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떠오른 서브웨이 공포증 기억
귀찮음과 게으름에 그만 잠식당하기 위해 내가 제일 먼저 한 행위는 바로 코인 세탁소로 향하는 것이었다. 매번 빨래를 할 때마다 느끼는 바인데, 빨래를 일주일 내 제때 끝내는 것은 정말 대단한 성실성이 요구되는 행위이다.
빨래를 하러 몸도 움직였겠다, 가벼운 것부터 다시 시작하자는 마음으로 생각한 오늘의 미션은 (팁을 안 줘도 되는) 새로운 음식점 도전해 보기. 이제 미국 생활 9일 차에겐 아직도 음식점 방문은 큰 미션이지만 코인 세탁기는 제법 능숙하게 돌릴 수 있게 되었다.
세탁이 끝나기를 기다리는 동안 근처를 돌아다니며 음식점을 물색하다 보니 내 레이더망에 잡힌 음식점은 ‘Blimpie(블림피).’ 들어가서 확인해 보니 서브웨이와 같은 느낌의 샌드위치 전문점이었다. 이제 한국사람에게 친숙한 서브웨이와 달리 블림피는 처음 들어보는 브랜드였다. 다행인 점은 서브웨이와 주문 방식이 동일해서 바로 주문 방식을 파악할 수 있었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한국에서도 서브웨이 주문이 힘들다는 사람들이 많아서 유머로 나오기까지 했는데, 심지어 영어로 얘기해야 한다니 한국에서 서브웨이 좀 먹어본 나조차 여간 난감한 게 아니었다. 알레르기도 없고 아무거나 잘 먹으니 '그냥 마 알아서 해주이소'하고 끝내고 싶은데 그 와중에 칼로리 덜 나가는 브레드로 추천까지 부탁하며 무사히 주문을 마쳤다.
사실 내 서브웨이 첫 도전은 예전에 유럽 여행을 돌 때 방문한 오스트리아에서였는데, 그때야말로 정말 난감했었다. 그때는 서브웨이가 한국에 들어오지 않았을 시점이라 아는 정보가 전혀 없었고 난 그냥 샌드위치를 먹고 싶어서 아무 가게나 들어간 사람이었는데… 샌드위치 하나 달라는데 왜 그렇게 원하는 게 많은지. 당시 나도 그랬지만 점원도 영어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라서 둘이 정말 힘들게 조율하며 샌드위치를 주문했던 기억이 있다. 이때의 기억이 너무 강해서 한국에 서브웨이가 들어왔을 때도 사실 몇 달간 시도조차도 못해보다가 친구가 끌고 가서 겨우 그때부터 사 먹을 수 있게 되었다. 그때를 생각하면 오늘의 샌드위치 주문은 정말 스무스하게 흘러간 거나 마찬가지겠지. 그렇게 추억을 회상하며 오늘의 미션도 클리어!
빨래를 끝내고 집에 와서 좀 휴식을 취하다 보니 금방 저녁 시간이 되었다. 내일은 미국에 온 후 처음으로 예전부터 알고 지내던 분과 만나기로 약속이 되어 있어서 기대하는 마음으로 근처 마트에서 와인과 감자칩도 구매하였다. 사실 감자칩은 내일의 안주이자 오늘 대충 때울 저녁으로 구매하였는데, 룸메이트가 과일잼을 첨가한 생과일주스와 함께 파스타를 만들어주어 예상치 못한 호강을 누렸다. 익숙한 기다란 면의 파스타 대신 orzo(오르조)로 만들었는데 마치 밥을 먹는 것 같은 느낌이 들면서도 중간중간 애호박이 씹히는 맛이 일품인 파스타였다. 오늘도 룸메이트에게 고마움을 느끼는 하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