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 받은 부엌 용품과 뉴저지 룸메이트와의 마지막 밤
드디어 기숙사 입주 하루 전날이 되었다. 한국에서 가져온 짐 대부분은 옷에 불과했기 때문에 부엌이나 침구 등 생활 용품이 거의 없었던 내가 걱정이 되었는지 룸메이트는 동네에서 부엌 용품을 나눔 해주겠다는 사람이 있다며 함께 가자고 하였다.
가는 길에 한 친숙한 빌딩이 보여서 룸메이트에게 말했더니 영화 ‘조커’ 촬영지라고. 몇 년 전에 본 조커 영화에 나온 장면이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았나 보다. 이 빌딩 외에도 동네의 여러 장소가 조커 영화의 촬영지였다는데, 동네를 충분히 돌아보지 못한 채 뉴저지를 떠나게 된 것이 아쉬움에 남았다. 하지만 룸메이트와의 인연은 계속될 것이고, 저지시티는 기숙사와 엄청 멀지 않으니 나중에 돌아볼 기회가 또 있겠지.
약속된 장소에 가서 본 부엌 용품은 1인 가구에 딱 맞는 작은 프라이팬, 그릇, 포크, 숟가락 등으로 구성되어 있었다. 퀄리티도 꽤나 좋아서 기숙사 생활에 큰 보탬이 될 것 같다. 감사히 잘 쓰겠습니다! 한국에서 지낼 때 당근 마켓에서 나눔 좀 해온 보상을 여기서 받는구나.
다음 입주자를 위해 침대 시트와 이불, 베개 커버를 빨래하고 나니 점심시간이 빠르게 지나갔다. 기숙사 입주를 위한 침구 용품이나 생활 용품을 아직 구매하지 않은 상태에 짐 싸는 것도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소요되면서 슬슬 다음날 예정된 시간에 맞춰 떠날 수 있을지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하필 오전에 너무 여유를 부렸지. 저녁 식사를 가볍게 하고선 서둘러 기숙사 생활에 필요한 짐을 사러 룸메이트와 함께 타겟에 나섰다.
가던 길에 어떤 집에서 청소기를 내놓은 것을 봤는데, 상태를 체크해 보니 꽤 괜찮아 보였다. 룸메이트는 나에게 기숙사 생활을 하려면 청소기도 반드시 필요할 거라며 장을 보고 돌아오는 길에도 청소기가 그대로 남아있다면 우리가 들고 가자고 제안하였다. 나야 공짜로 청소기를 얻을 수 있는 기회이니 반대할 이유가 없었다.
타겟에 도착하고 보니 침구 시트 종류는 또 왜 이리 많은지. 미국 버전의 사이즈는 한국과는 달라서 더욱 혼란스러웠다. 룸메이트와 함께 가지 않았다면 더 헤맸을 것이다.
또 침구 용품에 샴푸, 린스, 바디워시 등 여러 생활 용품을 사다 보니 100달러가 훌쩍 넘어갔는데, 룸메이트가 자신이 가지고 있는 쓰지 않는 담요와 이불을 주겠다고 말하는 덕분에 돈을 좀 아낄 수 있었다. 번번이 도와주는 그녀에게 무한 감사를.
쇼핑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엔 운명처럼 청소기가 남아있어 룸메이트와 함께 힘겹게 집으로 옮겼다. 고맙게도 나 보고는 짐을 싸는데 집중하라며 청소기 내부 청소는 본인이 해주겠다고 하였다. 그렇게 지친 몸을 달래려 가벼운 야식을 먹은 후 짐 싸기에 집중했는데,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소요되는 바람에 난 밤을 새워야만 했다.
뉴저지에서의 마지막 밤, 계속해서 드는 생각이지만 미국 생활 시작에 이 룸메이트를 만나게 된 건 정말 큰 행운이었다. 내 고마운 룸메이트! 계속 연락하고 지내며 조만간 또 볼 날이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