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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주 Oct 31. 2023

Day13. 미국인이 보는 미국

첫 환불 시도! 그리고 룸메이트와의 대화


룸메이트의 친구


몸이 안 좋은 친구를 돌봐야 한다며 며칠 동안 친구집에서 병간호를 하던 룸메이트가 돌아왔다. 룸메이트는 친구가 현재 대장암 말기에 걸렸고 병원에서도 퇴원하여 집에서 죽음을 기다리는 중이라고 했다. 뒤이어 친구 역시도 한국인인데 미국에서 산지는 꽤 되었지만 부모님은 한국에 계시고 작년엔 그녀의 남편도 코로나로 인해 사망한 터라 자신이 자주 들여다보아야 한다고 전했다.

병이 걸리기 전 그녀의 직업은 간호사였고 그래서 건강을 더 챙겼음에도 이런 일이 일어났다고, 우리보다 나이가 많다 해도 40대밖에 되지 않았고 병으로 죽긴 너무 어린 나이이지 않냐며 룸메이트는 말을 하면서 중간중간 눈물을 보였다. 그녀는 미국에선 병원비도 비싸고 보험 문제와 관련해서 돈 정산받는 것이 까다로우니 자신이 친구를 도와주기 위해서 보험 문서를 하나하나 살펴보며 받을 수 있는 건 받을 수 있게끔 처리하는 중이라고 했다. 룸메이트의 친구는 미국에 온 후부터 일을 쉬지 않고 했는데 병원비도 대지 못하는 건 너무 억울하지 않냐고 말이다. 그래도 친구의 직업이 간호사였던 터라 다행히도 좋은 보험을 괜찮은 가격에 들 수 있었고 덕분에 돈 문제는 잘 해결될 것 같다고 했다.

룸메이트가 내가 먹는 식단에 대해 계속 신경을 썼던 이유가 아마 여기에 있었을 것이다. 오늘 먹은 누텔라가 부끄러워지는 순간이었다.



미국에서 첫 환불받기


그제 영화를 본 후 타겟 쇼핑을 갔을 때 수건을 함께 샀었는데, 두 세트를 샀건만 한 세트의 사이즈가 내가 생각한 것보다 작아 환불을 받으러 다시 타겟으로 가기로 결심했다. (참고로 여기서는 핸드 타월 코너에서 수건을 사야지 한국에서 쓰던 기본 수건 사이즈로 구매할 수 있다.)

구글맵에 타겟을 찍고 가는데 룸메이트와 함께 가던 경로와 다른 루트를 찍어줘서 덕분에 가던 길에 거위들을 마주칠 수 있었다. 신기해서 사진을 찍었는데 가는 길에 무슨 거위가 비둘기 마냥 길거리에 계속해서 보였다. 나중에 룸메이트에게 물어봤더니 미국에 흔히 볼 수 있는 풍경이라고 한다.


환불 대기를 하며 혹시 환불을 해주지 않겠다고 하면 어쩌지 싶어 여러 다른 멘트들을 준비해 갔는데, 결제한 카드와 영수증만 보여줬더니 쿨하게 바로 환불처리가 되었다. 미국 생활에서의 좋은 점은 환불을 아주 쿨하게 잘해준다는 점이다. 심지어 포장을 뜯은 제품이어도 웬만해서는 환불을 다 해주는 듯하다.


*환불을 하고 싶은 상황을 대비한 오늘의 영어 한 문장

I’d like to return these. 이거 환불받고 싶어요.



완벽한 나라(?)


집으로 돌아오니 룸메이트가 아보카도를 넣은 명란 비빔밥과 비빔국수를 만들어주었다. 어떻게 이런 천재적인 조합을 생각해 냈는지 글을 쓰는 지금도 그 맛이 떠오른다.


미국에서 나고 자란 룸메이트와 식사를 할 때는 굉장히 광범위한 주제로 얘기를 나누는데, 그럴 때마다 미국과 한국의 문화 차이를 느끼며 나와 다른 생각을 들을 수 있어서 좋다.

오늘은 한국에서 소위 말하는 ‘라면 먹고 갈래?’라는 표현을 미국에서는 ‘넷플릭스 앤 칠(Netflix and chill)’이라고 한다는 가벼운 얘기로 시작했다가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는 제법 진지한 주제로 넘어갔다.

룸메이트는 아이를 기른다고 생각하면 이 나라에서는 기르고 싶지 않다고 했다. 어라, 이거 한국에서도 많이 듣던 레퍼토리인데. 물론 룸메이트 한 명의 시각이니 모든 미국인의 생각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겠지만, 어린 시절 다른 주에서 지내며 밤에 가끔 총소리를 들었던 일화, 학교에 아이를 보내고 총기 사고가 일어나지 않을까 걱정하는 점을 통해 나와 전혀 다른 문화에서 삶을 살아온 것이 느껴졌다.


물론 ‘완벽한 나라’라는 것은 절대 존재할 수 없겠지만, 나라는 어떻게 보면 태어날 때부터 선택권 없이 정해진 곳이니 사람들이 살면서 충분히 여러 나라를 경험하고 자신에게 맞는 나라를 선택해 볼 기회를 가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완벽하진 않더라도 적어도 나에게 좀 더 맞는 나라를 말이다. 그리고 그런 경험 끝에 결국 자신이 태어난 곳이 자기에게 제일 잘 맞는 나라였음을 깨달을 수도 있겠지.

난 아직 이 물음에 대한 답변을 100% 확신을 갖고 하진 못하겠다. 아직까지 나에겐 좀 더 많은 경험이 필요한가 보다.


천재적인 조합의 명란비빔밥과 비빔국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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