작은 위안을 얻고 또 작은 위로와 함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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