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빠의 결혼식 그리고 룸메이트의 생일
**모든 등장인물은 가명을 사용하였습니다.
술 마신 다음날 역시 해장은 라면. 정신 좀 차리곤 Bruny와 도서관에 가서 함께 잠깐 공부하기도 했다. 점심으론 학교 본관 건물 2층에 있는 카페테리아에 갔는데, 우리 학교 카페테리아는 진짜… 건강하지도 않고 음식 퀄리티도 좋지 않으면서 가격은 높기로 악명이 높다. 도서관에 있으면서 잠깐 허기짐을 달래기에는 카페테리아가 제일 편해서 항상 울며 겨자 먹기로 들르게 된다.
이날은 드디어 오빠의 결혼식 날이었는데, 뉴욕 시간 기준으로 저녁쯤 되자 오빠의 결혼준비가 시작되었는지 카톡이 오기 시작했고 오후 8시쯤엔 엄마에게서 영상통화가 와서 부모님과 오빠가 메이크업을 받는 장소를 구경해 볼 수 있었다. 이미 메이크업을 다 끝낸 후 평소에 보기 힘든 한복과 정장을 차려입은 부모님 모습은 정말 고왔다.
셋이서 사진을 함께 찍어서 보낼 땐 나도 저 자리에 있어야 했는데 질투심이 나기도 하고, 긴장한 부모님께 자신감을 북돋아줄 말들을 직접 해주지 못해 아쉬운 마음도 들었다.
이날은 또 공교롭게도 룸메이트들 중 한 명인 Camila의 생일이기도 했다.
기숙사 룸메이트에 대해서 자세히 언급한 적은 없었지만, 사실 나를 제외한 4명의 룸메이트들은 이미 몇 년 간 함께 한 친구 관계인 데다 (애초에 함께 기숙사 생활을 하기 위해 서로를 지정했다고.) 학부생이기도 해서 나도 눈치 있게 그들의 자리에 일부러 끼지는 않으며 살던 상태였다.
그렇기에 그들이 밖에서 저녁을 보내고 부엌에서 2차 파티를 이어가던 중에도 난 방에 머물러 있었는데, 사진을 찍어줄 수 있냐는 부탁에 부엌에 나가며 얼떨결에 파티에 합류하게 되었다. 눈치는 채고 있었지만 생일이라는 말에 부랴부랴 방에 다시 들어가 다행히도 아직 뜯지 않은 록시땅 미니 핸드크림을 선물로 주었다.
그들이 사 온 맥주와 케이크를 먹으며 처음으로 룸메이트들과 함께 하는 시간을 가지게 되었는데, 역시나 여자들끼리 모여하는 남자 얘기는 시간 가는 줄 모르게 재밌었다.
잠깐이긴 했지만 조금이라도 친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밤이다.
그리고 다시 한번 결혼 축하해 오빠!