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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하나주 Jan 04. 2024

Day19. 맨해튼에서의 기숙사 라이프 시작!

기숙사에서 사귄 새 친구 Yang

**모든 등장인물은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뉴저지에서 맨해튼으로!


짐 싸기에 밤을 새우다 보니 호기롭게 가장 이른 시간으로 신청했던 기숙사 입주 시간을 조금이라도 쪽잠을 자기 위해 몇 시간 늦추기로 결심했다. 일어나 보니 룸메이트가 김밥을 만들어놓은 상태였는데, 이날은 그녀도 친구를 보러 맨해튼에 가는 일정이라 친구에게 줄 김밥을 싸면서 내 몫도 따로 챙겨두었다고. 그렇게 김밥이 짧은 뉴저지 생활의 마지막 음식이 되었다.


맨해튼에 가는 김에 기숙사에 짐 옮기는 것까지 도와주겠다는 그녀는 한 번도 기숙사 생활을 해 본 적이 없다며 나만큼이나 기숙사 구경에 들떠 보였다. 난 맨해튼에 대해서 잘 모르지만, 그녀는 첼시에서 기숙사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건 정말 큰 행운이라고 했다. 그렇게 우리는 리프트(Lyft)를 타고 함께 맨해튼 첼시에 위치한 기숙사로 이동했다. (리프트 요금은 당연히 내가 결제했다. 그 정도의 양심은 있는 사람이다.)



기숙사에서 사귄 새 친구 Yang


기숙사 입구나 방으로 들어갈 때마다 학생증을 이용해야 했기에 입주 전 1층에서 처리하는 과정을 거쳐야 했는데, 줄을 서 있는 와중에 내 앞에 있는 한 아시안이 눈에 띄었다. 보라색 옷을 입고 머리도 보라색으로 물들여 시선이 갔다. 말을 걸어볼까 하다 뉴저지 룸메이트와 함께 잠깐 얘기를 하다 보니 이미 떠나고 없어 아쉬운 와중에 운명일까, 학생증이 작동되지 않아 1층으로 갔더니 그녀도 나와 같은 이유로 그곳에 있었다.


친해지고 싶은 사람에겐 먼저 다가가야지. 다행히 그녀는 내 인사를 밝게 받아주었다. 그녀의 이름은 Yang으로 혹시나 한국인일까 했는데 *중국에서 온 중국인이었다. 우리 학교는 디자인으로 큰 명성을 떨치고 있지만, 음악 단대도 꽤 유명한 편인데 그녀는 그 대학원 과정의 피아노 전공이라고 했다. (미국 음대에 대해서는 잘 몰랐지만 마침 룸메이트와 이전에 식사를 할 때 '너네 학교 음대도 괜찮아'라고 말해준 기억을 떠올려 아는 척할 수 있었다.)


학생증 재처리가 끝나고 날 만나러 오겠다고 약속한 그녀가 정말 몇 분 후 내 방으로 찾아오며 우리는 또 함께 할 수 있었다.



드디어 시작되는 맨해튼 라이프


아직 아무도 입주하지 않았기에 편하게 방 구경을 시켜준 후 Yang의 방에도 놀러 갔는데, 3인실/2인실/작은 부엌/공용 화장실 1개로 구성된 우리 방과는 다르게 3인실/3인실/넓은 부엌/공용 화장실 2개로  구성되어 있었다. 심지어 방의 뷰도 더 좋았다! 같은 돈을 내고 이렇게 다른 라이프를 즐겨야 하는 건가요. 억울하지만 어쩔 수 없지.


다른 층에 있는 Yang의 방에 놀러 가며 또 하나 느낀 점은 매 층마다 RA(기숙사 생활 도우미)가 따로 존재하고 각 층은 이 RA가 만든 콘셉트에 맞춰서 꾸며져 있다는 점이었다. 우리 층의 콘셉트가 ‘정장’이라면 Yang의 층 콘셉트는 ‘우주’였다. 따라서 각 방 문 앞에 누가 그 방에 사는지 이름이 적혀있는 것도 내 방의 경우 턱시도 그림 위에 이름이 있다면 Yang의 경우 우주 배경 그림 위에 이름이 있는 식이었다. 괜히 다른 층에도 놀러 가며 매 층마다 다른 콘셉트를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우리는 가볍게 방 투어를 마치고 기숙사 2층에 위치한 빨래방에 빨래도 함께 하러 갔다. 뉴저지에서 갔던 빨래방과는 또 다르게 여긴 빨래 카드를 발급받고 카드를 충전해서 쓰는 방식이었다. 빨래방은 생각보다 작아 세탁기 3대, 건조기 3대가 끝이라 기숙사 빌딩의 모든 인원을 감당할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그 후 우리는 빨래도 기다릴 겸 함께 약 30분 거리에 있는 타겟(Target)에 걸어 다녀오기로 했는데, 장을 보다 보니 생각보다 꽤 물건을 많이 사서 돌아오는 길에 지하철을 탈걸 하고 후회 막심했다. 나보다도 더 많이 산 Yang이 꿋꿋하게 걸어가는 걸 보며 피아노 치는 사람의 악력은 남다르구나 느꼈다.

쇼핑을 하고서야 깨달은 점인데 한국과는 다르게 미국은 각 주마다 다른 세금을 매기고 뉴저지보다 뉴욕의 세금이 비싸다는 점이었다. 뉴저지에서 쇼핑을 좀 하고 온 것이 다행이었지.


Yang과 함께 저녁을 먹으면서 그녀가 K-드라마를 매우 좋아하고 한국 문화에 관심이 많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그렇게 한국에도 관심이 많고, 대학원 진학을 위해 뉴욕에 온 나와 비슷한 상황의 그녀였기에 우리는 빠르게 친해질 수 있었다.


이날 밤엔 밖에서 들리는 큰 사이렌 소리에 잠에서 깨 ‘아, 창문을 안 닫았구나’하고 닫으러 갔는데 닫혀 있었던 것이 꽤 인상에 남는다.


드디어 시작되는 맨해튼 라이프! 졸업 때까지 별 탈 없기를.



*어디서 왔냐는 물음이 자칫하면 차별로 들릴 수 있어서 -예컨대 아시아인이라고 해서 꼭 아시아 국가에서 올 필요는 없으니- ‘뉴욕’ 출신이냐는 식으로 질문을 덧붙여 질문하는 편이다.


기숙사 방 내부
부엌과 화장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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