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명으로 가득한 일기
업로드가 늦어지는 것에 대한 변명
기록을 해두지 않으면 감정과 일상은 휘발되기 마련이니까, 곧 과거가 될지 모르는 유학 생활을 하는 나날들을 보관해놓고 싶은 마음에 짧게나마 매일 일기를 써보자며 호기롭게 브런치를 시작했었다. 하지만 학교가 막 개강했을 때는 적응해야 한다는 이유로, 적응 후엔 과제가 많다는 이유로, 중간고사 기간엔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해야 한다는 이유로 일기에 대한 업로드가 점점 늦어지고 있었다. (또 은근히 내 일기를 보고 있다는 주변 사람들-엄마의 추천으로 시작된 친척분들의 구독과 심지어 외국인 친구들도 번역기를 돌려서 본다며-이 늘어나며 고마운 마음과 동시에 글 작성에 대한 부담감도 늘어난 것이 사실이다.)
이 글을 작성하는 지금 난 어느덧 맨해튼에 온 지 약 3개월이 흐른 시점에 있다. 상세하게 쓰고 있지는 않지만 나중에 제대로 정리해서 올려야지 하는 마음으로 매일 짧게나마 일기는 따로 기록해두고 있었는데, 잘 써야겠다는 부담은 떨쳐두고 원래의 목표대로 해당 날짜의 순간적인 감정과 일상들을 공유하려는 목적을 우선적으로 생각하며 업로드 속도를 높여 보아야겠다.
그리고 최근에 올린 글들이 초반에 비해 퀄리티가 떨어진다는 피드백을 받았었는데, 아무래도 매일의 일상 공유를 목표로 하다 보니 특별한 걸 하지 않는 날들도 생겨 그렇다고 변명하고 싶다. 공교롭게도 오늘 업로드할 일기도 '아무것도 하지 않은 하루'인데, 곧 학교 생활이 시작되고 나면 이것저것 다른 활동들도 많이 하게 되므로 (물론 그럼에도 중간중간 특별한 활동들을 하지 않는 날들도 있겠지만) 관심 있게 쭉 지켜봐 주었으면 좋겠다.
다시 8일 차의 나
어제 하루 아무것도 하지 않은 게으름이 온몸으로 퍼져 오늘까지도 날 잠식하였다. 해야 할 게 있는 걸 알고 있는데도 왜 내 손은 웹툰이나 유튜브로 향하는 것인지.
이상하게도 딴짓을 하고 싶은 총량이 정해져 있는지 할 일에 집중하기 위해 한 소셜 네트워킹 어플을 사용하지 않기와 같은 미션을 스스로에게 주어도 나중에 정신 차려보면 해당 어플 빼고 모든 것을 다 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할 수 있었다.
어제도 딱히 많은 것을 하지는 않았지만 집 앞 마트를 가거나 저녁에 룸메와 얘기를 나누는 시간이라도 가졌었는데, 오늘만큼은 정말 집 밖에조차 나가지 않고 이따금씩 부엌에 나가 잉글리시 머핀을 토스트기에 넣어 누텔라를 찍어먹는 것이 다인 하루였다.
이렇게 아무것도 하지 않을 거면 그냥 이런 날도 있는 거지, 하고 그냥 휴대폰을 하는 시간을 즐기면 될 텐데 하필 그렇게 생각할 수도 없는 사람이라 내가 날 힘들게 한다.
하지만 다시 생각해 보면 사실 ‘아무것도’ 하지 않은 날들은 존재하지 않는다. 분명 무언가를 하긴 하면서 시간을 보냈다. 난 어딘가를 가거나 누군가를 만나거나 무언가를 배웠거나 하지 않는 이상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있는데, 이런 사고도 조금씩 고쳐보아야겠다.
사실 난 오늘 꽤 오래라면 오랫동안인 700일이 넘는 기간 동안 구독해 온 버블(연예인과 소통할 수 있는 구독 애플리케이션의 일종)을 해지 신청했다. 난 모 아이돌 그룹의 나름 열렬한 팬이었고 이미 버블 확인은 나의 일상 중 하나였기 때문에 버블 해지를 한다는 것은 나에게는 꽤 큰 결심이었는데, 예전과 같은 애정도가 아니라는 점이 큰 이유였겠지만 작게나마 드는 월 구독료를 아껴보려는 마음이 가장 결정적이었다.
또 짧게나마 가족들과 영상 통화를 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는데, 할머니와 영상 통화하는 순간은 스크린샷을 해놓기도 했다.
밤엔 룸메가 동네에서 열리는 축제에 관한 링크를 보내주었는데 주말에 기회가 된다면 가볼 생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